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어렵구나
놀이터에서 또래 친구를 만난 첫째가 그 아이와 신나게 놀다가 기분 나쁜 상황이 발생하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또래 친구는 계속해서 첫째에게 말도 없이 첫째의 자전거를 타고 가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더 화가 난 첫째를 보다 못해 내가 나섰다.
" 친구가 자전거 한 바퀴만 타고 와도 되니?"
" 돼. 그런데 제자리에 둬야 해"
그렇게 정리하고 자전거를 타고 온 아이는 놀이터 외곽, 좀 어이없는 장소에 두고 갔다. 그 뒤로도 첫째가 다른 친구들과 노는 사이, 계속해서 자전거를 탔다. 물론 나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이의 엄마는 친구 자전거는 이제 그만 타라고 한 마디 한다. 그런데 그들이 집으로 가고 난 후, 자전거는 놀이터 바닥에 내팽겨진채 있었다. 내가 가서 구석에 세워두었다. 아이의 행동을 어찌할 순 없지만, 좋지 않은 기분은 어쩔 수 없다.
그 아이의 엄마도 놀이터에 내내 나와있었다. 조곤조곤한 말투에 얼굴만 봐도 유순해 보인다. 마음이 평온해서일까?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떤 일이 발생하지는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 집도 첫째와 둘째가 4살 차이다. 둘 사이의 트러블이 거의 없다는 것이 놀라웠다. 첫째가 다 이해해주는 편이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우리 집은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대쪽 같은 첫째도 첫째지만, 꼬박꼬박 말대답하고 하고 싶은 말 다하는 둘째 사이에서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보아하니 그 집 4살 아이는 말을 잘 못한다. 덩치는 비슷한데 말은 아직 너무 아기다. 그래서 형이 동생을 더 잘 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아이의 성격은 엄마를 닮은게 아닐까. 아마도 엄마가 예민하지 않으니 그 집 아이도 예민하진 않은 것 같다. 아이는 순해 보였고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릴만한 성격으로 보였다.
그 엄마의 조곤조곤 육아법은 굉장히 인상적이고 나도 배울 점이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자기 물건에 예민한 첫째를 낳은 엄마로서 나 역시 소유권에 예민한 편이다. 나도 그렇고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의 허락을 받기 전까진 절대 물건에 손대지 않는다. 그런데 그 집 아이는 양해를 구하지 않고 계속해서 남의 자전거를 타고, 타고난 후 제대로 세워두지도 않고 방치하다시피 가는 행위는 좀 불쾌했다. 이 불쾌한 감정은 그 아이가 아니라 그 아이의 엄마에게 드는 감정이다. 나의 경우, 우리 아이가 그렇게 뒀다면 내가 세워서 한쪽에 두고 왔을 것이다. 놀이터에서 내내 앉아있던 그 엄마는 자전거를 보진 못했던 걸까.
잘은 모르겠다. 예의를 강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지만, 예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처럼 결벽증까지 가질 필요는 없지만) 남의 자전거를 타면 주인에게 허락받고, 원래 있던 자리에 잘 세워두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우리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죽돌이라 할 수 있는 아이가 다가와 얘기한다.
"이 자전거 한 번 타도 돼요?"
그렇게 한 번 단지를 돌고 온 아이는 한 번만 더 타도 되냐고 물었다. 타도 된다고 했더니 한 바퀴 돌고 제자리에 세워두었다. 앞서 보였던 아이와는 다른 태도였다.
8살은 아직 어려서 사태 파악이나 상황판단이 부족한 나이다. 어느 선에선 부모의 개입이 필요한 것 같다. 또 다른 첫째 친구를 볼 때 느꼈던 생각이기도 하다. 놀이터에 친구와 만나 놀기로 한 자리. 핸드폰을 들고 와 게임을 하던 그 아이를 보면서, 아이 엄마가 아이가 원하면 공부도 안 시킬 것이고(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됨), 게임도 하고 싶으면 다 하게 둘 거라고 하더니 그 아이는 진짜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놀다보면 아이들이 알아서 하겠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그런데 뭔가 석연치않다. 육아에 있어서 어느 선까지 개입하느냐는 참으로 어렵지만, 뭔가 문제가 보인다면 아이에게 인지시켜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밤 10시 이후 배고프다며 이것저것 먹던 아이에게 이제는 물이나 우유를 준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이런 개입도 하고 있다. 나의 경우, 적당히 개입하는 게 맞는 것 같긴 하지만 소아비만 예방과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니... 다행히 두 아이 모두 엄마 말을 잘 따라준다. 어쩜 나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건 아닌지,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건 아닌지, 나의 언어를 점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