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의 속사정
네 얼굴에 새겨진 빗금
깊어가는 주름 사이로 빗겨가던 나의 시선
바람은 차고
꽁꽁 얼어붙은 네 얼굴은 쨍그랑 소리를 낸다.
'늙어가고 있어'
너의 한숨 소리에 나도 거울을 본다
우리의 얼굴은 지도가 되어
헤매던 길들을 얼굴에 새겨
길과 길 사이에 만들어진 웅덩이 안엔
긴 시간, 우리가 내뱉은 한숨들이 고여있는데
나는 가끔 모른척 밟고 지나가지
너는 알듯 말듯한 표정으로 웅덩이에 빠지지
웅덩이를 가장 쉽고 빠르게 건너가는 법
시간과 동일선상에 서서 발걸음을 맞추는 것
서로가 서로 옆에 있겠다고 예의를 지켜주는 것
그러다 훌쩍 먼저 가는 시간이 야속하다 원망하지 않는 것
그렇게 늙어가고 있어
그렇게 지도를, 세계를, 우주를 만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