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시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시즘 Aug 16. 2017

누워서 세계 속으로

덴마크 커핑로드, 유럽의 커피를 탐하다

내 고향 한국은 휴가철이라는데 마시즘은 오늘도 음료수를 마시느라 바쁘다. 전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마시즘의 음료수 시음평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보고 있나 로버트 파커?). 띵동. 함께 편의점 알바를 했던 친구는 착실하게 돈을 모아 유럽에 갔다며 인증샷을 마구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아~ 베를린. 방금 다녀왔었지. 아니었나 마드리드를 먼저 찍었던가? 비행기를 택시처럼 타다 보니까 인증샷 남길 시간도 없구나.


그렇다. 마시즘은 휴일을 맞이해 집구석에서 친구들과 부르마블에 빠져있다. 편의점에 갔다가 재미있는 컨셉의 음료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동원F&B의 덴마크 커핑로드라면 유럽 배낭여행 부럽지 않은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어차피 여행은 먹고, 마시는 것이 전부가 아니던가! 자 함께 주사위를 굴리자.


» 오스트리아 정통커피, 비너멜랑쉬(Wiener Melange)

예술의 국가는 커피도 고급스럽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대중적인 음료인 멜랑쉬(Melange)를 편의점에서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멜랑쉬는 프랑스어로 '섞다'라는 뜻으로 우유 대신 휘핑크림을 얹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부들이 마차 위에서 커피를 흘리지 않도록 휘핑크림을 뿌려줬다고.


비너멜랑쉬는 에스프레소에 크림이 들어가 있어 카푸치노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끝 맛에서 짙은 그림 같은 것이 그려지는데. 바로 흑설탕 특유의 씁쓸한 단맛이 마무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라떼를 마신 기분이다. 실제 멜랑쉬에는 계란 노른자가 들어간다던데, 이거 완전 다방커피네.


» 독일의 향 다르고 맛 다른, 파리제(Pharisaer)

독일은 맥주는 잘 만들지만, 커피에 있어서는 영 잼병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2번째로 커피 수입을 많이 할 정도로 커피를 사랑한다. 그런 독일에서 만들어진 특징적인 커피가 바로 파리제(Pharisaer)다. 어디에서 익숙한 철자라고 생각했다면 교회 좀 다녀본 사람. 그렇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위선자들을 뜻하는 '바리새인'이다. 이 커피에서는 알콜향이 강하게 나기 때문이다.


파리제는 정말 특징이 강한 커피다. 커피에 럼을 추가해서 알콜향을 나게 하는데 마시면서 느끼는 기분이 묘하다. 이건 어렸을 때 아빠 양주 훔쳐먹었을 때의 기분이 든다. 혀는 적당히 달콤한 라떼라고 생각해도, 코는 자꾸 알콜이라고 맛을 속인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지만 나는 이 위선적인 맛이 너무 매력적이다.


» 포르투갈의 에스프레소 라떼, 꼬르따도(Cortado)

항상 궁금했다. 브라질을 식민지 삼았던 포르투갈의 커피는 얼마나 맛있을지. 아마 엄청난 에스프레소만을 마시지 않을까? 하지만 이 사람들도 에스프레소의 강한 맛은 부담스러웠나 보다. 포르투갈의 커피 꼬르따도(Cortado)는 잘라내다(Cutting)라는 뜻을 가졌는데. 스팀밀크를 이용해서 에스프레소의 산미를 잘라낸 커피다.


제법 깔끔하다. 우유의 향이 가득한 보통의 라떼와 달리 커피의 향과 맛을 잘 보존했다. 정말 산미만을 잘라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스팀밀크를 섞은 걸까? 하지만 4개의 커핑로드 중 산미가 끝에 느껴지는 유일한 커피라는 것이 아이러니한 점이다. 과한 맛보다는 커피 본연의 맛을 살린 라떼를 마시고 싶다면 추천한다.


» 스페인의 달콤한 커피 습관, 카페봉봉(Caffe Bombon)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마다 카페봉봉(Caffe Bombon)을 한잔 마신다. 이름도 재미있는 카페봉봉은 스페인어로 사탕 같은 커피를 말한다. 에스프레소에 연유를 1:1의 비율로 섞어 만들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카페사이공'과 같은 연유라떼의 맛. 설탕 요정 백종원씨 대신 마셔보았다.


진짜 달다. 이렇게 달았던 커피를 마신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강도 높은 달콤함이 찾아온다. 게다가 끈적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스킨십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카페봉봉을 다 넘기고 난 코에서는 에스프레소 향이 느껴지는데 '아 이게 커피였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애기입맛인 나에게 딱 어울리는 커피다. 스페인에 가야 할까 봐.


» 커핑로드(Coffing road), 세계의 커피를 한 곳에서 즐기다

한 나라의 음료수에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의 정수가 담겨있는 법이다. 맛의 호불호를 떠나서 이러한 음료수를 가까이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커핑로드의 가격은 2,300원이다. 만약 종류가 더욱 많았다면 비행기 한 번 다녀올 가격으로 세계의 커피들을 모두 정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1시간 만에 브루마블을 마쳤다. "이젠 베를린이라면 신물이 나."라고 말하며 은행에 정산을 했다. 띵동. 아까의 편의점 친구가 또 게시물을 올렸다. 베를린에는 멋진 석양이 지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주사위를 던졌다. "돈 벌자. 이거 말고... 진짜 돈."


» 마시즘 SNS 채널 구독하기

카카오 플러스 친구 : pf.kakao.com/_GEDgd

Facebook :www.facebook.com/masism.kr

매거진의 이전글 야구는 맥주가 반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