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시즘

이프로 단종, 사랑은 2%를 남기고

#이야기가 맛있었던 그 음료, 2% 부족할때를 보내며

by 마시즘

길가에 쌓여있는 낙엽은 우리에게 최면을 걸었다. 모여있는 낙엽을 발로 차보기도 하고, 몸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놀이는 이것이었다. 낙엽을 한 움큼 지고 친구에게 던지며 외치는 것이다.


"가! 가란 말이야!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2% 부족할때라는 광고 따라 하기.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정우성이나 장쯔이가 아니고. 한참 낙엽을 헤치다 보면 분노의 경비아저씨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모쪼록 생각만 하면 즐거운 추억이다. 2% 부족할때 오리지널 단종소식을 접하기 전까진 말이다.



가란다고 진짜 가냐, 이프로 부족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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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와 동시에 사람들을 놀라게 한 녀석. 아파트 이름처럼 긴 이름도 충격, 물도 아니고 주스도 아닌 맛은 더 충격, 무엇보다 남녀의 사랑싸움을 보여준 내세운 오늘날 드라마 쇼츠 같은 광고는 대충격이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2000년대 초반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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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월이 흘러 2026년이 되었고 공식적으로 '2% 부족할 때 복숭아 오리지널'의 단종은 결정되었다. 전 국민이 다 아는 브랜드인데 어떻게 된 것일까. 그것은 2% 부족할 때의 성공요인을 보면 알 수 있다.



물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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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할때는 이온음료가 아니다. 과일의 과즙이 조금 들어간 물에 가까운 음료(미과즙 음료)다. 하지만 남양의 니어워터 O2(줄여서 니어워터)가 먼저 세상에 나왔다다. 니어워터는 물에 가까운 음료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하지만 2% 부족할 때는 말했다. "날 물로 보지 마!"


한쪽은 스펙, 한쪽은 감성. 승부는 명확했다. 사람들은 물을 마시고 싶어하지 않았다, 이야기에 목마름을 느끼고 싶었을 뿐이다. 그때 전설이 된 광고가 나왔다.



광고가 맛있는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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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2% 부족할때가 단숨에 시장의 1위로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는 '광고'였다. 낙엽을 던지며 헤어지자고 말하는 남녀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가! 가란 말이야!" "우린 미쳤어"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르는 이 도파민 넘치는 광고는 짧은 드라마였다.


정우성 장쯔이로 시작된 이 광고는 전지현과 조인성으로 이어졌다. 취업에 성공한 여자(전지현)와 취업을 준비 중인 남자(조인성)의 사랑에 대한 갈등은 많은 공감을 일으켰다. 외모는 공감가지 않지만 아무튼 설득력이 있잖아. 남녀의 싸움에는 언제나 같은 음악, 같은 멘트가 나온다.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2% 부족할때"



감성이 사라지고 스펙만이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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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2% 부족할때 오리지널은 이제 단종이 된다. 이제는 사람들이 광고의 이야기와 멘트에 귀를 기울이는 시대가 아니다. 나는 솔로, 환승연애 심지어 연예인을 비롯한 인플루언서의 일거수일투족이 유튜브 쇼츠가 되어 세상을 떠돌아다닌다.


음료적으로 경쟁자들도 늘어났다. 일본 여행의 필수품인 '일로하스 복숭아'가 한국에 출시되었고, 많은 팬을 모았던 링티도 제로 칼로리로 출시되었다. 결국 남은 것은 성분적인 우위를 가지는 것. 그렇게 2% 부족할때는 오리지널은 가버리고 말았다. 제로버전만 남기고.



가버렸지만 돌아올 2%를 기다리며


2% 부족할때가 단종된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에 2%를 마신 적이 언제였지? 분명 음료를 자주 찾지 않았어도, 이 음료가 우리에게 준 추억의 흔적은 짙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란 기대를 갖게도 만든다. 마치 2% 부족할때의 이야기들이 대부분 헤어지기 직전의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이듯. 우리와 2% 부족할때의 이별은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위한 아릿함이 아닐까?


그때의 감성과 이야기, 목마름을 가지고 우리의 2% 채워주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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