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emann: Sonata in D major, TWV 44:1
구름 낀 아침, 2025년에 이어 올해도 마스터스를 품은 로리 매킬로이(Rory McIlroy)의 고백을 읽었습니다. 실패 뒤에도 다시 일어서는 마음으로 게오르크 필리프 텔레만(Georg Philipp Telemann)의 「소나타 D장조 TWV 44:1」을 듣습니다.
구름이 보이는 아침입니다.
하루 종일 흐릴 것 같습니다. 비라도 내릴 듯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며칠 전 금요일, 짧은 불합격 메시지 하나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이런 일에 조금 익숙해질 때도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그래서였는지 로리 매킬로이(Rory McIlroy)의 기사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매킬로이는 제가 오래전부터 응원해온 선수입니다. 단지 골프를 잘해서가 아닙니다. 그는 실패를 겪고도 다시 서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매킬로이는 젊은 나이에 이미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2011년 US오픈(U.S. Open), 2012년과 2014년 PGA 챔피언십(PGA Championship), 2014년 디 오픈(The Open)을 우승했습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눈앞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하나, 마스터스(Masters)는 오래도록 그의 것이 되지 않았습니다.
2015년부터 마스터스에 나설 때마다 그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Augusta National Golf Club)에 들어서며 같은 질문을 마주해야 했다고 합니다.
“이번엔 우승할 수 있을까?”
이 문장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질문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될까. 이번에도 안 되면 어쩌나. 다시 기대해도 괜찮을까. 실패가 반복되면 기대하는 일도 조심스러워집니다. 매킬로이에게 마스터스는 단순한 대회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선수였지만, 끝내 닿지 못한 하나의 자리였습니다. 사람들은 해마다 그를 지켜봤고, 그는 해마다 같은 기대와 부담 속에서 그 코스에 섰습니다.
그는 2025년 마스터스를 앞두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사랑에 빠지는 것을 피하는 때가 있지 않나. 인간은 본능적으로 상처받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에 주춤하게 되는 게 있다. 의식적이었든 무의식적이었든 한동안 내가 골프 코스에서 그랬다. 상처가 두려워 100%를 쏟지 않으려 했을 때가 있었다.”
이 말을 읽고 한동안 멈췄습니다.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실패가 반복되면 마음을 다 쓰는 일도 두려워집니다. 다시 실망할까 봐 기대를 줄입니다. 또 아플까 봐 간절하지 않은 척합니다.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매킬로이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삶은 계속되더라. 툭툭 털어내고 다시 나아가면서 모자라고 아픈 부분을 다 드러내놓는 것도 편해졌다.”
이 문장도 오래 남았습니다. 삶은 계속된다는 말은 흔한 말입니다. 하지만 오래 실패해본 사람이 하는 말은 다르게 들렸습니다. 아무렇지 않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아픈 것은 아픈 대로 남아 있지만, 그래도 다시 걸어가야 한다는 뜻에 가까울 것입니다.
저도 그 문장을 읽으며 많은 생각했습니다. 나도 다시 한번 일어서야겠다. 불합격 메시지 하나에 마음이 무너지고, 나의 쓸모를 묻게 되는 날이 있어도, 거기에서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실패가 나를 전부 설명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번일지라도 안좋은 결과가 남은 삶을 모두 정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매킬로이는 끝내 다시 섰습니다. 2025년 마스터스에서 저스틴 로즈(Justin Rose)를 플레이오프 끝에 꺾고, 오랫동안 남아 있던 마지막 문을 열었습니다. 이 우승으로 그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습니다. 로이터(Reuters)는 그가 진 사라젠(Gene Sarazen), 벤 호건(Ben Hogan), 게리 플레이어(Gary Player),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 타이거 우즈(Tiger Woods)에 이어 남자 골프 4대 메이저를 모두 우승한 선수 대열에 합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에도 그는 다시 마스터스 정상에 올랐습니다. 스카이스포츠(Sky Sports)는 매킬로이가 타이거 우즈 이후 처음으로 마스터스 2연패를 이룬 선수가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이 단순한 우승보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오랫동안 닿지 못했던 자리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다시 서고, 다시 걸어간 사람의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매킬로이를 응원해온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저는 그의 실력보다 그의 태도를 더 존중합니다.
오늘 아침 게오르크 필리프 텔레만(Georg Philipp Telemann)의 「소나타 D장조 TWV 44:1」 들으며 그 마음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 곡은 밝게 시작하고, 잠시 느려지고, 다시 앞으로 가는 음악이었습니다. 상처가 없어서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있어도 다시 움직이는 음악처럼 들렸습니다.
텔레만은 1681년 독일 마그데부르크(Magdeburg)에서 태어나 1767년 함부르크(Hamburg)에서 세상을 떠난 후기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입니다. 그는 바흐(Johann Sebastian Bach), 헨델(George Frideric Handel)과 같은 시대를 살았고, 교회음악과 세속음악을 폭넓게 남겼습니다. 브리태니커(Britannica)는 텔레만을 후기 바로크 시대의 독일 작곡가로 설명하며, 작은 칸타타부터 대규모 성악·기악 작품까지 다양한 교회음악을 썼었던 음악가라고 소개합니다.
