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어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음료시대가 오다
그냥 마시면 심심하지
이렇게 섞어 마시면 맛있다고!
학생들이 얼음컵 하나에 음료 두 개를 놓고 섞고 있다. 카페나 칵테일바가 아닌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풍경에 눈을 의심했다. 드디어 믹솔로지의 시대가 온 거야?
'믹솔로지(Mixology)'란 무엇인가. 믹스(Mix)와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합쳐진 단어다. 술과 음료, 시럽, 과일 등 기존의 재료를 섞어서 새로운 음료를 만드는 기술이다. 믹솔로지의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칵테일의 역사와 함께 존재한 개념이다. 그런데 이 '믹솔로지'가 대중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대중들은 언제부터 음료를 섞어 마시기 시작했을까? 어쩌면 소맥(소주+맥주)부터, 아니 훨씬 더 오래전부터 음료들을 섞어 마셔왔겠지만 대중적으로 믹솔로지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후반이다.
바로 ‘아샷추(아이스티에 샷 추가)’의 시대가 오면서부터다.
아샷추는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한 샷을 추가하여 마시는 음료다. 예상하지 못한 두 음료를 조합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믹솔로지, 좋은 커피칵테일이라고 볼 수 있다.
아샷추 이후에 음료에 커피를 추가하는 여러 음료가 나왔다. 하지만 더욱 큰 빛은 커피가 아닌 곳에서 나왔다.
2023년 위스키의 유행과 함께 위스키에 음료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이 크게 유행했다. 일본에서 인기 있던 하이볼이 한국에서도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관찰 예능’ 덕분이었다. 연예인과 셀럽들이 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무언가를 섞어서 마셨던 것.
이렇게 보통 하이볼이 아닌 ‘얼그레이 하이볼’이 유행하고, 너도 나도 믹솔로지의 세계에 빠지기 시작했다.
빨리 마시고, 많이 마시기를 좋아하던 우리들이 왜 번거롭게 ‘음료 조합’에 매진하게 됐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이다. 시그니처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나 바가 문을 닫으니 소소하게 홈술을 하고, 홈카페를 하면서 커피나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는 소셜미디어의 발전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등 나를 표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이 카페와 술집의 현장이 아닌 모바일 스크린으로 넘어갔다. 내가 마시는 술을 소개하기 위해서, 혹은 시청자들과 함께 마시기 위해 홈카페와 홈텐딩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전문적인 매장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음료를 만들기는 어렵다. 대신 홈카페, 홈텐딩을 알려주는 채널이 늘었으며, 술에 섞으면 한 번에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믹서드링크’도 탄생하게 되었다.
대중의 반응에 음료도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주류시장의 변화가 크다. 위스키 회사들은 ‘홈텐딩 도구’를 만들어 판매하고 ‘하이볼’을 적극 장려한다. 심지어 ‘완성된 하이볼’을 RTD(바로 마시는 음료)로 만들어 출시하고 있다.
전문가나 매니아들이 사용하던, 술에 섞어 칵테일을 만드는 음료 ‘믹서 드링크’나 ‘시럽’의 수요도 늘었다. 단순히 하나의 음료를 완성하려는 게 아니라 여러 음료를 응용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일 테다.
대중들은 언제나 특별한 것을 찾는다. 한때는 제품에 독특한 패키지를 입히는 콜라보레이션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맛과 맛이 만나는 즐거움이 반짝이고 있다.
게다가 맛을 느끼기 이전의 섞는 재미까지 주는 믹솔로지의 시대. 우리는 어디까지 즐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