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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Jun 01. 2023

LG트윈스 '켈리' VS 하이트맥주 '켈리'의 맥주대전

#카스테라 맥주대전에 이은 3차 맥주대전

맥주의 계절은 돌아왔고
우린 어떤 녀석을 마실지 고민하고 있다


한국의 날씨보다 한 발자국 더 빠르게 뜨거운 곳이 있다면, 그곳은 맥주회사의 홍보팀일 것이다. 맥주 최고의 성수기인 '여름'을 지배하는 맥주가 그 해의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열기가 올해는 마그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의 맥주계가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굿바이 코로나'를 외치며 사람들이 맥주를 찾기 시작했고

2) 봄부터 맥주 신제품과 리뉴얼이 쏟아지고 있으며

3) 맥주시장 2등인 하이트진로는 내년에 창사 100주년이 된다


이 대결은 미국의 콜라대전(코카콜라 VS 펩시)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심지어 라이벌 맥주이름(켈리)을 겨냥하기 위해 동명의 야구선수(케이시 켈리)를 자사맥주의 홍보모델로 쓰기도 했으니 말이다. 오늘은 '켈리대전'이라고까지 불리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3차 맥주전쟁 이야기다. 


과연 이 경쟁을 지켜본 우리들이 마시는 맥주는 무엇이 될까?



전쟁의 재점화

카스테라 맥주대전

잠시 시간을 돌려보자. 우리가 마시는 맥주는 언제나 여전한 것 같지만 맥주계의 1등 자리를 놓고 변화가 있었다. 2000년대를 지배한 '하이트맥주(하이트진로)'는 한때 시장점유율 60%를 잡고 있는 거인이었다. 하지만 '카스맥주(OB맥주)'는 처음처럼 소주와 함께 '카스처럼'이라는 소맥을 유행시키며 2011년 1위 자리에 올랐다. 


카스의 시대가 계속되던 2019년 이런 흐름을 거부하는 맥주가 나타났다. 하이트진로의 '테라'였다. 테라는 '이것마저 안 되면 맥주사업 접는다'라는 하이트진로의 간절함이 드러난 제품이었다. 병의 색깔도 달랐고, 전방위 마케팅을 했으며, 무엇보다 사람들도 좋아했다.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1억 병을 판매하며 카스를 긴장시켰다. 사람들은 이 웅장한 맥주전쟁을 '카스테라' 대전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전쟁은 급종료가 되었다. 


코로나19가 찾아왔거든. 


맥주를 파는 식당들이 문을 닫았고, 맥주를 마실 사람들이 사라졌다. 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셔야 하는 때가 되니 사람들은 편의점 수제맥주에 주목을 하기 시작했다. 



테라에 이어 켈리까지

하이트진로의 쌍끌이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식당이 열었고, 축제가 이어지고, 인파 속에서 파도를 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때에 필요한 것은 바로 '맥주'다. 가볍고 부담 없이 (많이) 즐길 수 있는 대중맥주의 시대가 돌아온 것이다.


테라는 식당이나 술집을 방문하는 애주가들 사이에서 '테슬라(테라+참이슬)'나 '테진아(테라+진로)'등의 애칭으로 불리며 소맥으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가정용 시장(편의점, 마트 등에서 파는 맥주)에서만큼은 '카스'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가정용 시장을 공략하는 신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그것이 지난 4월 출시된 '켈리'였다. 여러 가지 면에서 테라를 생각나게 한다.


1) 기존의 맥주와 병 색깔이 다르고 

2) 맛이나 제조법에 대한 포인트를 주었고

3) 이거 안되면 접는다...라는 결기가 느껴진다



출시 한 달 동안의 켈리 마케팅과 영업을 돌아보면 하이트진로의 영업팀은 마시즘 픽 한국의 3대 요원 중에 하나로 들어가기에 충분했다(나머지 둘은 국정원요원과 야쿠르트 아주머니). 결국 켈리는 테라보다 빠르게 최단기간 100만 상자를 판매하고, 몇몇 대형마트에서는 카스를 제치고 국내맥주 1위를 차지했다.


이제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카스'와 '테라'에 '켈리'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준 전략이 어느 정도는 적중했다. 이대로 놔둔다면 또다른 '테라'를 만들어버리는 격이다. 과연 카스는 어떻게 움질일까.



2 VS 1 아닌 2 VS 2로

한맥이 참전하다

OB맥주 '카스'의 성은 공고하다. 켈리가 출시된 4월 전체 가정용 맥주시장에서 '카스'는 여전히 1등을 차지했다(점유율이 무려 42.6%). 물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여름이 되기 전이고, 신상품 발매에 힘입어 물 밀듯 쏟아지는 '켈리'의 마케팅을 끊어내야 한다.



