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곤충에 대해 진심이었다
내 생물지식의 대부분에 지분은 아들에게 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뭔가에 덕질을 했다. 덩달아 엄마도 바쁘게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됐다. 고래 종류라든가 공룡시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아들로인해 배우게 된 것들이 많다.
그리고 요 몇달전부터 나는 강제적으로 곤충 지식을 쌓아야만했다. 그전까진 아들이 글자를 완전하게 몰라 함께 습득하고, 엄마가 읽어주는 방식으로 익혔다면, 이제는 글자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곤충 지식들을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무슨 말만하면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가 소환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사자들은 떼를 지어다니고, 호랑이는 혼자 사냥한다고 하니 아들의 반응이 이렇다.
"넓적사슴벌레 떼랑 장수풍뎅이 떼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글쎄"
"우리집 넓적이는 힘이 세잖아. 장풍이 이기니까 사슴벌레가 이기지 않을까?"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장풍이는 7센티정도 되고, 넓적이는 8센티잖아 더크잖아"
잠시 아이의 설명을 듣는다.
"나는 코카서스 장수풍뎅이 키우고 싶어. 그런데 외국품종은 우리나라에선 못키워. 그런데 일본에서는 수입해서 키울 수 있대. 아 나 인도네시아 가서 코카서스 잡고 싶다"
온 머릿속이 곤충으로 채워지기 일보직전에 이르렀다. 여기에 외국품종까지 나오면 이제 엄마는 헷갈린다. 그때 아이가 말한 곤충이 헤라헤라인지 헤라헤라 이끼인지 기라파 톱사슴벌레인지 머릿속에서 혼선이 온다. 올 여름엔 종일 곤충채칩을 할꺼라고 지금부터 기대가 크다. 여름방학만 되면, 나는 얼마나 온 산천을 다녀야할지 지금부터 아찔하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아이는 갑자기 뭔가를 쓰기 시작하더니 벽에 종이 한 장을 붙여놓았다. 평소 아이가 생각하는 곤충 철학이 집약된 글이었다. 거실에서 정글탐험대 놀이를 한다더니 이런 글을 쓴 것이다.
평소 아이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곤충을 대했다니 갑자기 숙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