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델리러브 Sep 02. 2021

8살 아이 육아, 부모의 개입은 얼마나 필요할까

육아는 어렵구나


놀이터에서 또래 친구를 만난 첫째가 그 아이와 신나게 놀다가 기분 나쁜 상황이 발생하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또래 친구는 계속해서 첫째에게 말도 없이 첫째의 자전거를 타고 가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더 화가 난 첫째를 보다 못해 내가 나섰다.


" 친구가 자전거 한 바퀴만 타고 와도 되니?"

" 돼. 그런데 제자리에 둬야 해"


그렇게 정리하고 자전거를 타고 온 아이는 놀이터 외곽, 좀 어이없는 장소에 두고 갔다. 그 뒤로도 첫째가 다른 친구들과 노는 사이, 계속해서 자전거를 탔다. 물론 나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이의 엄마는 친구 자전거는 이제 그만 타라고 한 마디 한다. 그런데 그들이 집으로 가고 난 후, 자전거는 놀이터 바닥에 내팽겨진채 있었다. 내가 가서 구석에 세워두었다. 아이의 행동을 어찌할 순 없지만, 좋지 않은 기분은 어쩔 수 없다.


그 아이의 엄마도 놀이터에 내내 나와있었다. 조곤조곤한 말투에 얼굴만 봐도 유순해 보인다. 마음이 평온해서일까?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떤 일이 발생하지는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 집도 첫째와 둘째가 4살 차이다. 둘 사이의 트러블이 거의 없다는 것이 놀라웠다. 첫째가 다 이해해주는 편이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우리 집은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대쪽 같은 첫째도 첫째지만, 꼬박꼬박 말대답하고 하고 싶은 말 다하는 둘째 사이에서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보아하니 그 집 4살 아이는 말을 잘 못한다. 덩치는 비슷한데 말은 아직 너무 아기다. 그래서 형이 동생을 더 잘 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아이의 성격은 엄마를 닮은게 아닐까. 아마도 엄마가 예민하지 않으니 그 집 아이도 예민하진 않은 것 같다. 아이는 순해 보였고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릴만한 성격으로 보였다.


그 엄마의 조곤조곤 육아법은 굉장히 인상적이고 나도 배울 점이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자기 물건에 예민한 첫째를 낳은 엄마로서 나 역시 소유권에 예민한 편이다. 나도 그렇고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의 허락을 받기 전까진 절대 물건에 손대지 않는다. 그런데 그 집 아이는 양해를 구하지 않고 계속해서 남의 자전거를 타고, 타고난 후 제대로 세워두지도 않고 방치하다시피 가는 행위는 좀 불쾌했다. 이 불쾌한 감정은 그 아이가 아니라 그 아이의 엄마에게 드는 감정이다. 나의 경우, 우리 아이가 그렇게 뒀다면 내가 세워서 한쪽에 두고 왔을 것이다. 놀이터에서 내내 앉아있던 그 엄마는 자전거를 보진 못했던 걸까.


잘은 모르겠다. 예의를 강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지만, 예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처럼 결벽증까지 가질 필요는 없지만) 남의 자전거를 타면 주인에게 허락받고, 원래 있던 자리에 잘 세워두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우리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죽돌이라 할 수 있는 아이가 다가와 얘기한다.


"이 자전거 한 번 타도 돼요?"


그렇게 한 번 단지를 돌고 온 아이는 한 번만 더 타도 되냐고 물었다. 타도 된다고 했더니 한 바퀴 돌고 제자리에 세워두었다. 앞서 보였던 아이와는 다른 태도였다.


8살은 아직 어려서 사태 파악이나 상황판단이 부족한 나이다. 어느 선에선 부모의 개입이 필요한  같다.  다른 첫째 친구를   느꼈던 생각이기도 하다. 놀이터에 친구와 만나 놀기로  자리. 핸드폰을 들고  게임을 하던  아이를 보면서, 아이 엄마가 아이가 원하면 공부도  시킬 것이고(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됨), 게임도 하고 싶으면  하게  거라고 하더니  아이는 진짜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놀다보면 아이들이 알아서 하겠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그런데 뭔가 석연치않다. 육아에 있어서 어느 선까지 개입하느냐는 참으로 어렵지만, 뭔가 문제가 보인다면 아이에게 인지시켜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밤 10시 이후 배고프다며 이것저것 먹던 아이에게 이제는 물이나 우유를 준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이런 개입도 하고 있다. 나의 경우, 적당히 개입하는 게 맞는 것 같긴 하지만 소아비만 예방과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니... 다행히 두 아이 모두 엄마 말을 잘 따라준다. 어쩜 나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건 아닌지,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건 아닌지, 나의 언어를 점검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집에 엄마를 좋아하는 남자가 하나 있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