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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Sep 03. 2020

알콜 탄산수, 하드셀처는 어떻게 미국을 사로잡았을까?

#이름도 생소한 알콜음료가 버드와이저를 이겼다고?

해변, 소파, 파티를 차지하는 술이
미국의 음주 시장을 지배한다

    

맥주와 위스키, 와인이 경합을 벌이는 그곳. 거기에 떠오르는 크래프트 맥주시장까지 춘추전국시대 같은 미국의 주류시장에 떠오르는 녀석은 따로 있었다. 바로 '하드셀처(Hard Seltzer)'다. 우리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알콜과 향이 함유된 탄산수(...)'는 지난해 미국 주류시장의 떠오르는 신인이었다.


2019년에 팔린 하드셀처는 약 34억 달러 정도. 전년도에 비해 226.4%가 증가한 판매량으로(같은 기간 미국의 맥주 판매량은 1% 미만 증가했다) 모든 주류회사가 하드셀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하드셀처는 대체 어떤 매력을 가졌길래 미국의 떠오르는 주류 유망주가 되었을까?



'이게 술이냐'로 시작한 

하드셀처의 탄생

(인싸술이 알고보니 옛날 찐따?, 하드셀처의 역사를 설명하는 밈)

아무리 맛있는 음료도 때를 잘못 만나면 재고가 될 뿐이다. 하드셀처의 시작은 1993년 쿠어스에서 만든 '지마(ZIMA)'를 들 수 있다. 알콜도수가 낮은 탄산음료로 과일향 등을 첨가해 부담을 줄인 제품이다. 쿠어스에서는 이 야심작에 5,000만 달러를 들여 마케팅을 진행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가짜 술'이었다. 결국 지마는 조롱을 받다가 2008년도에 단종이 되었다(허나 일본에서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듯하다).


(하드셀처의 인기로 단종되었던 지마는 한정출시가 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2013년에도 ‘스파이크드 셀처(Spiked Seltzer)’라는 하드 셀처가 출시되기도 했다. 옛날에 있었던 지마나 오늘날의 하드셀처들과 큰 차이는 없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미했다. 


그러다 2016년 무렵부터 '하드셀처'가 마트의 카트, 인터넷의 해시태그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2030대를 대상으로 하드셀처가 먹히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요즘 애들은

술은 마시지만 건강하고 싶거든요?

(하드셀처, 논스톱 시트콤 감성의 술이구나)

하드셀처의 뜬금없는(?) 열풍의 주인공은 미국의 2030대였다. 그들이 술을 선택하는 이유가 달랐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따르면 그들이 하드셀처를 고르는 기준은 일단 '칼로리가 낮아서(하드셀처는 캔당 90~110칼로리로 기존 맥주의 반절 정도 된다)'였다. 술은 마시지만, 건강은 챙기겠다는 아이러니한 욕심을 채워준다고 할까?


거기에 4~6%의 낮은 알콜도수, 그리고 캔에 들어있어 야외나 실내 등에 들고 다니기의 편리함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보다 건강과 편리함으로 바뀌고 있는 소비자 트렌드의 교차점에 '하드셀처'가 있었다는 뜻이다... 는 알콜러의 개인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는 '딱 한 잔만 마실게, 술은 한 잔만 마시면 건강해'같은 이성적인(척) 변명일 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이런 대답을 할 정도로, 하드셀처가 쿨해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복잡한 풍미를 분석하지 않아도 되고, 가볍고, 맛있다. 심지어 길거리 편의점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그리고 그 쿨함의 중심에는 '화이트클로(White-Claw)'라는 제품이 있다.



