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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Sep 14. 2017

특이점에 도달한 세계 이색음료수 11선

호불호를 넘어 전설이 되어버린 각국 대표 음료수

지난 '악명 높은 호불호 음료수 7대장' 포스트를 작성하며 나는 거만해졌다. 리뷰야 무섭다고 써놨지만 계속되는 수련을 통해 어떤 음료수라도 맛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경지에 올랐기 때문이다. 드디어 아무리 맛없는 음료수라도 사랑할 수 있는 아가페적 음료 리뷰를 할 수 있는 것인가. 그 순간 불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낄낄낄 지코? 칸타타 스파클링? 그놈은 우리 중에 최약체지."


그렇다. 동네 편의점을 넘어서면 엄청난 음료수들이 존재한다. 세계 곳곳에 퍼진 녀석들의 행보는 호불호를 넘어 전설이 되어버렸다. 오늘은 음료왕이 되기 위한 멀고 험한 이색음료수들을 소개한다.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음료수가 지코나 칸타타 스파클링이라고 말한다면 주소를 잘못 찾았다. 진짜 주먹 좀 날리는 음료수는 편의점에 없기 때문이다. 그들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깜방 아니면 군대다. 그렇게 양파 음료수 '버디언'은 군대에 들어갔다. 코와 혀로 화생방처럼 쏟아지는 양파 기운을 민간인이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맛뿐만이 아니다. 버디언은 군대 음료수답게 강한 내구도를 자랑한다. 알루미늄이 아닌 철로 무장된 장갑은 많은 초보 군인들의 발목을 사냥했다. 병장 이상의 숙련된 군인이 아니라면 녀석을 밟아서 분리수거할 거란 꿈은 접어두길 바란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과 웰빙 열풍이 만들어 낸 황토방 음료수, '마시는 청국장'이다. 출시 당시 '청국장도 마시는 시대'라며 언론에서 대대적인 주목을 했지만 어째 마신 사람을 보지 못했던 전설이 될 뻔했지만, 레전드로만 남은 비운의 음료수다.


마시는 청국장은 입에 대는 순간 양반 스텝을 밟게 만드는 청국장의 깊은 맛이 특징이다. 이는 아재를 넘어할 할아재 아니 단군할아버지도 먹기 망설여 질 것 같다. 건강도 애국심도 마시는 청국장의 벽을 넘기란 힘들구나.


이색 음료수라는 분야에서 일본을 능가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그 시작을 알리는 이 맥주는 표지에 젖소가 그려져 있다. 바로 맥주 안의 30%가량을 우유로 채운 것이다. 이름도 비어(Beer)와 밀크(Milk)를 합쳐서'빌크(Bilk)'다. 이런 병크 같은 맥주가.


빌크는 일본 홋카이도 농장의 주민들이 우유가 워낙 팔리지 않자. 맥주에 우유를 섞은 것으로 시작되었다. 과연 우유맛 맥주일지, 맥주맛 우유일지 궁금한 사람들이 몰렸으나 결론은 그냥 맥주였다는 것이 반전이다. 혹은 우유맛이 났다면 안 샀을 것이란 고도의 전략이 녹아든 것일까?


얼핏 보았을 때 팬케이크 시럽 통 정도로 보이는 비주얼. 하지만 이 녀석은 진짜 팬케이크 맛이 나는 음료수다. '모리가나 팬케이크 드링크'는 우리가 팬케이크를 반죽하느라 보내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혁명적인 음료수다. 팬케이크가 먹고 싶어. 여기 캔 뚜껑을 까고 마셔라! 스고이!


실제로 팬케이크 드링크는 팬케이크 시럽과 버터의 풍미를 제대로 살려 많은 매니아층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팬케이크의 맛이 액체 그대로 나서 좋다고 말하는데... 그냥 팬케이크 해서 먹으면 안 되겠... 그래, 안 되겠지?


마시즘에서 다룬 적이 있는 라무네 사이다는 일본의 국민음료수다. 하지만 국민음료수가 사랑만 받는 것은 아니다. 라무네는 김치 맛, 타코야키 맛 등의 이색 라무네로 일본국민에게 공포정치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이런 라무네의 어두운 뒷면의 정점에 오른 녀석이 바로 카레와 와사비 라무네다.


