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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Feb 03. 2021

집안 물건들의 자가번식설

그러나 매일매일 자가 번식하게 만드는 주범이 있었다

집안에 있는 물건이란 생명체가 매일 우리 집에서 번식 중임을 나는 인정한다. 특히 아이들의 장난감들과 개수대 안 설거지거리들은 잠시 잠깐 여유를 주면, 순식간에 번식한다. 분명 오전에 아이들이 원에 간 시간에 맞춰 정리를 했다. 게다가 애들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각이다. 시계를 본다. 단 10분 안에 온 집안이 이런 식으로 초토화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물리적인 시간과 집안 상태를 대비, 이건 수치상으로도 계산이 되지 않는다.


특히 빨래의 번식설은  가장 설득력이 있다. 빨래통의 빨래들은 매일매일 세탁기를 돌려도 뒤돌아서면 쌓여있다. 마른빨래를 개어 잠시 한 곳에 처박아 둘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걷은 빨래보다 더 많은 옷들이 쌓여서 산을 이룬다는 착각 아닌 착각이 매일매일 든다. 예전엔 집이 좁아 시각적인 대비로만 이를 이해했다. 하지만 빨래 더미들은 그때그때 치워야 한다. 시간을 주면, 자가 번식하는 게 분명하다. 빨래는 자웅동체임이 분명하다.


그러다 내 뒤로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집안에 있는 온갖 것들을 장난감화하는 두 아이들이 놀고 있다. 장난감 수납함에 장난감을 바닥에 탈탈 턴다.  또 뭘 만드는 걸까? 공룡나라일까, 곤충이 산다는 인도네시아 어느 숲일까. 거실에서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첫째와 이를 옆에서 따라 하는 둘째가 동시에 각자의 나라를 만든다. 전엔 보이지도 않았던 물건들도 갑자기 등장한다. 안 쓰는 냄비부터 군고구마 직화 냄비까지 총동원하여 물건들로  어른들은 상상 불가한 세계를 만든다.


이놈들이구나


번식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두 아들들의 만행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아이들과 장난감 이하 집안의 온갖 잡동사니들이 맞장구치며 흥을 돋우는 현장이다. 믿기 어려운 표정으로 이 현장을 직시한다. 다시 물건들을 제자리로 보낼 수는 없다. 이미 이들의 흥은 머릿 끝까지 올라가 있다. 물건들을 철수시키기엔 이미 늦었다. 내내 놀다가 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들고 와 안방에 책더미들이 한쪽에 형성된다. 뒹굴 뒹굴 하다 보면, 나도 같이 잠이 든다.


아이들이 잠든 새벽, 스르르 일어나 거실을 둘러본다.  개수대에 설거지거리들은 다행히 자기 직전, 식기세척기 안으로 안착하는  성공했다. 어느 날은 안착하는데도 실패하기 일쑤다. 그러다 새벽녘에 눈을 뜨면, 그릇들이 높이높이 승천하고 있다.(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어쩌면 집안에 있는 물건들과 쌓여있는 것들엔 생명이 깃들여있고,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집을 그들에게 내어줘야한다. 그러니 나는 집사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것이다. 열심히 치우고 정리하는 집사. 나는 오늘도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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