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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Oct 13. 2022

도심 속 호수에서 휴식을, 레이크 커피바

# 잘 짜여진 공연 같은 홍대 커피바를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좋은 음료는 ‘좋은사람’에게서 나옵니다. 남다른 ‘시그니처’라고 불리는 음료들은 만든 이의 철학과 시간과 노력이 배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시즘은 맛과 모습 속에 숨겨져있는 음료를 만든 사람의 ‘생각’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홍대 한복판에
호수가 있다고?


눈과 입을 만족시키는 음료를 찾아 여기까지 왔다. 힙한 카페의 격전지, 홍대 앞 골목이다. 그 중에서 오늘 방문할 곳은 진한 초록빛 숲 속에 들어서는 듯 기분이 상쾌해지는 공간, ‘레이크 커피 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둥그런 호숫가에 앉아있는 것처럼 3층 계단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니 분주하게 움직이는 한 남자가 보였다.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럼 그만큼 잘 준비해서 내어드리죠.” 호수를 닮은 잔잔한 공간에 서서 매 순간 공연처럼 아름다운 시그니처 음료를 만들어주는 그와 함께 이야기를 해보았다.



톡! 깨서 마시는 즐거움이 있는

시그니처 음료, 플랫브라운


“처음에는 다들 플랫브라운, 포레스트가 궁금해서 드시러 오시죠" 


아무리 유명한 맛집이라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낯설기 마련이다. 그럴 때를 위한 마법의 주문이 있다. “여기서 제일 잘나가는 걸로 주세요!” 카페 레이크커피바를 대표하는 시그니처는? 바로 ‘플랫브라운'과 ‘포레스트’다.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 두 메뉴를 안 먹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플랫브라운은 따뜻하게, 포레스트는 차갑게만 제공돼요. 

여름과 겨울로 나눠진 시그니처인 셈이죠.”


겨울의 음료, ‘플랫브라운’을 먼저 맛보았다.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진한 비율로 맞추고, 그 위에 수제로 만든 ‘브라운 슈가 왕관'을 올린다. 그가 매일 직접 설탕을 끓이고, 벌집 모양으로 일일이 굳혀 만드는 토핑이다. 


마시는 방법은 같이 주는 포크로 설탕을 톡 깬다. 그리고 커피에 담가서 저어 마시면 된다. 따뜻한 온도로 설탕이 천천히 녹으면서 자연스럽게 달달해진다. 겉으로 보기에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맛으로도 훌륭한 변화를 주는 셈이다. 


“저희 메뉴를 똑같이 따라하던 카페들이 있었어요. 

지금은 다 없어졌죠. 이게 (만들기가) 징하거든요."


매일 설탕을 굳히고 모양을 잡는 과정이 귀찮고 번거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이 메뉴가 레이크커피바를 찾게 만드는 시작이자, 감동을 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여름의 음료, ‘포레스트’는 조금 다르다. 말차, 크림, 에스프레소를 3층으로 쌓아서 만드는데 마치 눈 쌓인 숲 속 같아서 ‘포레스트(forest, 숲)’라고 이름을 붙였다.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초록색인 이 공간에 무엇보다도 잘 어울리는 음료랄까? 


층이 확실하게 나누어져 있어서 마시는 방법이 따로 있다. 처음에는 잔을 통째로 들고 크림을 먼저 마신다. 그 다음 숟가락을 들어 잘 저어서 마신다. 진한 말차와 쌉싸름한 에스프레소가 어우러지면서 의외로 고소하면서 진한 맛이 난다. 개인적으로 포레스트는 많이 달지 않아서 좋았다. 어른입맛들에게 추천을 한다. 




대화가 있는 레이크커피바,

이 남자가 바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손님들이랑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해요. 앉아있으면 커피라도 한 잔 더 드리게 되죠"


시그니처 이외에도 레이크커피바를 대표하는 아이덴티티가 있다. 바로 바(Bar) 형태의 구조다. 주로 혼자 와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 또는 배승호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여기에 앉는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때론 대화에 참여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의 일이다. 


“제가 잘하는 게 있어요. 따로 온 사람 2명이 있으면,

둘이서 친해지게 만드는거에요.” 


그의 바에 앉으면 누구든 친구가 된다는 말이다. 서먹하게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슬며시 말을 걸고, 서로를 대화로 연결시켜준 다음 배 대표는 은근슬쩍 뒤로 빠진다. 고단수의 기술(?) 때문일까. 레이크커피바에는 찾아오는 단골 손님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단순히 한 번 방문해서 끝나는 곳이 아니라, 꾸준히 방문이 이어지면서 서로가 공간에 녹아내린다. 


(단골 손님이 직접 그려 선물한 그림)

실제로 촬영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금새 자리를 채웠다. 동네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두와 함께 하는 호수 같은 공간을 꿈꾸는

레이크커피바

“더 나은 커피를 더 맛있게, 더 저렴하게,

즐겁게 만들고 싶은 게 목표죠.”


어느덧 10년 넘게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인 그. 궁극적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님들과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20대에는 단순히 커피가 좋고,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바리스타'를 꿈꾸었다면. 이제는 나아가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지켜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레이크커피바의 인스타그램(@lake_coffeebar)을 보면 어른과 어린이는 물론, 심지어는 강아지까지 자유롭게 공간을 즐기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이 편안하게 공간을 즐길수록 그는 보람을 느낀다. 언제든 편안하게 호수에 와서 휴식을 즐기라고 인삿말을 건넨다.


아름다운 음료로 시작해서, 편안한 대화 속에 물들게되는 레이크커피바. 그야말로 호수처럼 안락한 분위기를 가진 레이크커피바를 꼭 한 번 경험해보시길 추천한다. 


레이크커피바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영상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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