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텔러 _ 앨리스 청담 인터뷰
제대로 된 칵테일은 무슨 맛과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그 해답을 찾아 아시아 베스트 바 50(Aisa's best bar 50)에 선정된 '앨리스 청담'으로 향했다. 이곳에 그 정답이 있을지 몰라!
그런데 우리를 맞이한 것은 '꽃집'이었다. 혹시 잘못 찾아온 게 아닐까 싶던 순간 토끼가 그려진 나무문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문을 연 순간...
우리는 '앨리스'라는 이상한 나라의 동화 속에 빠져들었다.
앨리스 청담의 구조는 독특하다. 깊은 토끼굴에 빠져드는 것처럼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새하얀 꽃집이 나온다. 그리고 꽃집 안에 있는 문을 더 열고 들어가면 이번에는 어둡고 아름다운 바가 펼쳐진다. 마치 해리포터 영화의 한 장면 또는 동화 속 원더랜드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이곳에서 2명의 바텐더를 만났다. 앨리스 청담의 오너 바텐더이자 겟올라잇, 정글북, 트랄라 오너 바텐더까지 운영하고 있는 김용주 바텐더, 그리고 이곳 앨리스 청담에서 주니어 바텐더로 시작해서 시니어, 헤드 바텐더까지 오른 앨리스의 현재를 상징하는 박용우 바텐더다. 그들에게 앨리스 청담에 대해 물었다.
Q. 국내에 여러 바가 있습니다. 특히 이 동네에서는 바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데 앨리스 청담을 다녀온 사람들은 이곳이 즐거웠다, 독특하다,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던 것 같습니다. 다른 바들과 다르게 앨리스 청담만이 가진 특징은 무엇일까요?
김용주 : 앨리스에 대해 저희가 생각하는 것은 'Only one place'예요. 유일무이한 공간이죠. 저희는 똑같은 걸 하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시그니처 칵테일을 만들 때도 새로운 시도를 항상 하려고 하고요. 행사를 하더라도 하던 대로가 아닌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들을 오히려 마음껏 하는 곳이 앨리스라고 생각합니다.
박용우 : 저희 앨리스는 일단 예쁘죠. 이런 공간에 남자 바텐더들이 많은 게 흠(?)이긴 한데...(웃음) 물론 여성 손님들에게도 앨리스의 공간은 인기가 많습니다. 처음 들어오시면 '우와' 소리가 나오는데요. 하지만 다녀올수록 점점 소중한 공간이 되는 것 같아요. 앨리스는 예쁘기도 하지만 편안하고, 아늑하거든요. 손님들이 언제든 일상에서 도망쳐 올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저는 앨리스라고 생각합니다.
Q. 그런 의미에서 처음 오신 분들의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도에 맞춰서 기대를 가지고 앨리스에 왔는데 꽃집이 있어서 내심 놀랐습니다. 앨리스 앞에 꽃집을 세워두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김용주 : 처음 앨리스를 시작할 때 함께한 동료가 바에서 일하지만 플로리스트도 하고 싶어 했어요. 저는 저의 일도, 앨리스라는 공간도 소중하지만, 사람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함께 앨리스를 만들 때 "꽃도 돌보고, 바도 하면 되지!"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때 결정을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꽃이나 칵테일이나, 사람들에게 마음을 선물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잖아요.
박용우 : 맞습니다. 가끔은 중요한 자리에 꽃을 예약해서 함께 선물하는 고객분들도 많습니다. 또 꽃집이라는 밝은 공간이 앞에 있고, 문을 열면 조명이 완전히 바뀌면서 분위기가 반전되는 매력을 느낄 수도 있죠. 입장을 할 때부터 즐거운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재미 요소이자, 와우 포인트가 되었죠.
Q. 미국 금주법 시대의 비밀술집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 같은 개념이네요.
박용우 : 맞습니다. 1920년대 미국에서 금주법이 통과되었고, 사람들에게 술을 못 마시게 하니까 앞에서는 바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고, 뒷문을 열고 들어가면 큰 공간 안에서 칵테일과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스피크이지 바'라고 불렀는데요. 요즘에는 '간판 없는 술집'을 스피크이지라고 부르고 있죠. 저희는 간판보다 앞에 꽃집을 만들어서 꽃집 안에 바로 통하는 문을 만든 일종의 스피크이지 바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동안 칵테일과 바문화는 아주 가끔 기분을 내는 공간, 또는 자신의 취향을 잘 아는 매니아들만 나눌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바와 칵테일 문화는 일상적인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아직 칵테일의 매력에 발을 딛지 못한 분들을 위해 두 바텐더에게 칵테일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Q. '음료학교'에서 이번에는 '믹서 드링크(Mixer Drink)', 즉 칵테일을 만드는 음료에 대해 다룹니다. 그런데 칵테일이라는 게 맛도 좋고, 마시기도 좋은 것은 알겠지만, '칵테일은 무엇이다!'라고 정의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칵테일은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김용주 : 칵테일은 심플하게 믹싱(Mixing)이에요. 두 가지 음료를 섞으면 그건 칵테일이죠. 예를 들어 레모네이드도 칵테일이고, 카페에서 만드는 음료도 섞는다면 모두 칵테일이에요.
Q. 그렇다면 '소맥'도 칵테일인가요?
김용주 : 그럼요. 칵테일이죠.
Q. 세상에 이렇게 칵테일이 많은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바에서 내놓는 칵테일에 한해서 두 분의 생각에 좋은 칵테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용주 : 맛이 좋은, 또는 기분을 좋게 하는 칵테일을 좋은 칵테일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감동이 느껴지는 칵테일들이 있어요. 똑같은 이름의 칵테일이어도 한 손님을 위해 레시피를 변경할 수 있거든요.
