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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지 않는 말티즈 Mar 08. 2021

30대 후반 퇴사 일기 / 워커홀릭의 비하인드 스토리

직장인 워커홀릭이 될 바에는 자신에게홀릭돼라.

사람의 습관은 참 무섭다. 

퇴사를 해도, 눈을 뜨는 시간은 회사 다닐 때와 똑같다. 


하지만 움직여서 어디 갈 곳이 없는 지금. 눈을 떠도 그냥 핸드폰만 만지작 거린다. 

그렇게 누워있기를 2시간...


갑자기 폐인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것도 일종의 강박일 거다. 

뭔가 하지 않으면 항상 찾아왔던 불안감. 


그러고 보니 회사 다닐 때에도 나는 머릿속에 항상 

'다음에는 뭐해야 하지? 놓치고 있는 건 없나?' 

라는 생각들만 가득했다. 


심지어 나는 점심을 먹지도 않았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나면 내가 늘어지기에 그리고 점심 먹는 시간 조차 일을 해야 그나마 야근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습관은 나를 불안감의 함정 속으로 점점 내몰았다. 

그때는 이런 습관이 나의 커리어를 더 빨리 쌓고, 젊은 나이에 실장을 달게 해 준 원동력이라 생각했다. 


정말 신기한 건 쉴 수 있는 날이 하루쯤 찾아와도 계속 그 불안감이 가시질 않았었다. 

열심히 일했으면, 쉬는 날에는 즐겁게 놀 수 있는 건데 오히려 불안하고 추가로 우울감까지 찾아왔다. 


그래서 더 쉴 수 없었다. 쉬고 있으면 오히려 더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모르리라...


나는 워커홀릭이었다. 그리고 단어 그대로 일에 홀릭되어 홀린 사람처럼 깨어있을 때도 일. 

꿈을 꿀 때도 일에 관련된 꿈. 쉴 때에도 일 관련 자료들을 찾았다. 


어느 정도로 심했냐면, 가끔은 꿈에서 내가 놓친 일들을 찾아내곤 했다. 이런 꿈을 꾼 날이면 회사를 나가기도 전에 일어나 집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 놓친 일을 어느 정도 해놓고 출근했다. 


나는 지금 회사를 퇴사하기 전, 약 1년 반 동안 공황장애, 불안증, 우울증, 수면제를 먹고살았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자세히 적으려고 한다. 


어쨌든...


이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나에게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일을 줬다. 

지금 생각하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가져간다.]라는 말의 곰이 바로 나였다. 


업계에서는 그래도 꽤 받는 편이었지만, 사실 일반 직장인들의 연봉과 비교하자면 코웃음이 나오던 금액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칭찬에 젖어 점점 고난도의 재주를 부렸고, 내가 서커스단의 곰이었음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워커홀릭이라도 자신의 일. 그러니까 본인이 주체가 되는 일에 워커 홀릭이 되는 것은 아직까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대표만 배를 불리는 구조에서 워커 홀릭은 절대 반대하고 싶다. 


만약 이 글을 어떤 회사의 대표나 임원진이 본다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다. 대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노예 중 그저 높은 위치에 있는 노예인 임원진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그대도 예전에는 하급 노예였고, 위로 올라간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특히 임원진이 아닌 그냥 일반 직원이라면, 열심히 일을 하되 절대 '워커홀릭'이 되진 않길 바란다. 그럴 수 있는 에너지로 자신을 덕질하라. 본인에게 더 홀릭되어 자신을 더 돌보고, 자신에게 뭘 더 해줄 수 있는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나처럼 자신에게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내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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