재미있는 점은 카스가 움직이기보다, OB맥주의 다른 맥주 '한맥'이 '켈리'를 상대하려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카스를 움직여서 신생맥주인 켈리와 부딪힌다면 자칫 '다윗과 골리앗'처럼 느껴질 수 있는 상황. 내부에 있는 다른 브랜드로 켈리를 견제해서 카스와 비교과 되지 않도록 선을 긋는 작전이다. 


개인적으로 한맥은 테라를 견제하려는 느낌이 강했던 맥주였다. 테라가 '초록색 병'맥주로 잘 팔릴 때, 비슷한 '초록색 병'을 가지고 대항마처럼 등장했다. 대한민국 라거프로젝트라는 거대한 슬로건에 이병헌까지 모델로 세웠지만 타이밍이 아쉬웠다(테라의 출시 후 1년이 훨씬 지나서 나왔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났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여전히 아쉬운 한맥의 상황. 하지만 이번에는 켈리의 출시 이전에 리뉴얼을 마쳤다. '훨씬 더 부드러워진 거품'을 가지고 켈리를 상대한다. 그런데 켈리와 한맥 싸움을 어떻게 붙이지?


그래서 한맥이 '켈리'를 직접 만났다. 아 맥주 켈리 말고, 야구선수 켈리.  



한맥 '켈리'를 모델로 삼다

켈리 VS 켈리

그것은 작은 어그로였다. 한맥의 PPL 콘텐츠에 등장하는 모델로 LG 트윈스 야구선수 '케이시 켈리'를 섭외한 것이다. 인기예능(이라고 쓰고 진짜야구라고 부르는) '최강야구'의 브랜드 콘텐츠에 한맥을 등장시켰다. 그리고 게스트로 '켈리'를 섭외한다. 화면 속 켈리는 한맥을 맛있게 마시며 말한다. "한맥 is NO.1"



뜨거웠던 것은 PPL 콘텐츠가 공개되기 전에 이 소식을 알린 기사 때문이었다. '켈리가 한맥의 모델이 되다'라는 헤드라인은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물론 '한맥이 공짜로 켈리맥주 광고를 하는 게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나오긴 했지만, 함께 언급이 되어 매치업이 된다는 게 중요한 부분이다. 


켈리는 카스를 도발하고, 한맥은 켈리를 도발하는 이 상황. 과연 사람들은 어떤 매치를 기대하게 될까?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여름이 왔다


본격적인 여름 맥주전쟁을 앞두고 사전에 살짝 붙어본 것이 이 정도다. 맥주시장을 어떻게든 뒤집으려는 하이트진로와 절대 내려올 생각이 없는 OB맥주의 치열한 경쟁. 여름이 끝나고 웃을 맥주는 무엇이 될까. 아마 여러분의 손에 들려있는 맥주가 그 주인공이지 않을까?



추신 : 

롯데의 클라우드도 하반기 대대적인 리뉴얼과 참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 이게 삼국지지. 


참고문헌

절치부심 오비맥주, ‘테라’ 대항마 초록색병 ‘한맥’ 내달 내놓는다, 엄하은, SBS Biz, 2021.1.8

하이트진로, 견고한 소주 '테라 리바운스'에 화력 집중, 이우찬, 더벨, 2022.7.6

하이트진로 박문덕의 백년지계는 ‘맥주 1위’,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2023.01.16

‘테라 있는데 왜?’…하이트진로의 이유 있는 후속작 출시 [안지예의 줌-아웃], 안지예, 시사오늘, 2023.4.3

하이트진로 '테라+켈리' 연합해 '쌍끌이' ···오비맥주 '카스+한맥' 1위 수성 '굳히기', 정석용, 내일신문, 2023.4.4

하이트진로, '켈리·테라' 투트랙 1위 탈환 노림수, 서지민, 더벨, 2023.4.14

“켈리,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상자 팔려…맥주 1위 반드시 탈환”, 이민아, 조선비즈, 2023.5.22

‘카스’도 제친 몰트 라거 ‘켈리’, 올 여름 하이트진로 주가 띄울까?, 문수빈, 조선비즈, 2023.5.23

테라·켈리 협공에도 …'카스' 독주 여전, 최재원, 매일경제, 2023.5.25

“여름 대목 놓치면 끝장”…맥주 불꽃 마케팅, 이렇게까지?, 이상현, 매일경제, 2023.5.29

호주산 청정 맥아로 “톡쏘는 맛도 길게”…‘테라’의 반란 [1000억 식품의 비밀], 김서현, 이코노미스트, 2023.5.30

OB vs 하이트진로…올 여름 맥주 시장 쟁탈전 ‘후끈’, 김나윤, 스카이데일리, 2023.5.30

맥주 1위는 10년마다 교체?… 올 여름 성적표에 달렸다, 박문수, 파이낸셜뉴스, 2023.5.31

하이트진로, 켈리 100만 상자 최단기간 판매 달성, 최서인, 퍼블릭뉴스, 202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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