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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Jul 23. 2021

음료는 원래 비건 아니야?
비건음료의 모든 것

#가치소비가 맥주와 우유를 바꾼다고?

나에게는 굳은 믿음이 있었다. 그것은 '인맥보다 치맥'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치맥을 함께 즐기던 친구가 어느 날 치킨, 아니 고기를 입에 대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였다. 인맥도 치맥도 잃어버린 마시즘은 외쳤다. "아니 대체 비건(Vegan)이 뭐길래!"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약 150만명 정도(2018년 기준)로 추산이 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약 15만 명에서 10배나 증가를 한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채식을 하는 것을 넘어, 육식 위주의 식품들을 채식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음료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음료는 고기 맛이 없는데?


오늘 마시즘은 떠오르는 트렌드인 '비건' 그리고 '비건음료'에 관한 이야기다.



내 몸과 환경을 지킨다

채식주의자의 탄생

채식의 기원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인도 불교(살생을 하지 않는다)에서 기원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고대 그리스 피타고라스가 채식주의자였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비건'이라는 말을 만든 사람은 영국의 채식 운동가 '도널드 왓슨'이다. 그는 채식주의자(Vegerarian)의 스펠링 중 앞의 세 글자 'Veg'와 뒤의 두 글자 'an'을 따서 비건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그가 1944년 창간한 계간지 '비건 뉴스'가 오늘날 비건의 시초가 되었다.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일반 대중에게 '비건'이란 건강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거나, 금욕 내지는 고행을 하는 것으로 취급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비건음식 또한 맛으로 즐기며, 비건을 택한다는 것은 내 몸뿐만 아니라 환경보호를 위한 행동으로 인식이 되고 있다. 


현대인들의 식단이 육식 위주로 변하고 있고,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축산업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환경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새로워지는 대중에 맞춰 시장이 변하기 시작했다. 



음료가 모두

비건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비건제품은 단순히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의 수준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보리를 사용하는 맥주, 포도를 사용하는 와인 등 주류는 비건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술을 양조할 때 '청징제(침전물을 걸러서 깨끗하게 만드는 것)'라는 것이 사용된다. 이것은 물고기의 부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동물이 사용되는 것이다. 기네스의 경우는 부레풀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며 256년 만에 양조방법을 바꾸게 되었다. 


(산미구엘과 투우사는 빠질 수 없다. 이 맥주의 기원은 투우사를 하던 스페인 소년으로부터 시작한다)


현대적 양조방법을 적용한 브랜드들은 '부레풀'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산 미구엘 맥주의 경우는 부레풀은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비건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산 미구엘에서 스페인 투우 경기를 후원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브랜드의 활동 때문에 '비건'으로 인정받지 않는 경우들이 존재한다. 단순히 건강이 아니라, 가치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건 이슈가 가장 뜨겁다, 

우유는 비거니즘의 시대

비건이슈가 가장 뜨거운 음료 분야가 있다. 그것은 '우유'다. 소의 젖에서 나온 우유는 비건들이 찾지 않는 식품이다(물론 채식의 단계에 따라 우유를 마시는 부류도 존재한다). 하지만 딱히 비건이 아니더라도 우유를 못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유당불내증'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은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들을 찾았고, 식물성 우유에서 그 답을 찾게 되었다.


유당불내증 그리고 비거니즘의 바람을 타고 식물성 우유(대체유) 시장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이쪽에 뿌리 깊은 나무인 베지밀이 있지만 비건입장에서는 동물에서 유래한 첨가물(비타민D)이 있기 때문에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것. 이 틈을 타고 여러 제품들인 '비건우유'임을 자처하고 나서고 있다.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마시즘이 마셔본 비건음료 5


기존 두유와 달리 '비건음료'들이 다른 것은 무엇일까? 음료의 특성은 비슷하지만 눈에 띄는 차이점들이 조금 있다. 이전까지의 식물성 음료의 느낌이 원료를 느낄 수 있게 무거운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언제든지 마실 수 있게 질감이 가벼워졌다는 것. 그리고 패키지 한편에 비건 마크를 달고 다닌다는 것이다.


1. 아몬드 브리즈

매일유업과 블루다이아몬드사가 합작한 '아몬드 브리즈'는 말 그대로 아몬드로 만든 우유다(사실 아몬드를 짜낸 즙 내지 주스). 2015년 출시 이후 꾸준히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고 인기를 끌고 있다. 두유라고 하면 올드해 보일 수도 있는 요즘 시대에 힙한 식물성 우유로 자리를 잡고 있다.


2. 마일두

두유 역시 비건 친화적으로 바뀌었다. 데일리 비건 마일두는 완두콩 단백질을 사용해 더 우유 느낌이 나는 두유를 만들어 냈다. 두유의 무거운 느낌이라기보다는 가볍게 넘어가는 같은 느낌이랄까? 두유의 미래는 우유를 닮는 것인가 생각이 드는 녀석이다.


3. 마이 오트

고학력자 음료계의 떠오르는 별. 서울대 밥스누에서 만든 '마이 오트'다.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귀리(오트)로 만든 식물성 우유다. 원료로만 따지면 귀리는 단백질 함량이 쌀의 2배. 식이섬유가 쌀의 10배(맛은 마이너스 10배)를 자랑하는 건강식품이다. 여기에 비건까지 지켜냈다.


4. 미유

식물성 음료의 선두주자였던 '아침햇살'은 비건 친화적인 제품을 냈다. 아침햇살의 비건버전. '미유'라는 쌀음료다. 국산 쌀에 쌀눈에 함유된 영양소 '가바(GABA)'를 더했다. 전반적으로 아침햇살에 비해 가벼워진 맛이 난다라고 할까.



소비자가 요구하면

시장은 달라지고 세상도 변한다

(비건라면, 비건햄버거, 비건아이스크림)


어렵고 힘들더라도 '채식을 실천하겠다'는 소비자의 다짐에 시장이 응답한다. 스타벅스는 오래전부터 가능한 메뉴에 한해 우유 대신 '두유'를 선택하는 옵션을 내기도 했다. 카페 프랜차이즈에도 디저트로 '비건 디저트'를 내놓고 있다. 음료를 벗어나면 라면이나 햄버거 등 절대 비건이 될 수 없어 보이던 식품들도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지고 있다. 환경을 위해 치맥을 포기한 나의 친구처럼 말이다.


개인의 건강을 넘어 세상을 바꾸기 위한 가치가 되어버린 '비거니즘'은 어디까지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분명 모든 사람이 비건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여 육식을 조절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 자체가 보다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이 되지 않을까?


참고문헌

비거니즘의 모든 것 10문 10답, 유슬기, 탑클래스, 2021.5

‘비건 아몬드음료 ·비건 간식’ 가볍게 즐기는 ‘비건 인증’ 식품 주목, 육성연, 리얼푸드, 2021.3.31

요즘 대세인 '비건 라이프' 채식주의자가 추천하는 음료, 데일리푸드, 2019.7.19

카페에서도 비건, 지구를 위한 선택, 이예지, Allure, 2021.4.30

웅진식품, 100% 식물성 비건 쌀음료 ‘아침햇살 미유’ 새로나왔어요, 강동완, 머니S, 2021.5.20

'가치소비' 증가에 커지는 비건 시장, 동효정, 스포츠서울, 2020.11.16

비건을 비건이라 하지 못하고… 주류업계 '비건 인증' 안 하는 까닭, 김보현, 비즈한국, 202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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