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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지 않는 말티즈 Mar 16. 2021

30대 후반 퇴사 일기 / 아무것도 안하기 너무 어렵다

멀티 행동에중독된  나.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해가 떠있을 때 걷기 운동은 백수생활의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날씨까지 풀려 요즘 기분이 좋다. 

낮밤이 바뀌어서 사는 것만큼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주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15년을 낮밤 구분 없이 하는 일을 해왔기에 내 우울증과 불면증은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퇴사를 한 후, 제일 먼저 시작한 게 2시 전에는 자고 아침 8시에는 일어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었다. 워낙 늦게 자고 3시간 정도 자다가 일어나는 생활을 오래 해서 이렇게 6시간을 자는 습관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제 이 습관도 점점 길러지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습관을 기르려고 하는데, 바로 '아무것도 안 하기'이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기라니... 아이러니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아무것도 안 하기'는 천천히 행동하는 것과 몇 가지를 동시에 하지 않는 것에 좀 더 가깝다. 


TV를 보며 핸드폰으로 또 다른 영상을 보거나, 끊임없이 각종 커뮤니티, SNS 등 온라인상의 콘텐츠들을 보는 게 습관이 되어있다. 워낙 미디어 트렌드를 놓치면 업무에 많은 영향이 가던 업종에 있었던 터라 여러 개를 빠른 속도로 미친 듯이 모니터 하는 행동은 거의 숨 쉬는 것과 같은 수준의 행동이었다.


거기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고, 피드백을 해줘야 했기에 숨을 멈추고 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도 습관으로 남았다. 처음 공황장애가 왔을 때, 내 이런 습관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기도 했을 정도다.


백수가 된 후 집에서 행복한 마음으로 넷플릭스를 켜 영화를 보는데, 어깨가 계속 아팠다. 이제 책상 앞에 자주 않지도 않고 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답장을 보내주는 것도 안 하는데 왜 이렇게 어깨가 아픈지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내 손에 들린 핸드폰을 발견했다. 평소 습관처럼 나는 영화를 보면서 유튜브에 들어가 인기 동영상들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유체이탈법의 말이긴 하지만 정말 무의식 중에 했던 행동이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발견하고서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멀리 두고 다시 영화를 보는데 손과 팔이 어색했고,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멀리서 들려오는 '카톡'이라는 소리에 바로 핸드폰을 찾아서 답장까지 했다. 백수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같이 놀자는 일상적인 연락인데, 마치 명령이라도 받은 듯 뛰어가서 몇 초만에 답장을 했다. 


앞서 말한 나만의 '아무것도 안 하기'는 나에게 몸의 근육을 키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행동이다. 브런치의 글도 매일 써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일주일에 1개 정도만 쓰려고 노력할 정도이다. 


밥을 먹을 때도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고, 인터넷 서핑할 때에는 심지어 창을 2개씩 켜놓고 번갈아 가면서 보는 등 나는 멀티 행동에 중독되어 있다.

이런 행동은 나를 정신없게 만들고 나아가 불안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몸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할 때, 나는 '아무것도 안 하기' 근육을 키워보려고 한다. 과연 나는 아무것도 안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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