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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Nov 19. 2021

투명인간이 되는 꿈, 내가 되는 꿈

카페 안에서 찾은 자유?

작은 프랜차이즈 커피점에 갔다. 요새 들어 자주 들리려고 하는 곳이다. 내 지구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오전 시간에는 몸을 움직이려고 한다. 몸을 움직인다는 건 뇌의 활성화를 요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사실 내 소망은 내가 사라지는 것. 나의 존재가 눈에 띄지 않는 것, 먼지 같은 삶을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실제로 그 작은 카페에서 투명 인간의 꿈을 실현했다. 분명 무인 계산대에서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아이스가 아닌 핫이었고, 나는 한 30분 정도 내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싼 가격의 카페가 가장 걸맞는 장소이다. 



하지만 동네 카페 주인들은 기막힌 기억력을 탑재하고 있어 한 번 스친 얼굴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자신의 기억력을 최대한 동원해 온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친절함으로 무장해 손님을 대한다. 다시는 새로 생긴 근처 카페에 발을 디딜 수 없게 하기 위해 최대한 과장해서 인사한다. 별거 아닌 일에 미안해하고, 손님의 직업을 궁금해한다. 그래서 내가 노트북을 들고 가면, 작가냐며 무슨 일하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별다른 대구를 하지 않았다.



그날도 나는 투명 인간처럼 그 카페에 앉아있었다. 마침 열 댓명 모인 아줌마 모임이 있었다. 방금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무리들이다. 그들은 거의 매일 아침 이곳에서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그들 바로 옆자리가 부담스러워 옆자리의 앞자리에 앉았다. 피한다고는 했지만, 작은 카페라 말소리가 잘 전단된다. 



그녀들은 여행을 갈망했다. 제주도 여행 얘기부터 제주도 여행에 시어른들을 모시고 간 얘기들, 얘기를 주도하는 이의 아이 여행 사진까지. 그들은 이미 제주도에 머물러있었다. 제주도에서 벌어졌던 온갖 과거들이 시제와 상관없이 터져나왔다. 그들은 맛집을 공유했고, 여행지를 자랑했다. 그리고 언젠가 떠날 여행을 꿈꾸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노트북 타자소리가 울린다. 그들의 말소리가 잠시 정전이 나가듯 정적 상태가 된다. 나의 노트북은 유난히도 딱딱 소리를 냈고, 갑자기 그들은 말을 멈췄다. 자신들의 수다가 공허하는 생각을 한 걸까? 그들은 갑자기 동시에 자리를 떴다. 카페 주인도 갑자기 그들이 자리를 뜬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항상 몰려와 1시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던 단골들이라고 했다. 그들이 이 아침에 찾아와 갑자기 가버린 이유를 물어도 시원스런 답을 얻지 못했다.



나의 존재는 이곳에서 투명인간이 되길 바랬는데 뭔가 내가 거슬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 같이 짜장면 먹는데 혼자 구석에서 볶음밥 먹는 꼴이라고나 할까? 이를 테면, 나는 노밀가루를 선언했다. 하여 중국집에서 짜장면이나 짬뽕, 탕수육과 친해질 수 없다고 주변에 선을 그은 느낌이다. 내가 그은 선 밖의 사람들은 나란 존재가 거슬렸던게 아닐까. 나의 타자소리가 마치 시위를 하는 것 같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며칠 후, 놀라운 경험을 했다. 오후에 잠시 그 카페에 들렸다. 무인 계산대에서 카페라테를 시키고 늘 앉던 자리에 앉아있었다. 주인이 카페라테 나왔어요라고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다만, 주인은 계속 알바에게 물었다. 



"안에 누가 있나 봐봐"



알바는 좌석 쪽으로 다가와서 눈으로 흩고 간다.



"아무도 없어요."



"그래, 안에 사람 없어?"



다시 한 번 둘러본다.



"네. 아무도 없는데요."



순간 나는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의 소망이었으니 열렬히 그 순간을 만끽했다. 알바에게 하이파이브를 날리고 싶었지만, 가만히 앉아 있었다. 주인이 결국 나를 발견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투명인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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