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신상털이_트위스트 샷
인파가 가득한 신년 파티장으로 간다. 선물을 주지도, 축하를 나누지도 않을 것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파티 분위기에 어울리는 신상 음료를 마시는 것이다. 약속 장소에 도착을 했는데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지난주에 했잖아! 오랄 때는 잠잠하더니, 왜 일주일이 지나서 뒷북이야??”
깜빡했다. 물론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는 마실 것 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음료신상털이 마시즘이다.
파티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은 3가지가 있다. 외모가 돋보이거나 입담이 빛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따로 준비한 술이 맛있으면 된다. 직접 사 온 술을 마시면 술의 맛으로 그것을 사 온 사람의 캐릭터를 생각하게 된다. “이 녀석 옷은 허수아비인데, 술은 파리 패션위크구나”
지난 <음료던전, 삐에로쑈핑에 가다>에서 ‘칼피스 사와’ 찾기는 대실패였지만, 파티용 술을 하나 샀다. 바로 트위스트 샷(Twisted Shotz)이다. 앙증맞은 컵 안에 두 가지 음료가 들어가 있는데, 마시면 섞여서 멋진 칵테일이 된다.
으악! 이건 사야 해! 비록 4컵에 만원 가까이하는 가격이 눈에 걸렸지만 ‘수입맥주 4캔 만원 세트’를 샀다고 생각하고 흥겹게 구매를 해왔다. 나는 들떠있었다. “신년파티에서 하나씩 나눠 주는 거야!”
그리고 현재. 나는 트위스트 칵테일을 혼자 다 마시게 되었다.
먼저 마신 트위스트 샷은 초록색과 하늘색 모양이 돋보이는 ‘워싱턴 애플’이었다. 색깔을 나눈 이유가 뭘까 싶었는데, 초록 음료에는 상큼한 사과향이, 파란 음료에는 위스키 포스가 느껴졌다.
꼼꼼히 살펴보기에는 너무 앙증맞은 녀석이다. 한입에 털어 넣으니 사과 캔디향이 느껴지다가 목에서 화끈하게 사라졌다. 사과농장이 불타는 기분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절망적일까? 알콜 20도의 맹습에 상큼함에서 화끈함으로 사라지는 느낌이 묘했다. 작은 술이 맵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나 같은 위스키 초보가 마시기에는 맛있는 녀석이다. 하지만 내 몸의 알콜방어력을 알기에 다른 녀석으로 넘어간다. 이 녀석은 스트로베리 선데다. 선데이를 쓰려다가 멈춘 것이 아니다. 선데(Sundae)는 아이스크림에 과일, 견과류를 넣은 디저트를 말한다.
스트로베리 선데는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나뉘어 있다. 빨간색은 딸기향을 넣은 보드카, 하얀색은 크림과 바닐라를 넣은 듯하다.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보통 이런 술은 달콤한 술을 좋아하는 여성들을 위한 것이다. 문제는 내가 더 달콤한 걸 좋아하기에 권해주지 않고 혼자 마신다.
뚜껑 덮개를 열어 자세히 컵을 들여다보았다. 단지 컵 안에 막을 하나 쳐놨을 뿐인데도 재미있어졌다. 훈련된 바텐더가 아닌 일반인도 괜찮은 칵테일을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얼음이나 탄산수를 가지고 있다면 이것을 부어서 나름의 칵테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완제품이 아니라 약간의 노력을 들게 하다니. 음료계의 이케아 비슷한 것이 아닌가. 물론 나는 한 입에 털어 넣었지만.
단점은 달콤한 맛이 강해서 술이라는 느낌이 덜 든다는 것이다. 취하는 줄 모르고 마시다가 파티 분위기를 종결 낼 수 있다. 한 잔, 한 잔 음미하다 보니 벌써 알딸딸한 기분이 올라온다.
파티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외모도 입담도 중요치 않다. 그저 맛있는 술과 즐거운 기분만 있으면 된다. 고생한 어제와 오늘을 기념하며, 즐거울 내일을 기원하며 마시는 것이 파티가 아니겠는가? 과거에는 모두가 모여서 술잔을 나눠야 했다(혼자 마시기에는 술이 크니까)면 이제는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만큼 술들이 작아지고, 특별해지고 있다.
비록 여럿이 모이지 못했지만 즐거운 음주였다. 아니, 나만의 나름 멋진 신년 파티였다. 특별한 술이 있다면, 그 자리는 파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