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텔러_국가대표 바리스타의 카페 '브릭빈 커피로스터스'
커피에도 월드컵,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가 있다. 각 나라의 '국가대표 바리스타'가 모여 여러 종목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경쟁한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종목이 있다. 앞치마가 아니라 정장을 입고 화려한 퍼포먼스와 유창한 말로 한 잔의 음료를 만들어낸다. 이게 커피야, 칵테일이야... '커피 칵테일'이라고?
음료와 음료를 섞는 '믹솔로지스트'들을 만나는 음료학교. 이번에는 올해 열리는 월드 커피 챔피언십(WCC)에서 커피 칵테일을 만드는 '커피 인 굿 스피릿' 종목에 출전하는 한국 국가대표 바리스타를 만나러 간다. 바로 '브릭빈 커피 로스터스'의 '황인규 바리스타'다.
카페 입구에 걸려있는 '태극기'와 '국가대표 바리스타'라는 명패, 수많은 커피대회 트로피와 상장은 '브릭빈 커피 로스터스'의 실력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브릭빈 커피 로스터스를 이끄는 황인규 바리스타는 여유롭고 따뜻한 웃음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Q. 안녕하세요. 세계 대회를 앞두시고 저희를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리스타들 사이에서 스타 같은 존재가 ‘국가대표 바리스타’잖아요. 바리스타님이 챔피언을 거머쥔 ‘커피 인 굿 스피릿’이라는 분야는 어떤 것일까요?
황인규 바리스타 : 커피 인 굿 스피릿이라는 장르는 단어에서 오는 것처럼 커피와 스피릿(위스키, 진, 럼과 같은 증류주)의 조화로 만들어지는 창작음료 대회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제가 느끼기에 커피 인 굿 스피릿은 다른 커피 종목과 달리 음료도, 진행방식도, 참가자 복장도 남달랐어요. 다들 앞치마를 메고 있을 때 양복을 입으시고, 바텐딩 기술을 쓰고 말이죠. 이 대회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황인규 바리스타 : 커피 인 굿 스피릿은 여러 라운드가 있어요. 예선에서 2가지 라운드로 진행되는데요. ‘스피릿 바’라는 라운드와 ‘프레젠테이션’이 있어요.
프레젠테이션은 2가지 음료를 창작해야 합니다. 따뜻한 음료 2잔, 아이스 2잔을 말이죠. 스피릿 바는 랜덤으로 술이 대회 중에 결정이 돼요. 그 술과 커피를 가지고 음료를 만들고요.
마지막으로 결승에 진출하면 차갑거나 따뜻한 음료 2잔, 그리고 아이리시 커피라는 커피 칵테일을 2잔 만들어냅니다.
Q. 굉장히 다양하고 뭐랄까 음료 버전의 <요리왕 비룡>을 보는 것 같네요. 술이 대회 때 결정이 된다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인가요?
황인규 바리스타 : 대회 중에 제비 뽑기로 커피칵테일의 재료가 될 술이 결정되는 거죠. 그래서 항상 술의 특징을 잘 알고 있어야 해요.
Q. 다양한 창작음료를 만들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순발력도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지난 음료학교에 참여했던 커피 인 굿 스피릿 챔피언 강민서, 하청비 바리스타도 창작음료를 만드는 솜씨가 엄청났거든요.
황인규 바리스타 : 두 사람 모두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바리스타들이죠. 모두의 시그니처 시즌1을 덕분에 재미있게 봤어요.
Q. 그런데 같은 커피 인 굿 스피릿을 하는 강민서, 하청비 바리스타님은 막상 일상에서 술은 즐겨 마시지 못한다, 주량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습니다. 황인규 바리스타님도 마찬가지실까요?
황인규 바리스타 : 저는 술 엄청 좋아하죠. 커피는 일이고, 퇴근하고 술이 인생의 낙입니다. 제가 커피 인 굿 스피릿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커피도 커피만의 매력이 있고, 술들도 술만의 매력이 있는데 이 매력과 매력이 만나면 어떤 조화가 일어날까 궁금해서였거든요.
황인규 바리스타는 카페 한쪽에 연습용으로 놓은 스피릿과 커피를 사용해 간단히 창작 커피 칵테일을 만들어 주었다. 놀랍게도 겉모습과 향은 커피인데, 달큼하고 따뜻한 술이 들어갔고, 맛은 시원하고 달콤한 사과주스 맛이 났다. 처음 마셔보는 커피, 처음 마셔보는 칵테일이었다고 할까.
이런 실력자가 운영하는 카페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1시간 30분을 달려가면 나오는 충남 아산의 지중해 마을이다.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불릴 정도로 파란 하늘 아래 하얀색 건물들이 자리 잡은 곳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명소 중 하나다.
Q. 국가대표 바리스타,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느낌의 커피 인 굿 스피릿 챔피언이 이곳 ‘아산 지중해 마을’에 자리를 잡고 활동하시는 게 독특했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이곳에서 카페를 낸 것일까요?
황인규 바리스타 : 사실 아산에 특별히 연고가 있진 않았어요. 그런데 대학을 천안 쪽으로 다니게 되었고, 부모님도 천안으로 귀촌을 하셨어요. 그렇게 이곳을 왕래하다가 천안과 아산 쪽에 카페를 차리고 싶었던 거죠. 커피의 매력을 온전히 보여주는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싶었는데, 이곳 아산의 지중해마을이 눈에 들어왔어요.
Q. 확실히 이국적인 동네분위기도 그렇고, 평일인데도 굉장히 다양한 손님들이 카페를 오가고 있네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실까요?
황인규 바리스타 : 굉장히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는 게 저희의 즐거움이죠. 그중 생각나는 것은 저희 카페에 오셨던 외국인 손님이 기억나요. 한국에 관광을 오셨다가 이곳에 들어오셨는데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리시 커피’라는 메뉴가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마시고 나서 한참을 좋아하시더니, 저에게 휴대폰을 건네주었어요. 휴대전화 번역기를 돌려 전해준 내용이 자신이 여태까지 마셨던 아이리시 커피 중에 최고였다는 말이었어요.
