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마을공원인증센터

by masissda



2일 차 아침은 상쾌함 반, 고통 반으로 시작됐다.

평소 자전거를 거의 타지 않던 터라 전날 급격한 체력 소모로 무려 12시간을 기절하듯 잤다.

잠들기 전에는 ‘내가 왜 그랬을까… 하지 말 걸…’ 하며 후회와 자책을 곱씹다가 그대로 잠이 든 것 같다.

그렇게 푹 자고 나니 신기하게도 전날의 고생은 잊은 듯 개운하게 눈을 떴다.

하지만 상쾌함을 느낀 것도 잠시, 곧 허벅지와 손목에서 정체 모를 근육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허벅지는 그렇다 쳐도 자전거를 타는데 손목이 아플 줄은 정말 몰랐다.

다행히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손목은 금세 풀렸고

허벅지 근육통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문제는 앉는 순간이었다.

앉으면 이건 고문이구나 싶을 만큼 엉덩이 전체가 아파서 비명이 끙끙거리며 새어 나온다.


그렇게 앉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는 애매한 자세로 절뚝거리다 보니 차라리 이대로 기절해서 푹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초보 라이더에게 저녁 해안도로는 위험했기에 결국 마음은 침대에 두고 몸은 억지로 일으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내 얘기를 듣더니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

“원래 힘들어요~ 사람들 애월이랑 서귀포에서 제일 많이 반납해요.”


그제야 깨달았다. 여행책자에 나오는 ‘2박 3일’, ‘3박 4일’ 코스는 전부 평소에 자전거 타던 사람 기준이었다는 걸. 생각보다 포기하는 사람도 많은데, 실패 후기는 잘 안 남기니까 성공담만 가득했던 거였다.


진작 알았다면 짐부터 줄였을 텐데…

그 말을 들으니 순간적으로 허탈함이 몰려왔다.


하지만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 힘든 구간이었구나..

근데 난 해냈잖아? 자전거 종주 할 만한데?’


이상하게도 묘한 자신감이 차올랐다.




해거름인증센터로 향하는 길목엔 금능석물원이 자리하고 있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이곳은 장인이 수년간 깎아 만든 석조 작품들을 유족들이 정성껏 보존해 공개한 곳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조각상들에 놀라게 된다.


작품의 주제는 주로 제주의 삶과 풍경을 담고 있어 향토적인 분위기가 짙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제주 바람을 맞는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이었다.

마치 제주바람과 씨름하는 지금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웃겼다.


덕분에 잠시나마 마음이 환기되었다. 좋은 작품을 본 기운으로 다시 페달을 밟았고, 해거름인증센터까지 단숨에 도착했다. 여기부터는 첫날 코스보다 사람이 훨씬 적어 라이딩이 한결 쾌적했다.

다음 목적지인 송악산으로 가는 길도 경사가 거의 없어 첫째 날의 고통스러운 언덕길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편안했다.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그리고 조금은 여유롭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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