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의 쓸모

그 반지는 그냥 반지가 아닌데

내 어린 날, 기쁨의 시절

by 델리러브

기억 속의 그 금반지. 내가 제비뽑기로 뽑은 계모임의 그 반지. 탐욕 가득한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서 내가 건진 수확물. 대물을 건지자 피라미처럼 쪼그라든 아줌마들의 욕망, 그것이 피식 풍선 바람 빠지듯 쪼그라들던 그 순간.


나는 만선을 이끈 선장이 되어 배를 몰아 집까지 왔고, 엄마를 기다렸네. 반지는 하나가 아닌 두 개. 금 두 돈 쌍가락지가 주는 묵직한 충만함. 엄마가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 나는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었을까?


그로부터 30년 후, 그 쌍가락지는 불시에 새언니 예물함에 들어가 버렸네. 엄마는 그때의 나를 기억해주지 않았네. 그 순간 쓸쓸하게 바닥을 쓸고 다니던 그때의 나를 소환하는 나의 기억.


바닥에 쓰러져도 아무도 나를 일으켜주지 않았던 내 어린 날, 내가 뽑은 그 동그라미가 그려진 종이를 들고, 엄마가 오길 기다렸네. 엄마가 좋아하겠지라는 단순한 기쁨에 사로잡혔던 순간, 나는 어렸고, 엄마도 젊었던 한 시절이 가도록 쌍가락지는 여전히 황금빛 시간을 품고 있었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듯 엄마를 우러러봤고, 엄마가 따뜻한 구름 같아 울컥했던 그 때. 엄마의 기분이 오늘만은 나로 인해 좋았길. 나는 갑자기 어른이 된 것처럼 어깨를 폈고, 밤이 되길 기다렸던 시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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