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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테크 Jan 17. 2023

왕복 3시간 출퇴근을 택했습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골치 아픈건 단연코 집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자친구에겐 몇년 전 증여받은 서울 외곽의 구축 소형 아파트가 있다. 집이 있으니 거기서 신혼 생활을 하면 되겠네 싶지만 그 집에서 내 회사까지는 편도 1시간 반이 걸린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출퇴근이다. 지금도 편도 1시간 15분 정도의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지옥이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실거주 2년 기간을 채우면 즉시 매도 후 출퇴근이 편한 지역에 새로 집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처음 결혼 이야기가 나왔던 2021년 대폭등장에서는 대출이 안나오는 것을 걱정했지 집을 팔기 힘들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했던 2022년 5월까지만 하더라도 시장이 이렇게까지 침체되기 전이었기에 불과 몇 개월만에 상황이 이렇게 될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갑자기 시장의 판도가 뒤집어졌다.



남자친구의 집은 고점 대비 36%가 하락했다. 1년전에는 대출까지 꽉 막혀 우리 힘으로는 살 수 없었는데 1년만에 충분히 사고도 남는 가격으로 내려왔다. 물론 다른 집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들 3~40%씩 떨어졌다. 다 같이 집값이 떨어진데다 대출 규제가 많이 풀려 1년전보다 집을 사기엔 더 좋은 환경이 되었다. 문제는 지금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는거다. 급매로 내놔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집이 팔리지 않으면 현금이 부족한지라 우리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비과세 기간을 채우는 시점에 집을 팔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우리에겐 2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첫째, 세를 주고 세를 사는 것. 둘째, 집이 팔릴 때까지 실거주하는 것.



남자친구의 집에 세입자를 들이고 우리도 출퇴근이 편한 지역에 전세나 월세를 구한다면 실거주 만족도는 수직 상승한다. 나는 왕복 3시간 출퇴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남자친구 또한 출퇴근 시간이 짧아진다. 서울에서 그런 지역들의 구축 전세가는 현재 기준 3억5천~4억 정도, 월세 시세는 5천/120~150 수준이다. 한 달 주거비가 150만원 정도이니 나쁘지 않다.



다만 문제는 우리의 엉덩이가 무거워진다는 점이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파는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집을 보여주지 않으려 할 수도 있고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새로운 매수인이 실거주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실거주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외면 받는 매물이다. 우리도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보증금만큼 발이 묶인다.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우리의 전세 계약을 승계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세입자를 들이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 현재 남자친구는 주담대 1억5천만원이 있어 매달 원리금을 70만원씩 내고 있다. 세입자를 들이지 않고 공실로 놔둔채로 우리가 실거주 할 전월세 집을 구한다면 주거비가 이중으로 들게 된다. 주거비가 220만원으로 훌쩍 높아진다.



결국 돈도 굳고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건 그 집이 팔릴 때까지 실거주를 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기약없이 왕복 3시간의 출퇴근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 숨이 턱 막혀오기도 한다. 잠시 거쳐가는 집이라 생각했기에 남자친구가 혼자 사는 동안 마련한 가전 가구는 변변찮고 새로 신혼 가전, 가구를 맞추기엔 이사하면서 물건이 상하고 이사가는 집에 사이즈가 안맞을 수도 있어 덜컥 사기도 어렵다.



어쩌면 매일 출퇴근길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나 하나만 참으면 된다, 내 몸이 힘드니 출구전략도 더 빨리 세울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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