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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테크 Aug 10. 2022

결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돈돈돈


결혼 준비를 하면서 뼈저리게 현실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결혼은 정말 사소한거까지 하나하나 모든게 다 돈이다. 게다가 모든 영역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찾아보다 보면 계속 눈이 높아진다. 다행히 나와 짝꿍 모두 허례허식에 큰 돈을 쓰고 싶어하지 않고 신혼집에 많이 투자하고 싶어해서 예산 관련해서는 다툼이 없다.




결혼식 하루에 몇 천만원을 공중분해하는게 너무나도 아까워 플래너가 있음에도 내가 스스로 플래너를 자처하고 가성비 업체들을 미친듯이 찾은 덕에 예산보다 훨씬 돈을 세이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혼 준비를 해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모든게 다 추가금 파티이다. 드레스를 고를 때도 어떤 드레스를 고르느냐에 따라 추가금이 몇십만원, 많게는 백만원씩도 붙고 업계 관행 상 스튜디오 촬영 후 원본과 수정본을 받으려면 몇 십만원의 추가금을 내야 한다. 애초에 사진을 받으려고 촬영을 하는건데 원본을 또 돈주고 구매해야한다는게 참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식 시간이 일러서 메이크업 샵에 새벽 일찍 도착해야 한다면 얼리스타트비도 내야 한다. 그 외에도 헬퍼비, 피팅비, 출장비, 교통비 등등 미처 생각 못한 부분에서 다 돈이 든다.





게다가 결혼 준비를 하다보면 야금야금 추가금이 붙어서 금방 예산을 초과한다. 다른 사람들 후기를 찾아보면 절대 추가금 안내야지! 굳은 각오를 하고 가도 막상 드레스를 입어보면 블랙 라벨, 골드 라벨 드레스가 몸에 착 감겨서 추가금을 지불한다. 스튜디오 촬영을 가서도 인생에 한 번 뿐인 웨딩 촬영인데 하고 싶은거 다 해야지! 하면서 야간 촬영, 야외 촬영 등등을 진행하면서 촬영 추가금에 헬퍼비 추가금, 드레스랑 촬영복 대여 추가금 등등 온갖 추가금을 기꺼이 낸다.




그래서 예산 표를 보다보면 한숨이 푹 나온다. 많이 세이브한다고 했는데도 이것저것 들어가는 돈이 많다보니 아끼는데에 한계가 있다. 회사 생활을 한 지 만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약 8천만원 가까이를 모았다. 월급이 많았던 덕도, 중간에 이직을 하면서 퇴직정산을 받은 덕도 있지만 안먹고 안쓰면서 꽤 독하게 모은 돈이었다. 그런데 결혼식 하루를 위해 그 돈의 절반 이상을 써야 한다. 물론 결혼식 비용은 식대로 충당되긴 하지만 혼수와 신혼집까지 생각하면 내년 결혼 때까지 빡세게 모아도 모자라다.




사실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잘 갖추고 살겠다는 욕심을 버리면 되는건데 남들 시선 때문인지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아님 그냥 내 욕심 때문인지 내려놓기가 참 쉽지 않다. 둘 다 결혼식과 관련된 것들엔 관심이 없지만 남자친구는 신혼여행과 가전가구에, 나는 집에 욕심이 크다. 인생에 한 번 뿐인 신행인데 길게 가서 좋은데서 먹고 자고 싶다는 남자친구 덕에 신혼여행 기간이 2배로 늘어나면서 예산도 2배로 늘었다. 결혼 후 기왕이면 예쁘게 꾸며진 집에 가족,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은 욕심에 우리 예산 안에서 조금 더 좋은 집, 조금 더 좋은 가구를 찾다보면 너무 비싼 금액에 좌절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혼인 신고만 한 채 가족들 앞에서 저희 잘 살겠습니다~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도 남자친구도 둘 다 장녀, 장남에 개혼이고 결혼식에는 우리 손님보다는 부모님 손님이 더 많기에 내 고집만 부릴 수 없다. 결혼이라는게 뭔지.. 준비를 하면 할 수록 웨딩 업계에 신물이 나고 한국의 결혼문화가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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