텔레만이 살던 시대의 음악은 지금처럼 공연장 안에만 머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교회, 궁정, 시민 모임, 축제, 연회가 음악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음악은 사람들의 생활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텔레만은 그런 시대의 흐름을 잘 읽은 작곡가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독일 음악의 단단함, 이탈리아 음악의 밝은 선율, 프랑스 음악의 우아함을 자기 음악 안에 자연스럽게 담았습니다.
https://youtu.be/xx8ooc-s7OQ?si=qPyfwaUzp0YpRq8M
이 연주는 브레머 바로크오케스트라(Bremer Barockorchester)가 2021년 10월 1일 독일 브레멘의 '우리 사랑하는 성모 교회'에서 녹음한 영상입니다.
Introduzione (0:00) 트럼펫의 밝고 분명한 소리가 먼저 들립니다. 하지만 소리가 과하게 앞서지는 않습니다. 현악기들이 뒤에서 받쳐주고, 하프시코드와 오르간, 류트와 기타가 아래에서 흐름을 잡아줍니다. 이 소리는 오늘 아침의 흐린 하늘을 단번에 맑게 바꾸지는 못해도,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느낌입니다.
Sinfonia (0:57) 음악이 조금 더 활발해집니다. 바이올린들이 짧은 선율을 주고받고, 트럼펫은 중요한 순간마다 힘을 보탭니다. 마치 매킬로이가 다시 코스 위에 서서 스윙을 준비하는 결심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각 악기가 자기 자리를 지키며 서로를 이어주고 받쳐줍니다.
Largo (3:55) 밝은 흐름이 잠시 가라앉습니다. 음악은 느려지고 소리는 차분해집니다. 이 부분이 제게는 가장 오래 남았고,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트럼펫은 뒤로 물러나고 현악기들이 조용히 속삭입니다. 매킬로이가 홀로 견뎌온 10년의 기다림, 그리고 우리가 실패 뒤에 삼켰던 질문들이 이 선율 속에 놓여 있는 듯 합니다. 섣불리 위로하려 들지 않고 그저 곁에 머물러주는 시간이지 않을까요?
Vivace (6:54) 마지막은 다시 생기를 되찾습니다. 하지만 처음의 밝음과는 결이 다릅니다. 고요한 시간을 통과해온 뒤의 더 단단해진 밝음입니다.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선언보다는 “그러니 다시 가보자”는 조용한 격려 같습니다.
독일 브레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브레머 바로크오케스트라가 연주했습니다.
트럼펫: 율리안 치머만(Julian Zimmermann)은 곡의 첫인상을 만들며 밝은 힘을 더하면서도 다른 악기들과의 균형을 잃지 않습니다.
현악기: 스테파노 로시, 메엘리스 오르그세, 애니 가드, 하비에르 루피아녜스(제1바이올린), 카티아 비엘, 안나 스탄키에비치, 이시드로 알바레알(제2바이올린) 등 섬세한 연주자들이 참여했습니다.
통주저음: 류트와 기타(우고 미겔 데 로다스 산체스), 하프시코드와 오르간(나딘 렘메르트)이 음악의 바닥을 단단하게 지탱합니다.
성당의 자연스러운 울림은 오래된 이 음악을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들리는 생생한 위로로 만들어줍니다.
텔레만의 「소나타 D장조 TWV 44:1」은 밝게 시작하고, 잠시 느려졌다가, 다시 앞으로 갑니다. 오늘은 그 흐름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매킬로이는 여러 해 동안 마스터스 앞에서 멈춰 섰지만, 끝내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의 말을 읽으며 저도 생각했습니다. 실패가 반복되어도 거기에서 끝낼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구름 낀 아침입니다. 비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이 음악을 들으며 다시 마음을 세워봅니다. 오늘도 완전히 괜찮지 않을 수 있고, 답을 다 찾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킬로이가 그랬듯이, 실패가 끝은 아닐 것입니다. 텔레만의 이 음악처럼, 잠시 멈춘 뒤에도 다시 앞으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마침)
참고자료
Reuters, “McIlroy willing to get heart broken in bid for Masters glory”, 2025년 4월 8일
URL: https://www.reuters.com/sports/golf/mcilroy-willing-get-heart-broken-bid-masters-glory-2025-04-08/
Reuters, “Rory’s time! McIlroy wins Masters to complete career Grand Slam”, 2025년 4월 13일
URL: https://www.reuters.com/sports/golf/mcilroy-wins-masters-complete-career-grand-slam-2025-04-13/
Sky Sports, “The Masters 2026 - final round: Rory McIlroy clinches back-to-back titles at Augusta National”, 2026년 4월 13일
URL: https://www.skysports.com/golf/live-blog/12176/13530569/the-masters-2026-final-round-live-latest-updates-highlights-scores-as-rory-mcilroy-chases-major-victory-at-augusta-national
Sky Sports, “The Masters: Rory McIlroy defends title and makes more major history after thrilling one-shot win at Augusta National”, 2026년 4월 13일
URL: https://www.skysports.com/golf/news/12176/13531129/the-masters-rory-mcilroy-defends-title-and-makes-more-major-history-after-thrilling-one-shot-win-at-augusta-national
Bremer Barockorchester, “The fine taste”
URL: https://bremer-barockorchester.de/en/bbo-barockumzu/the-fine-taste
IMSLP, “Sonata in D major, TWV 44:1 (Telemann, Georg Philipp)”
URL: https://imslp.org/wiki/Sonata_in_D_major%2C_TWV_44%3A1_%28Telemann%2C_Georg_Philipp%29
YouTube, “G. Ph. Telemann: Sonata in D major, TWV 44:1 – Bremer Barockorchester”
URL: https://www.youtube.com/watch?v=xx8ooc-s7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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