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쉼터인증센터

by masissda




북서쪽 해안도로는 1km마다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다양한 조형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제주 바다의 풍경도 달라서 멈추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아, 너무 예쁘다! 여기서도 찍어야지!’


용두암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락쉼터 인증센터는 이름처럼 라이더들을 위한 작은 오아시스 같았다.

오토바이든 자전거든 다들 잠시 멈추고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 돌리는 곳.

붉은 해안 울타리와 짙푸른 바다가 겹쳐진 풍경은 마치 그림 같았고 농도 짙은 바람을 맞으며 무리 지어 담소를 나누는 라이더들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다락쉼터에서 애월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4월의 유채꽃이 한창이다. 길가에는 관광버스에서 내린 웃음 가득한 여행객들, 연인, 가족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사이를 아름다운 제주도 바다를 배경으로 긴 머리를 흩날리며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는 나의 모습.


...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현실은 달랐다.

정확히 용두암에서 페달을 밟은 지 30분 만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제주서쪽은 그야말로 언덕의 서막이다.

고도를 계산하지 않은 나는 잦은 오르막의 등장에 당황했는데 기어도 못 바꾸는 초보인지라 오르막이 나오면 자전거를 끌고 내리막에서는 겨우 올라타는 라이딩인지 하이킹인지 모를 바보 같은 짓을 반복했다.


힘겹게 이동한 끝에 고개를 들어보면 절경은커녕 인파의 물결. 도로엔 포토존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과 주차된 차로 혼잡했다.

아름다운 제주를 달린다가 아닌 사람 사이를 통과한다에 가깝달까. 더 슬픈 건 포토존에서 나는 내 사진도 못 찍고 남들 사진만 찍어주다 보니 제주도까지 와서 사진기사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한 줄 알았다.


마침내 애월에 도착했을 때 인스타에서 보고 기대하던 카페와 도넛 가게는 이미 만석 또는 품절.

검색해서 들어간 맛집은 리뷰가 무색하게 맛이 없기까지


식사까지 실패한 채 땀으로 흠뻑 머리도 젖고 화장도 흘러내린 내 옆엔

관광객들이 선글라스 낀 채 편안하게 유채꽃구경을 하고 즐겁게 애월의 바다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과 대비되는 내 모습은

’ 나는 지금 여행을 하는 건가? 아니면 돈 내고 고통받기 체험을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대여소 사장님의 첫마디가 떠올랐다.


“짐이… 너무 많으신데요.”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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