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테크 Jan 27. 2023

월급 앞자리 수가 바뀌었다


직장생활 3년차, 만으로는 2년 3개월차. 짧은 근속연수이지만 꽤나 빠르게 월급이 올랐다. 한 번의 이직, 그리고 이직한 회사의 높은 연봉상승률 덕분이다.



첫 회사는 기본급이 적은 대신 성과급이 많았고 이직한 회사는 기본급이 많고 성과급이 적다. 이직을 하면서 연봉 총액은 9% 정도 올라갔다. 그렇게 많이 오르진 않은 것 같다 싶으면서도 기본급만 놓고 보면 30%가 올랐다. 그렇게 매월 실수령액은 60만원 정도가 늘어났다. 그리고 올해 연봉 상승률은 9%. 이런 회사가 어디있지 싶을 정도로 연봉을 엄청나게 올려줬다.



덕분에 월급 앞자리 수가 바뀌었다. 내 나이에, 내 연차에 가능한건가? 싶었던 꿈의 숫자가 통장에 찍혔다. 기본급 비중이 적고 연봉상승률도 낮았던 전 회사에서는 대리후반~과장급은 되어야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300만원 초반대에서 300만원 후반대로, 그리고 400만원 초반대로 내 월급은 너무 아름답게 착착 올랐다. 그리고 지금 회사는 집에서 먼 것을 제외하면 너무나도 다니기 좋다. 업무 강도도 적당하고 일을 하면서 배울 것도 많고 회사 분위기, 사람, 연봉, 복지 등등 대부분 다 만족스럽다. 집이야 회사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면 그만이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이 돈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란 의문이 들게 하는 월급과 편안한 회사생활은 점점 나를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고 있다. 월급이 오르기 전에는 한달에 평균 320만원 정도씩 모았다. 3~4달이면 천만원이 생겼다. 그렇게 지난 1년 간 모은 돈은 약5천만원 정도이다. 물론 퇴직금과 같이 예상치 못했던 돈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지? 싶을 정도로 큰 돈을 모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월급쟁이의 삶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첫 회사는 조직문화, 연봉상승률, 업무 등 여러 측면에서 불만족스러웠다. 그랬기에 회사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재테크 공부와 자기계발, 이직 준비 등 매일매일을 갈아넣으면서 살았다. 하지만 원하는 회사로 이직을 하고 만족스러운 월급을 받으니 열심히 살아야 할 동력이 희미해졌다.



물론 지금도 재테크 공부는 꾸준히 하고 있고 취미 겸 퍼스널브랜딩 겸 경제 블로그와 브런치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의 나'와 '2022년의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다르다. 2년 전의 나는 정말 악착같았고 회사에 얽매여 살지 않겠다는 굳건한 다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이렇게 월급 받으면서 회사만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자꾸 현실에 안주하려 하고 있다.



올해 인상된 연봉이 반영된 첫 월급을 받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월급이 종잣돈을 모을 수 있는 소중한 원천이라는건 부정할 수 없다. 요즘처럼 자산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시기에는 월급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설령 내가 몇십억대 자산가가 된다고 해도 각종 세금과 유지비, 새로운 투자를 위한 총알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필요하기에 어쩌면 계속 회사를 다닐지도 모른다.



중요한건 안정적이고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에 취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다. 연봉이 올랐다고 소비 수준도 덩달아 올리거나, 저축만 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으로 재테크는 뒷전으로 두거나, 지금의 회사생활이 영원할 것 같다는 착각으로 자기계발에 소홀하다면 분명 언젠간 역풍을 맞을 것이다.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 연봉이 오른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 저축만 하다 보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 자산가치는 계속 하락한다. 회사에서 눈앞에 있는 일을 해치운다는 생각으로 다니다 보면 이직하기도 어렵고 다니는 회사에서도 도태될 수 있다. 지금의 높은 연봉 상승률, 좋은 복지가 영원할 리도 없다. 언젠간 회사가 어려워지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럴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인건비 감축이다. 사기업에서 정년보장이라는 건 없기에 지금의 좋은 순간에 취해 있으면 안 된다.



내가 원하는 삶은 20년, 30년을 월급쟁이로만 살아가는 삶은 아니다. 회사가 나의 유일한 수입의 원천이고 회사를 그만둔 이후 불안한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삶은 원하지 않는다. 설령 2~30년을 월급쟁이로 살더라도 월급 외의 현금흐름이 있고 언제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내가 즐거워하는 일을 하며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싶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의 달콤함에 취해 주저앉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작가의 이전글 돈은 그냥 생각 없이 모으는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