'인도인도 깜짝 놀랄 맛'이라고 적혀있는 카레맛 라무네가 특히 그렇다. 뚜껑을 열자마자 독한 향기가 파퀴아오처럼 코에 연타를 날린다. 뭐? 그래봤자 음료가 얼마나 맛없겠냐고? 다들 그렇게 말한다. 카레 라무네에게 휘둘려 맞기 전까지는.


치킨과 맥주가 환상의 조합이라는 것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미국 사람들은 거기에서 더 나아갔다. "치킨 맛이 나는 맥주를 만들면 어떨까?" 이렇게  '프라이드 프라이드치킨 치킨'이라는 맥주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마치 드래곤볼의 손오공과 베지터의 퓨전이라고 볼 법한 조합이다. 하지만 결과는 일반인보다 못한 미스터 사탄으로 끝났다는 게 함정. 마셔본 사람들의 평가로는 평범한 맥주에 불과하다고 한다. 실제로 양조과정에서 치킨은 전체의 4%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에이 괜히 설렜다.


음식이 어느 때 가장 맛있는가? 바로 마지막 남은 국물을 들이켤 때다. 죠리퐁 우유가 그러하고, 해물탕이나 라면이 그러하다. 그런데 있잖아. 피클은 아니지. 미쿡 형들 '피클주스소다'가 뭐야.


미국 오하이오 지역의 피클주스소다는 피클을 절인 물에 탄산이 더해진 맛이다. 이를 판매하는 사람들은 달콤짭쪼름한 피클주스소다의 맛을 느끼면 중독될 것이라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왠지 목숨이 위험한 그런 중독에 걸리는 것은 아니겠지?


미국이 피클이면, 러시아는 오이다. 그동안 스프라이트에서 오이맛이 난다라는 루머가 많았는데, 러시아에서 이번에 진짜 오이맛이 나는 스프라이트를 출시한 것이다. 적어도 이걸 마시면 진짜 오이즙의 맛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오해를 다루기 위한 스프라이트의 극약처방인 것인가.


하지만 러시아 한정판인 오이맛 스프라이트는 인기 가 식을줄 모른다. 이제는 마트의 음료수 코너를 벗어나 식료품 코너에도 출몰하는데. 오이를 사면 패키지 상품으로 오이맛 스프라이트를 준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야 좋겠지만, 나는.... 으악!



미국 어딘가에서 피자와 파스타 맛 슬러시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무릇 피자와 파스타 하면 이탈리아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이탈리아에서는 피자맛이 나는 에일맥주 '맘마미아 피자비어'를 만들었다.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마가리타 피자를 홍차 티백 마냥 담가서 피자의 맛과 향을 제대로 살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 미친 조합의 맥주를 맥덕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그들은 이 맥주에서 리얼한 피자의 맛과 향이 난다면서 말을 이어간다. 피자와 맥주... 저라면 연애까지는 괜찮은데 결혼은 결사반대하려고요.


처음에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마시는 담배라고? 전자담배를 넘어 이젠 음료담배라고? 가짜라고 반쯤 믿었지만 2008년 네덜란드의 한 회사에서 만든 '리퀴드 스모킹'은 네덜란드 애연가들의 사랑을 받은 음료수다.


하지만 리퀴드 스모킹에는 니코틴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게 반전. 대신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식물의 뿌리와 허브를 섞으면 담배와 비슷한 맛을 비슷하게 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냥 담배꽁초를 넣은 사이다 맛이란 뭐가 다르다는 걸까?


마지막 이색음료수는 싱가포르 국립대학에서 만든 '가상음료'다. 전극을 통해서 맛과 향을 조작하는데, 이것을 통하면 맹물도 레모네이드처럼 느끼게 만든다. 사실상 원효대사 스타일의 음료수가 아닐까?


결국 가상음료는 몇 년 안에 음료수의 정의와 미래를 바꿀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가장 맛있는 음료수를 가상음료가 카피하는가 혹은 앞서 소개한 이색(이라고 쓰고 최악이라고 말하는)음료수들을 카피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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