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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테크 Dec 10. 2022

좋아하는 일? 난 돈 많이 버는게 좋아


어릴 때부터 나는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공부를 해야한다고 하니까 공부를 했고, 좋은 대학을 가는게 좋다니까 열심히 했다. 명확한 꿈이 있거나 가고 싶은 과가 있는건 아니었다. 그냥저냥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갔고 쓸 수 있는 과 중에서 그나마 취업에 유리하다는 전공을 골랐다. 그래서 늘 좋아하는 일이 명확하고 꿈이 명확한 사람들을 보면 너무 멋있고 대단해보였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는 상태로 살다가 취업준비를 하려니 참 막막했었다. 내가 원하는게 뭘까, 나는 왜 좋아하는게 없을까, 남들은 다 꿈이 있는데 난 왜 없을까 자괴감도 들었다. 그래서 직업을 선택하는 여러 조건들을 나열해서 우선순위를 매겨봤다. 네임밸류, 연봉, 워라밸, 위치, 산업, 직무 등등.. 그 중에서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건 연봉, 돈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취린이 시절, 문과는 연봉 3천만원대가 평균, 4천만 넘어도 감지덕지라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이게 정말 현실인건가? 싶었다. 연봉 4천만원이면 1년에 많이 모아야 2천만원 남짓일텐데 그럼 1억 모으는데 5년, 그렇게 힘들게 1억 모아도 서울 집값은 너무너무 비싼데  언제 집을 살 수 있는거지? 이게 진짜 문과생의 현실인건가? 아 학교 다닐 때 과학 포기하지 말고 공부해서 이과 갈걸..



그러다 눈에 들어온게 바로 금융권. 주요 금융사 기준 초봉 6천은 거뜬했다. 하지만 그만큼 스팩 경쟁도 치열했고 무엇보다 보수적인 금융권의 분위기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4개의 대표 업계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비벼볼만하다 생각했던 건 카드사. 그렇게 카드사 공고가 뜨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했고 운좋게도 전업계 카드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연봉계약서를 받아들고 보니 생각보다 연봉이 높지 않았다. 받는 돈을 다 합치면 많았지만 성과급 비중이 워낙 높았기에 기본급이 우와~! 할 정도로 많지 않았다. 그리고 회사의 평가와 연봉 산정 시스템 상 연차가 올라간다고 연봉도 오르는게 보장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2년차 연봉이 1년차 연봉보다 더 적을 수도 있었다. 겉보기엔 화려한 회사였지만 회사 분위기나 업무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데다 연봉 상승률까지 맘에 들지 않는다니. 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입사 1년차가 되자마자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또 한 번 운이 좋게도 은행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직할 때 가장 중요하게 봤던 것이 기본급 비중이었다. 어쨋거나 기본급이 높아야 성과급도 그에 비례해서 커지는거고 나중에 이직할 때 베이스업하기도 쉬우니까. 사실 지금 받는 돈과 전 회사에서 받는 돈의 총합을 비교해보면 엄청나게 더 많이 받는건 아니다. 하는 일이 재밌거나 대단한 보람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치만 기본급 앞자리수가 달라지고 실수령액 앞자리 수가 달라지니 출근하는게 예전처럼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직업에 꼭 거창한 의미부여를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꼭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연결시켜야 하는건가 싶기도 하다. 좋아하는 일은 회사 밖에서 찾아도 되지 않을까. 속물 같은 말일지 몰라도 난 그냥 돈 많이 버는 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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