그는 커피와 음료를 통해 손님과 긍정적인 영향을 나누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아이리시 커피는 황인규 바리스타가 출전하는 '커피 인 굿 스피릿'에서 제조해야 하는 필수 메뉴 중 하나였다. 아이리시 커피를 맛있게 마신 외국인 손님의 메시지 덕분에 그 뒤로는 커피에 대한 자신감이 늘고, 음료를 만들 때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해본 계기가 되었다고 하였다.
곧 황인규 바리스타의 아이리시 커피를 맛보게 되었다. 커피 위에 두텁게 크림이 떠있는 '아인슈페너'를 닮았지만 맛과 매력이 전혀 다르다. 달콤한 크림과 쌉쌀한 커피의 맛 이후에 올라오는 따뜻한 위스키의 느낌이 매력적이라고 할까? 그에게 아이리시 커피와 브릭빈 커피 로스터스의 시그니처를 물어보았다.
Q. 커피에 위스키가 굉장히 어울리네요. 아이리시 커피는 어떤 음료인가요?
황인규 바리스타 : 흔히 커피 칵테일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음료입니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아일랜드’에서 만들어졌고요. 아일랜드 공항에서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추위 때문에 승객분들이 몸을 떨면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그런 시간이 있었다 해요. 그때 공항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분이 추위를 녹일 수 있게끔 따뜻한 커피에 위스키를 섞은 다음에 크림을 얹어서 제공했다고 해요. 맛있게도 즐길 수 있지만 몸이 따뜻하게 열도 낼 수 있는 음료라고 볼 수 있죠.
Q. 하지만 브릭빈 커피 로스터스의 시그니처는 따로 있다고 들었어요.
황인규 바리스타 : 아이리쉬 커피는 가장 유명한 커피 칵테일이고, 역사가 있는 음료니까요. 브릭빈 커피 로스터스에만 있는 시그니처들이 있습니다.
Q. 그렇다면 브릭빈 커피 로스터스의 시그니처 음료를 보여주실 수 있나요?
황인규 : 브릭빈 커피 로스터스의 시그니처는 2가지예요. 클라우드 쇼콜라라는 메뉴와, 퓨어 스노우라는 메뉴죠. 두 가지다 커피를 베이스로 하면서 초콜릿이 들어간 음료예요. 일반 대중들이 마셨을 때 맛있고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었어요.
Q. 베이스로 들어간 재료도 잔도 같은 모양이지만, 화이트 초콜릿과 다크 초콜릿을 써서 모습을 다르게 만들어 주셨네요.
황인규 : 처음에는 신랑, 신부를 컨셉으로 만들었는데요. 비슷한 컨셉이지만 맛의 뉘앙스를 다르게 해 보자는 느낌으로 만들었습니다.
황인규 : 클라우드 쇼콜라는 말씀대로 다크 초콜릿을 활용한 커피음료고요. 위에 올라간 초코칩은 ‘누가틴’이라고 불리는 프랑스식 초코칩인데. 깊은 다크 초콜릿과 향긋한 커피의 맛을 느끼고, 부드러운 크림과 함께 바삭한 초코칩의 식감도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시그니처입니다.
황인규 : 퓨어 스노우는 화이트 초콜릿을 베이스로 한 커피음료고요. 설원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하얀 설원 위에 에스프레소가 한 샷 부어지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요. 퓨어 스노우에는 에스프레소가 따로 제공이 돼요. 이걸 잔에 부으면 잔에 에스프레소 레이어 층이 생겨요.
Q.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요소나, 식감, 재미까지 챙긴 것 같아요. 정성스럽게 만들어졌는데 이걸 어떻게 마셔야 하죠.
황인규 : 두 시그니처 모두 일단 섞지 않고 2, 3모금을 드시면 각 층에 있는 제품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요. 그 뒤에 섞어서 마시면 혼합된 느낌의 달콤한 시그니처를 즐길 수 있죠.
클라우드 쇼콜라, 퓨어 스노우 모두 누가 마셔도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맛이다. 하얗고 깨끗한 지중해 마을과 어울리는 느낌의 시그니처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시그니처 창작의 원천은 '일상'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 느끼는 생각, 감정들을 맛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습관적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커피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그 시간에 카페를 한 곳 더 가기 때문)'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최근 2, 3년 사이 커피에 대한 관심과 함께 술에 대해 깊게 파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카페에서 여러 술을 놓고 각자의 시그니처를 만드는 곳들이 늘었다.
커피 칵테일 바들의 탄생이라고 할까? 이 장르를 이끌고 있는 커피 인 굿 스피릿 챔피언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어보았다.
Q. 커피 칵테일이라는 세계를 이끄는 사람으로, 바리스타님과 브릭빈 커피 로스터스의 꿈은 무엇인가요?
황인규 바리스타 : 일단은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가장 큰 목표고요. 이제 나중에는 매장에서 아이리쉬 커피 외에도 저의 커피 칵테일 창작메뉴를 파는 게 작은 목표입니다.
즐거움과 아쉬움, 그리고 많이 마신 잔들을 두고 브릭빈 커피 로스터스를 떠났다. 브릭빈 커피 로스터스는 올해가 세계 대회가 지나면 더욱 대단해진 커피 칵테일을 파는 공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클라우드 쇼콜라와 퓨어 스노우로, 또 밤에는 아이리시 커피를 비롯한 여러 커피 칵테일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커피와 술 두 음료의 믹스를 더욱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