화이트클로,

여름과 인터넷 밈을 지배하다

(※대사와 짤은 상관이 없습니다)

2016년에 출시된 화이트클로는 미국 하드셀처 시장에서 60%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다. 대중들에게는 화이트클로 = 하드셀처로 인식될 정도로 트렌드를 끌고 가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젊은 느낌의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는 것이다. 보통 미국에서 '맥주 하면 남성', '와인 하면 여성' 등으로 카테고리화 되어있는 주류시장에 남녀 관계없이 타겟층을 넓히고, 쿨하고 즐거운 이미지들로 제품을 소개해 화이트클로하면 여름과 젊음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화이트 클로 썸머(White-Claw Summer)'다. 여름이면 무조건 화이트클로를 마셔야 하는 것. 


(미국 갬성 가득한 화이트클로 밈들)

화이트클로가 날로 성장을 거듭하자. 각종 밈(해외짤)들도 양산이 되어 홍보를 도왔다. 지난해에는 화이트클로가 품귀현상이 일어나자 대표가 '24시간 동안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하고, 수요를 줄이기 위해 광고비를 줄인다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기현상을 좋아하는 젊은 층들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된 것이다.


결국 2019년 화이트클로의 매출은 미국 내 버드와이저 매출을 추월해버렸다(15억 달러). 그야말로 지난해의 주인공. 맥주시장도 와인시장도 모두 하드셀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유행일까 장르일까?

하드셀처의 미래

(버드와이저도, 코로나도 나왔다)

화이트클로의 진격 아래 하드셀처를 출시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가장 큰 라이벌인 '트룰리(Truly Hard Seltzer)'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크래프트 맥주회사에서 만든 것인데 자사의 맥주 제품 판매량을 넘었다고.


이에 유명 주류회사들도 하드셀처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버드와이저를 만드는 AB인베브에서도 하드셀처를 만들고, 보드카 브랜드인 스미노프도 하드셀처를 만들었다. 이름 때문에 뭇매를 맞은 코로나 맥주도 하드셀처를 출시해 나름의 인기를 얻고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2021년까지 25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라 예측을 하고 있다. 


주류의 유행은 기세다. 어떤 술이 인기의 중심을 얻는 데는 오래 쌓아온 역사도 중요하겠지만, 순간적인 트렌드를 캐치하고 올라타는 서핑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해 미국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했던 하드셀처는 코로나 19라는 숙제를 맞이했다. 더욱 달라지는 생활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취향에 발걸음을 맞췄는지로 하드셀처가 잠깐의 유행으로 그칠지, 새로운 새대의 표준이 되는 술이 될지를 점쳐볼 수 있지 않을까? 


※ 하드셀처는 미국을 넘어 해외진출을 하고 있다. 한국에도 '와일드베이슨(Wild Basin)' 하드셀처가 들어왔다. 이슬톡톡, 망고링고 같은 저도수의 술에 익숙한 한국시장이기에 잘 나갈 것 같은 전망과 아직 미국만큼의 뜨거움을 가지지 못하는 콤부차를 생각하면 아직 더 기다려봐야 하지 않을까는 우려가 섞였다는데. 일단 마셔보고 다음을 노려보자(분량 조절의 실패로 제품 리뷰는 다음에!)  


참고문헌

미국 젊은 층, ‘와인’ 대신 ‘하드셀처’로 향한다… 알코올 스파클링 워터의 반란, 유성호, 소믈리에타임즈, 2020.1.30

미국 2030 사로잡은 하드셀처..주류 시장 판도 흔들까, 심현희, 서울신문, 2020.6.13

무알코올 맥주, 하드셀처…저칼로리 술에 빠진 밀레니얼 세대, 신민정, 한겨레, 2020.6.23

미국 맥주시장 흔드는 셀처 비어, 김보라, 한국경제, 2019.9.15

Behind the Meteoric Rise of Hard Seltzer, Samantha Leal, WINE ENTHUSIAST, 2020. 9. 20

Hard seltzer is here to stay, Rebecca Jennings, VOX, 2020.8.20

Hard seltzer storms the light beer fortress, Rabobank, 2019.10.29, Beverage daily

[사진영상] *drinks White Claw once*, Trevor Wallace, 2019.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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