박용우 : 그래서 바에 처음 오시는 분들도 바텐더에게 물어보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손님과 대화하면서 손님이 정말 원하는 맛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길라잡이 역할도 하거든요. 그래서 뭔가를 드셔보셨다거나, 무슨 맛을 좋아한다고 말해주시면 그것을 염두에 두고 칵테일을 만들죠.
Q.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약간 미용실 같다는 생각도 했었고요(웃음). 그런데 앨리스에서 만들어진 칵테일은 정말 잘 만든 음식을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김용주 : 그런 의미에서 칵테일은 음식점의 오마카세 같은 거 같아요. 다만 음식의 오마카세가 재료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집중한다면, 칵테일의 오마카세는 오로지 손님을 위한 거예요. 손님의 마음을 읽고 그것을 칵테일로 만들어냈는데, 그걸 마신 손님이 감동했다면 저는 그게 좋은 칵테일이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내가 정성스럽게 만든 칵테일을 손님이 마시고 감동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김용주 : 한 잔 시켜서 드시고, 바로 다음에 똑같은 걸 다시 주문하실 때요. 그럴 때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끼죠.
앨리스의 시그니처 칵테일은 독특하지만 친절하다. 칵테일 이름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도 금방 마음에 드는 칵테일을 찾을 수 있다. 메뉴판에 그려진 일러스트레이션 그림 자체가 메뉴판이다. 아름다운 공간에 창의적인 시그니처 칵테일. 그리고 바텐더의 이야기가 붙으면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특별한 한 잔이 만들어진다.
Q. 메뉴판에 어려운 용어가 없이 그림과 컨셉만으로 설명한 게 너무 인상적이네요.
박용우 : 저희 앨리스에는 외국분들도 많이 오시거든요. 각국의 언어들을 다 써놓기보다는 누구나 다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메뉴판을 만들자고 해서 저희가 오랫동안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그림 메뉴판입니다.
Q. 오히려 너무 예뻐서 무엇을 고를지 모르겠는데요. 가장 앨리스를 보여줄 수 있는 칵테일을 먼저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박용우 : '히피티 호피티'라는 메뉴인데요. 예상과는 다른 재미있는 재료들을 토끼 잔에 담아서 만든 칵테일이에요. 보드카에 고추냉이를 숙성시켜 더 시원한 느낌을 만들고, 거기에 토끼가 좋아하는 당근주스, 그리고 구아바나 민트 등을 넣어서 정말 시원하고 맛있는 칵테일입니다.
Q. 외관은 귀엽고, 들어간 재료는 독특한데 맛은 또 밸런스가 좋네요. 시원한 맛이 난다는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또 앨리스 청담은 실험적인 시그니처들도 잘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런 칵테일을 하나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용우 : 독특한 칵테일이 궁금하시다면 '에즈 소프트 에즈 솝'입니다. 앨리스의 김준석 헤드 바텐더의 작품인데요. 구아바와 카모마일 등이 들어간 칵테일 위로 비눗방울 같은 버블이 한 방울씩 떨어지면서 향이 점점 증폭되는 칵테일입니다.
Q. 정말 외관부터 생전 처음 보는 칵테일이네요. 이름하고 컨셉하고 맛까지 너무 매력적인데요? 마지막으로는 앨리스를 처음 찾는 분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칵테일이 있을까요?
박용우 : 마지막은 호불호 없이 맛있게 마시는 시그니처 '프룻 박스'입니다. 진 베이스에 소비뇽 블랑 와인, 망고, 패션후르츠, 자몽까지 말 그대로 과일이 한가득 담겨있는 그런 칵테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호불호가 없는 시그니처죠.
앨리스 청담의 바 테이블에 앉아 3잔의 시그니처 칵테일을 마시면서 생각했다. 균형이 잘 잡힌 훌륭한 맛도 좋지만, 메뉴판을 보는 것에서 시작해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고, 음료를 만드는 과정을 감상하고, 완성된 음료를 보고 음미하는 것까지가 모두 칵테일을 즐기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앨리스 청담의 문을 연 이후 모든 순간이 칵테일이란 클라이맥스를 위해 달려가는 이야기 같았다.
앨리스 청담이 오픈된 지 곧 10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이다. 시즌마다 시그니처 칵테일 메뉴가 다 바뀌기도 하고, 재미있는 컨셉과 뜻밖의 행사들이 펼쳐진다. 올해도 '아시아 베스트 바 50'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앞으로도 앨리스 청담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말한다. 그들은 앨리스 청담이 앞으로 어떤 바가 되기를 원할까?
박용우 : 저에게는 이곳이 무대 같기도 하지만, 정말 편안하고 좋은 공간이거든요. 매일매일 다른 손님들이 오는데 그런 점들이 좋아요.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소중한 공간이 되도록, 언제든 도망쳐올 수 있는 이상한 나라가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지나가다 편하게 언제든 올 수 있는 그런 곳이 되도록 말이죠.
김용주 : 앨리스는 저에게 의미가 깊은 바예요. 앨리스 1주년에는 돌잡이 파티도 했으니까요(웃음). 또 그때 저의 첫 아이도 태어났고… 이제 조금 있으면 10년이 되는데요, 이전에도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박용우 바텐더와 김준석 바텐더와 여러 친구들이 앨리스 2.0을 만들었거든요. 그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다 보면 10년 후, 20년 후에는 또 다음 세대 바텐더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또 새로운 색깔의 앨리스를 만들어가지 않을까요?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의 특별함이 컸다. 시그니처 칵테일을 만났을 때의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 공간과 음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이 왜 바쁘고 지친 일상을 벗어나 왜 이곳 앨리스 청담을 향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특별한 음료,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당신의 ‘원더랜드’가 이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