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애월을 거쳐 악명 높은 중문까지 남쪽 코스를 달린 건 정말 고된 여정이었지만 그만큼 경관은 말문이 막힐 만큼 황홀했다.
기암절벽과 태초의 푸른 바다 그리고 제주만의 독특한 색감이 어우러져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는 것 같이 느껴졌다.
제주도를 두 번째 방문하지만 자연은 여전히 나를 놀라게 한다.
그래서 자꾸 힘들어도 멈춰 서서 눈으로 풍경을 새겨 넣는다.
애초에 계획해 둔 관광지는 덜어냈지만 라이딩 중 우연히 마주친 작은 해안가와 절벽 풍경이 오히려 더 오래 마음속에 남았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의 매력은 이렇게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 데 있다.
이번에도 산방산과 중문 사이를 잇는 길 위 안덕계곡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다.
규모는 크진 않아도 회벽빛 돌들 사이로 짙은 빛의 물줄기가 흐르는 모습이 신비로워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 물이 흘러가는 소리만이 남은 그 고요함이 이상하게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법환바당 인증센터에서 출발해 쇠소깍인증센터로 이어지는 길은 황우지 해변과 천지연폭포를 지나는 제주 남부의 자연유산 구간이다.
체력의 한계와 시간 탓에 전부 가지 못했지만
게우지 해안처럼 또 다른 절경이 불쑥불쑥 나타날 때마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꼭 다시 와야지.’
쇠소깍 입구에는 자전거 종주 인증센터가 자리해 있고 관람도 가능하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로 붐비는 그곳에서 눈에 들어온 건 같은 유리병에 반사된 것 같은 맑은 강물이었다.
깎아지른 절벽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다웠지만 생각보다 아담해서 잠시 아쉬움이 스쳤다.
그래도 전통 나무배 테우를 타고 강 위를 천천히 흘러가는 체험은 멋진것 같다.
결국 이번 여행은 관광보다 자전거가 중심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차로는 스쳐 지나갔을 풍경들을 찬찬히 마주할 수 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제주로
다시 돌아오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