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음료털이_닥터페퍼 스트로베리 앤 크림
인파가 가득한 도시를 혼자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인사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새로 나온 음료수뿐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의 신상음료까지 탐내는 월드와이드 음료덕후.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그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신상털이 마시즘이다.
올해의 첫 딸기를 '닥터페퍼'로 즐길 줄은 몰랐다. 2023년 미국에서 출시된 닥터페퍼 스트로베리 앤 크림(Dr Pepper Strawberries and Cream) 줄여 말해 '딸기크림 페퍼'가 내 손에 들어왔다. 분홍색 디자인에 로고 아래 그려져 있는 딸기그림이 과연 이게 '닥터페퍼가 맞나...'싶을 정도다.
닥터페퍼 스트로베리 앤 크림은 일반버전(355ml 기준 150Kcal)과 제로슈가버전(0Kcal)이 존재한다. 닥터페퍼의 팬이 많은 미국에서도 역대급 맛이라며 파는 곳을 수소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한국의 닥터페퍼 매니아로써 이걸 놓칠 수는 없지.
그래서 구매했다. 한국에서 구매하려면 해외직구가 기준 12캔에 3만 3천원선이었다. 뭐 1캔에 2,750원이라고 생각하면 해외맥주 마신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닐까?
그때는 몰랐다. 여기에 배송비가 15,000원이 더 붙는다는 것을. 이렇게 된 이상 와인을 마시는 심정으로 널 즐겨주마!
닥터페퍼 스트로베리 앤 크림의 캔뚜껑을 열면. 익숙한 향기가 공기 중으로 퍼진다. 신선한 딸기의 향이 아닌, 부드럽고 달콤한 딸기크림의 향이다. 가까이 생각해 본다면 크라운산도의 딸기맛이 떠오른다고 할까?
이 달콤한 향을 쫓아 딸기크림 페퍼를 마셨다. 아 진하고 무거워진 암바사, 밀키스의 느낌 위에 딸기향이 곁들여진 맛이다. 해외에서는 '크림소다'라고 부르는데 탄산음료에 아이스크림 등을 타서 부드럽고 달콤한 향을 낸다. 그런데 또 끝맛에서는 닥터페퍼 특유의 오묘한 뉘앙스가 남는다. 닥터페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 맛있는 맛이다.
정리하자면 극을 달리게 하는 맛이다. 닥터페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맛있고 독특한 극호의 맛을, 닥터페퍼를 화장품 향이 난다고 꺼려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딸기 화장품 향의 음료가 될 수도 있다. 닥터페퍼에서 화장품 향을 느끼다니, 그러지 말고 한 번 더 마셔보면 생각이 바뀔...
한국의 제로열풍만큼이나 해외음료에서도 '제로 칼로리'는 필수옵션이 되어가고 있다. 닥터페퍼 스트로베리 앤 크림 역시 제로슈가 버전이 함께 출시되었다. 생긴 것만 봐서는 일반 딸기크림 페퍼보다 더 크림 같은 맛이 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맛이 났다.
닥터페퍼 스트로베리 앤 크림 제로슈가는 크림소다의 무게감이 덜한 편이다. 두툼한 무게감을 주면서 부드럽게 넘어간 일반 딸기크림 페퍼를 생각하면 아쉽다. 하지만 제로슈가 버전은 크림의 느낌이 덜한 대신에 탄산감이라던지 딸기향 등이 입안에서 더 잘 느껴지는 편이다.
물론 끝맛에서 느껴지는 닥터페퍼만의 뉘앙스는 여전하지만 말이다.
닥터페퍼의 고장이라고 볼 수 있는 미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닥터페퍼들이 있다. 칼로리가 없는 제로버전과 다이어트 닥터페퍼를 제외하고도 체리, 다크베리, 바닐라 등 여러 종류의 닥터페퍼가 판매되고 있다. 닥터페퍼 스트로베리 앤 크림은 다양성 가득한 미국 닥터페퍼의 정규라인업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그렇다면 한국출시는... 가능성이 없는 걸까?
닥터페퍼가 비록 한국에서는 소수취향의 음료로 취급받지만, 1999년 국내출시 후 20년 이상의 그 길고 긴 탄압(?)의 세월을 지나며 최근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페트병이 되어 편의점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닥터페퍼 제로가 출시되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닥터페퍼 팬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뻐하였다. 그렇다면 닥터페퍼 스트로베리 앤 크림의 국내출시 꿈은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지 않을까?
겨울딸기를 먹는 것만큼 신선하고 설레는 맛의 닥터페퍼가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언젠가 딸기크림 페퍼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