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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Mar 01. 2021

삼일절이 있어 정말 다행이야

입학식을 연기해준 (대한독립만세를 외쳐주신) 조상님 감사합니다

삼일절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우리의 새학기는 아무런 준비없이 바로 시작되지 않았을까? 대한독립만세를 외쳐준 조상들에게 고맙다. (물론 다른 의미로 더 큰 고마움이 있지만^^;;;) 바로 새학기의 시작을 하루 늦출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유난히 짧은 2월은 속도감도 다른 달과는 다른  같다. 빛의 속도로 소멸된다. 하늘의 유난히 붉은 ,  사라질   하나 같은 달이다. 그런데  다행이다. 3 1일이 공휴일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3월 1일이 아니었다면, 아이는 오늘 입학식을 할 지도 몰랐다. 다행히 입학식은 내일이다. 마치 내 안에서는 내일로 연기되었으니 오늘부터 제대로 준비하자라며 의욕을 내뿜어본다.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아이의 학교생활이 어떻게 될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며칠 전 아이와 함께 학교까지 가보았고, 아이는 그냥 잘 따라주었다. 가끔 몸이 감정을 넘어서는 경우가 생겨 동생과 격하게 놀다가 매번 동생이 우는 패턴을 지켜보며 아이가 학교에서는 어떻게 적응할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학교로 가는 길이 유난히도 멀고 멀었던 나의 유년을 떠올린다. 세상의 모든 학교는 왜 꼭대기에 걸려있는까. 언덕배기를 올라서야 학교 정문에 보였던 그 학교 생각이 유난히도 많이 났다. 나는 학교는 좋았지만, 가는 길은 너무 힘들었다. 그 힘듦에 대해 학교에서도 인지했지는지 그 언덕을 달리기 코스로 지정했다. 걷기, 빠르게 걷기, 좀더 빠르게 걷기, 달리기 등. 총 5개 코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고학년 여학생들이 주로 판넬을 들고 계단에 서있었다. 결국 달리다보면 종주하게 되는 아침 코스. 숨을 헐떡이며 교실로 들어와 안도의 숨을 내쉬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나에게 학교란 정말이지 언덕배기 코스 같은 곳이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 수록 숨을 헐떡일 일이 많아지는 것.


아이에게 학교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아이는 학교 생활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보통의 감각을 지닌 아이면 좋으련만, 많은 부분에서 감각의 촉수를 달고 나와, 예민함을 타고난 아이. 그래서 삶의 고충도 많은 아이이다. (엄마의 유전적인 기질도 한몫함) 무심코 지나쳐도 좋을 자극도 아이에겐 큰 자극이 되어 파도처럼 아이를 뒤덮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불편한 이런 상황이 얼른 제거되길 바라겠지만, 이제 엄마는 없다. 엄마는 그저 아이가 조금씩 무뎌지길 바랄 뿐이다. 아이도 점점 더 알게 될 것이다. 해서는 안 될 일과 해야만 하는 일들. 그럼에도 아직은 몸이 말을 안 들을 것이다.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할 때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오해를 쌓기도 할텐데, 그럴 때마다 아이가 잘 헤쳐나가길 뒤에서 응원할 뿐이다.


1학년 때 짝꿍이었던 지연이와 베스트 프렌드가 되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뜻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그런 말을 했다. 그 친구 집에 딱 한 번 놀러갔는데 옆집 아가를 보며 여러 얘기들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베프란 존재는 내게 희미해졌지만, 그런 행위는 기억남는다. 아이도 친구에 대해 많은 기억과 추억이 쌓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치원에서처럼 아이가 무탈하게 지낸 것처럼 말이다.


매번 공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아이가 대단히 공부를 잘하길 바라는게 아니지만, 공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존감이다. 학교에선 공부를 못하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자기효능감도 추락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공부 할당을 정하기로 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아이의 공부 정서는 좋다. 지난 7년간 덕후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지식 탐구에 대한 열망이 있다. 물론 분야가 확실하지만. 그래서 나는 아이를 지지해주기로 했다. 아이가 좀더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자신의 지식 자랑을 업으로 알고 사는 아이니까 잘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몇 시간씩 공부를 시킨다는 건 아니다. 마치 내가 일정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아이도 매일 할 수 있는 건강한 루틴을 함께 정해 지켜나가는 것이다.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것이지만, 나의 인생은 이제 나의 것이 아님을 안다. 나의 마음은 항상 아이들에게 가있다. 중동의 한 설화가 생각난다. 성인이 된 아들이 아픈 엄마를 숲 속에 버리고 돌아섰다. 그 순간, 아들이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소리를 듣던 엄마가 한 마디한다.  


"아들아 괜찮니?"


나 역시 어떤 순간에도 애들 걱정 먼저하는 걸 보니 엄마가 되긴 한 것 같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난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버려야할까. 아이에 대해 느슨하게 볼 줄 아는 혜안도 비슷한데 나는 매번 눈 앞에 일들이 시급했다. 그러니 아직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가야할 길이 많음을 인정한다.


일단 아들아, 입학을 축하한다.

너의 앞길을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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