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시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시즘 Jun 05. 2017

초여름 더위를 호로요이-땡!

여자친구에게 사랑받는 음료수, 호로요이

여름의 냄새가 제법 나는 6월이 되었지만, 초여름은 어디에 놀러 가기에 애매한 계절이다. 가까운 공원에 피크닉을 가기에 햇살은 너무 강하고 더웠다. 그렇다고 카페나 실내에서 놀기에는 에어컨 때문에 추우니까. "이곳은 덥다. 이곳은 춥다"하는 나의 툴툴댐에 여자친구는 머리에 열을 받기 시작했다.


미리 답을 찾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우리는 가까운 계곡으로 향했다. "차가운 물속에 발을 담그면 (머리에 난 열불이) 시원해질지 몰라" 거기에 여자친구의 기분을 풀어줄 음료수 '호로요이(ほろよい)'를 챙겼기에 걱정은 없었다. 


호로요이, 일본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드디어 도착했다. 아직 관광객들의 발이 닿지 않은 시골 마을은 도시보다 더욱 푸르고 시원했다. 울창한 나무 숲과 계곡, 오밀조밀한 집들의 분위기가 마음을 여유롭게 했다. 여기에 편의점에서 챙겨놓은 호로요이를 꺼내어 놓으니 일본 영화 속에 나오는 동네가 되었다.


호로요이는 소주에 과일의 맛과 향을 믹스한 '츄하이(チュ-ハイ)'다. 일본의 젊은 사람들은 '낮에는 츄하이, 밤에는 하이볼'일 정도로 인기가 있다. 저도수의 부담 없는 취함과 상큼한 과일 맛은 기분 좋게 취하게 만들어 주는데, 이를 일본어로 말하면 '호로요이(기분좋게 취하다)'다.


놓치면 후회할 우리의 스위트 썸머를 위해  

호로요이의 종류는 10가지 넘지만 국내에 출시되는 제품은 3종류에 불과했다. 이번에 그런 아쉬움을 달래줄 시즌 한정판 호로요이가 나왔다. 여름밀감 맛인 '호로요이 스위트 썸머 사워'다. 


평소 호로요이를 좋아했던 여자친구도 "이런 맛이 있었나?" 갸웃했다. 나는 정말 구하기 힘든 6월 한정판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친구의 관심은 노란색의 예쁜 패키지에 쏠려있었다. 


드디어 호로요이 스위트 썸머 사워를 마셔보았다. 여름에 자주 마시는 레모네이드 보다는 달콤하고, 겨울에 자주 먹는 귤보다는 상큼한 느낌. 입안에 금새 번지는 달콤 상큼함이 초여름의 감성과 정말 잘 어울렸다. 술을 마시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아진다. 이러니 안 반하나. 


호로요이를 이해하는 것은 여자친구를 이해하는 것

술은 소주 아니면 맥주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호로요이를 비롯한 츄하이의 등장은 별 것이 아니었다.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게 술이냐"라고 무시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는 적당한 알콜도수와 다양한 맛의 종류는 여자친구의 섬세한 감성을 닮아있다. 


햇볕은 강했지만 울창한 나무에 가려졌다. 더위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초여름의 푸르름이 남았다. 호로요이를 마시며 대화를 하니 서로 아쉬웠던 감정이 풀렸다. "너의 기분을 생각하지 못하고, 이곳은 덥다고 이곳은 춥다고만 말해서 미안해." 호로요이를 마시며 우리의 달콤한 여름을 시작해본다. 요이-땡(준비-시작)!




매거진의 이전글 교황이 세례한 사탄의 음료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