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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Jun 02. 2017

교황이 세례한 사탄의 음료수

이 세 명이 없었다면 우리는 커피를 마시지 못했을 것이다

아침에 한 잔, 점심에 한 잔, 사람들을 만나면 또 한 잔을 마신다. 커피는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수 중 하나다. 만약에 커피가 없었다면 우리는 사람을 만날 장소를 찾기 힘들고, 일이나 공부를 집중해서 하지 못했겠지?


그런데 그 힘든 일이 일어날 뻔했다. 아래의 세 명이 없었다면 우리는 커피 대신 탕약이나 사약을 마시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마시즘은 역사 속에서 커피를 발견하고, 지켜온 세 명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 메신저가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1. 여기 위대한 발견을 한 염소지기가 있다

6세기 에티오피아. 염소를 돌보며 평생을 보낼 줄 알았던 칼디의 눈에 흥미로운 것이 눈에 띈다. 어떤 나무의 열매를 먹은 염소가 날뛰는 것이다. 궁금한 그도 이 붉은 열매를 먹어봤다. 온 신경이 또렷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염소지기는 염소처럼 날뛰며 이맘(이슬람교 지도자)을 찾아간다. 이맘은 열매를 이용하면 밤에 진행되는 종교의식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열매를 건조하고, 물에 끓여 음료를 만들었다. 커피의 탄생이다.


이슬람에서는 알콜을 금지한다. 정신을 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커피의 등장은 술을 못 마시는 이슬람교도들의 합법적인 음료수가 되었다. 메카와 카이로에는 매일 같이 수많은 커피하우스가 생겨났다. 이 사람들이 커피에 취한 것이 분명하다며 종교적 금지가 내려질 정도로.


2. 여기 인생의 문제에 빠진 교황이 있다

16세기 로마. 십자군 전쟁이 진행되며 이슬람의 전유물인 커피가 유럽에 흘러들어간다. 물 아니면 술이었던 유럽인들에게 커피는 충격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소수의 지식인과 예술가가 은밀하게 즐기는 힙한 음료였다.


하지만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이들이 있었다.

이교도들의 음료를 경계하는 신자

사람의 정신을 깨우는 게 두려운 지배층

맥주, 와인을 파는 선술집 사장님들


그들은 이교도들이 즐겼던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고 불렀다. 그리고 교황이었던 클레멘트 8세에게 사악한 커피를 금지시켜달라는 청원을 한다. 그는 결정을 내리기 전 커피의 맛을 보았다.


그렇게 클레멘트 8세는 커피의 맛과 향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결국 그는 "어째서 사탄의 음료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단 말이냐?"라며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린다. "당장 커피에 세례를 내려 사탄을 쫓아내고 이를 진정한 기독교의 음료로 명할지어다"


3. 여기 여전히 의심하는 국왕이 있다

교황의 지지를 등에 업고 커피는 유럽 전역에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커피에 대해 불신하는 이들이 있었다. 18세기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는 커피가 인간은 서서히 죽여간다고 믿었다. 커피는 사람의 정신을 강제로 깨우고, 잠을 못 자게 하기 때문이라는데... 아마 그는 카페인을 너무 잘 받는 체질이었다보다.


그는 커피가 독약임을 증명하기 위해 두 명의 쌍둥이 사형수를 불렀다. 그리고 한 명에게는 커피를 다른 한 명에게는 홍차를 마시게 했다. 의사들은 사형수에게 하루에 3번 한 사발씩 커피와 홍차를 마시게 하고 경과를 보고했다. 흐흐 곧 커피의 독성에 죽겠지?


그렇다. 실험에 참가한 인물 중 사망자가 나왔다. 매일 보고를 하던 의사였다. 그리고 곧이어 다른 의사가 죽었다. 그다음에는 구스타프 3세였다. 암살을 당했다. 남아있는 죄수들은 실험을 계속했다. 최초로 사망한 사형수는 홍차를 마신 사람이었다. 그의 나이 83세였다.


커피를 마신 죄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실험을 기록하는 사람이 없어질 때까지 오래오래 장수를 했다. 그리고 스웨덴 커피 소비가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구스타프 3세의 의문의 커피 홍보대사행.


커피, 근대 이성의 잠을 깨우다

이슬람에서 건너온 커피는 유럽을 정복한다. 커피를 마시기 전의 유럽은 정수가 되지 않은 물 대신에 항상 알콜을 마셔야 했었다. 눈을 뜨고 계속 낮술 한 기분으로 사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커피는 몽롱했던 유럽 사람들의 정신을 또렷하게 깨워준 음료였다.


또 한 가지 커피를 마시는 커피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커피하우스에서는 다양한 토론과 예술활동, 지역의 소식들이 오고 가는 친목의 장이자 막강한 정보를 가진 공간이었다. 오늘날로 치면 인터넷의 역할을 커피하우스가 했던 셈이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며 늘 깨어있고, 토론하고, 교류하던 사람들은 '이성'의 시대인 근대의 문을 연다. 우리가 흔하게 마셔왔던 이 음료수가 새로운 세계,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냈다.


위 글은 올 어바웃 커피(윌리엄 H. 우커스), 역사 한 잔 하실까요(톰 스탠디지)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염소 울음소리를 포함한 메신저 대화 내용은 순전히 제 상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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