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우맛 펩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따뜻한 봄에 움트는 새싹처럼. 음료에 대한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올해도 역시 제로 음료가 잘 나가는 걸까요?", "맥주는 어떤 걸 시켜야 할까요?", "아아요, 따아요?", "이번 신상음료 중에 편의점에 무엇을 발주해야 할까요?" 음료계의 소크라테스의 삶이란 어딜 가도 질문을 만나는군.
하지만 이런 근시안적인 문제들은 해결방법을 찾기가 쉬울뿐더러, 마시즘의 관심사도 아니다. 나는 조금 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바로 이 손에 든 음료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 문제가 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주겠다.
"귀여운 녀석들 말이죠. 왜 귀여운 녀석들끼리 몰려다니죠?"
이거 보세요. 펩시 병아리 에디션. 완전 너무 귀엽잖아.
노란색 펩시. 펩시X핍스 콜라보가 미국에서 출시되었다. 병아리와 토끼의 모습을 한 노란색 마시멜로가 바로 '핍스(PEEPS)'다. 미국에서는 부활절이면 바로 생각나는 과자이며, 미국인들의 3분의 2 이상이 9살이 되기도 전에 이 핍스를 먹어본다.
그런 핍스가 펩시를 만났다. 덕분에 펩시는 더 달콤해졌고(마시멜로우 향이 들어갔다), 더더욱 귀여워졌다. 그런데 그들은 왜 만난 것일까?
펩시X핍스는 2021년에 한정판으로 먼저 세상에 나왔다. 당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들의 삶이 많이 바뀐 시기였다. 약간의 무력감과 우울감이라고 할까? 펩시의 새로운 콜라보는 이런 사람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주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펩시X핍스는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며, 심지어 귀여운 '핍스'캐릭터를 이용하여 '펩시'의 가장 유명한 광고를 패러디하며 콜라보의 시작을 알렸다. 미국사람들은 '핍스'를 보면 봄(부활절 시즌)을 떠올린다고 하는데, 그런 희망을 느끼지 않았을까?
물론 2021년 펩시X핍스는 2,000명에게만 주는 이벤트 콜라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2021년에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던 콜라보가 올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이벤트상품이 아닌 정식으로 판매되는 제품으로 말이다.
그래서 펩시X핍스를 구하게 되었다(미국에서만 판매되기에 해외직구를 이용했다). 노란색 패키지에 그려있는 오리와 토끼의 모습이 '핍스' 캐릭터를 떠올리게 만든다. 아직 마시지는 않았지만, 눈으로만 봐도 즐겁고 맛있어 보이는 펩시다.
캔뚜껑을 열면 '삐약'소리라도 나는 게 아닐까 기대했지만, 펩시X핍스를 따르는 모습은 일반적인 펩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향이 조금 다르다. 조금 더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이 난다. 이게 마시멜로우구나!
하지만 맛을 보았을 때는 우리가 알던 펩시의 맛이 나서 방심하다가 살짝 달콤하고 무겁게 끝난다. 마신 후에도 계속 달콤함이 남아있어 마시멜로우의 느낌을 살린 게 아닌가 싶었다. 콜라를 달콤함으로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실패할 수 없는 맛. 하지만 새콤하고 시원하게 먹는 사람(이를테면 펩시 제로 라임)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맛이다.
하지만 222ml의 미니캔이 가진 미덕이 이곳에서 발현된다. 양이 적기 때문에 질릴 틈이 없이 한 캔이 마무리가 된다. 이거 노렸네, 노렸어!
맛이 굉장히 독특한 것은 아니지만, 펩시와 핍스라는 두 브랜드가 디자인과 히스토리, 그리고 중요한 맛까지 아주 적절히 조화되었다는 것은 '좋은 콜라보 제품'의 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직은 디자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콜라보 음료들에게 앞으로 나갈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보기만 해도 (부담스럽지 않고) 기분 좋아지는 콜라보, 디자인과 컨셉만큼이나 재미있는 맛, 마지막으로 왜 이 두 브랜드가 만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콜라보 음료들을 올해 많이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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