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소다 '존스 터키 앤 그레이비 소다' 리뷰
제가 액체는 다 마시는데
칠면조 육즙맛 음료는 조금...
그렇다. 마시즘 에디터로 살아온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가장 다양한 음료를 마신 사람'이었다. 밥을 굶을 때에도 밥대용 음료를 마시고, 음료를 사러 해외에 나가던 사람이었다.
때로는 독특한 음료들(이를테면 라면국물티백, 간장, 평양냉면 국물)을 만나곤 했지만 곤란한 적은 없었다. 마시즘의 아가페적 음료사랑 안에서 세상의 모든 음료는 '맛있는 음료와 더 맛있는 음료'밖에 없었다.
칠면조 육즙맛 음료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니, 이건 대체 왜... 만들어진 거야?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마시즘은 '존스소다'의 '존스 터키 앤 그레이비 소다'를 리뷰할 위기에 처했다. 세상에서 가장 미친 음료회사로 알려진 존스소다는 일반적인 음료회사의 상식으로는 낼 수 없는 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잔디맛 음료라던지, 방사능(컨셉) 콜라라던지.
특히 칠면조 육즙맛 음료 '존스 터키 앤 그레이비 소다'는 존스소다가 특이점의 길을 가게한 상징적인 제품이다. 2003년 존스소다에서 추수감사절 기념으로, 추수감사절맛 탄산음료(칠면조 육즙맛, 으깬 감자맛 등)를 낸 것을 기점으로 강력한 팬들을 모았기 때문이다.
마시즘은 이 음료에 대한 후기를 볼 때마다 '소재고갈'의 갈증이 해소되는 듯하면서도 '지금은 안 팔고 단종되어서 다행이다'라는 내적안심을 하고 있었다.
그런 '존스 터키 앤 그레이비 소다'가 출시되었다. 존스소다의 25주년을 기념하면서.
칠면조 육즙맛 존스소다. 그것은 결국 수능처럼 내게 오고야 말았다. 나는 졸지에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칠면조를 음료수로 즐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병의 라벨 안에 그려진 푸짐한 칠면조 요리를 바라보며 마시는 음료의 맛이란.
역시 특급 음료는 향부터 다르다. 존스 터키 앤 그레이비 소다에서는 음료에서는 만날 수 없는 향이 났다. 막상 먹으면 맛있는데 향에서 머뭇거려지는 안 익은 냉동만두 향, 혹은 콩을 살짝 쪄냈을 때의 비리고 고소한 향이 나고 있었다. 하지만 향이 이렇다고 해도 막상 맛은 육즙이 팡팡 터지는 맛일수도 있잖아?
... 따위의 생각을 하며 음료를 들이켰다.
"짜다. 살짝 달다. 그리고 오일 같아."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이 녀석은 육즙 하면 생각날 맛의 요소를 잘 집어넣었다. 짭조름하면서 살짝 담백하고, 끈적하게 넘어가는 게 느끼하다. 탄산이 있지만 전혀 가볍거나 개운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고기 맛인데 고기 맛이 아니다. 역시 고기는 씹는 맛이었구나.
하지만 음료와 음식의 조화는 실패였다. 치킨과 함께 먹었을 때의 기대점은 '치킨의 느끼함을 탄산음료가 잡아줄 것이다'였다. 하지만 이 녀석은 '탄산음료의 느끼함을 치킨이 잡아줘야 함'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다이어터라면 오히려 괜찮을 수도 있겠다.
위스키(와일드 터키로 터키+터키)와의 칵테일에는 약간 참기름 쏟은 위스키와 같았고, 빵과의 조합은 참 좋은데 이게 음료의 맛을 잊을 수 있게 수습해 줘서 좋았다.
결국 이것은 음료가 아닌 '스파클링 치킨스톡'이라는 결론을 짓게 되었다. 마침 배가 고파진 동료가 존스 터키 앤 그레이비 소다를 가지고 '초계국수'를 만들어주었다.
존스 터키 앤 그레이비 초계국수의 비주얼은 비루한 자취방 속 단하나의 명품처럼 빛났다. 이 맛과 향은 더울 때 먹으면 시원할 초계국수 그 자체였다. 면 또한 너무 잘 삶았다. 그런데 국물을 마시는 순간 현실에 돌아온다. 아니 잊고 있던 다이어트에 대한 욕망을 실현시켜준다. 입맛이 없어지니까.
아직 인간의 기술력으로는 존스소다 칠면조 육즙맛을 맛있게 즐기는 법을 찾지는 못할 것 같다. 다음 존스소다 30주년 재출시를 기다리며 이 음료를 보내주어야 했다. 한 병을 사서 참 다행이다.
그럼에도 '존스소다'는 여전히 마시즘이 사랑하는 브랜드다. 마시즘뿐만이 아니다 존스소다를 좋아하는 팬들은 존스소다가 더 맛있는 음료를 내기보다, 더욱 도전적인 음료를 내주길 바란다.
존스소다는 누구나 좋아하는 음료보다, 당신에게 특별한 음료를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갈증을 해소하는 마시는 음료보다, 음료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하게 하는 경험으로의 음료를 추구한다. 맛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내는 음료들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하루를 줄 것이다.
단순히 튀어 보이기 위한 어그로라기에는 25년을 유니크 외길을 걷는 존스소다. 한국에도 이런 진심 어린(?) 광기의 브랜드를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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