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 한파가 다시 온 아침
아침 공기가 너무 차갑습니다. 언론에서는 오늘 한파가 더 강해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도 안팎까지 내려갈 수 있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 체감온도는 더 낮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추운 날씨가 되면 나는 게을러집니다. 밖에 나가는 것도 여러 겹의 옷을 껴입어야 하고, 찬바람을 맞으며 새로 나온 책을 구경하러 가는 일조차 귀찮아집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도 괜히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마음이 앞섭니다. 그냥 시체처럼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자고, 유튜브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죠.
그렇게 보내면 그 날은 편한데, 다음 날은 후회가 밀려옵니다. 하루를 정말 아무 가치 없이 흘려보낸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귀찮아도 몸을 일으킵니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정리하고, 옷을 입고, 찬바람 속으로 나왔습니다.
걸어가면서 평소 보고 싶었던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봅니다. “뭐 하세요?”라고요. 한참 답이 없다가 한두 시간 뒤에 “집입니다”라는 답이 오면, 저도 그 사람이 귀찮은가 보다 싶어서 “네”라고만 답하고 대화를 닫아버립니다.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 추위보다 더 차가운 것이 하루에 섞여 들어오는 기분이 듭니다.
여느 날과 같이 스터디카페에 앉아 책을 펼칩니다. 요즘은 머릿속 잡념이 책 한 페이지를 읽는 일을 계속 방해합니다. 한 문장을 읽고도 다시 돌아가게 되고, 속도가 더디고, 그만큼 더 지칩니다. 얼마 읽지도 못했는데, 이미 에너지가 빠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시 집으로 가서 차를 가지고 나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시골 길이라도 한 번 달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한파와 강풍이 예보된 날에는, 걸음을 크게 내딛기보다 속도를 낮추는 선택이 오히려 현실적일 때가 있습니다.
IL DIVO의 「Adagio」는 ‘알비노니( Tomaso Albinoni )의 아다지오’로 널리 알려진 선율을 바탕으로 합니다. 지금 감상할 「Adagio in G minor」는 레모 지아초토( Remo Giazotto )가 1958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지아초토는 이 곡을 1958년 이탈리아 출판사 리코르디( Ricordi )를 통해 내면서, “알비노니의 저음(통주저음) 단편과 두 개의 주제 단서에 근거해 완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알비노니의 곡이냐, 지아초토의 창작이냐’ 논쟁이 이어졌지만, 발표 주체와 발표 연도는 1958년 지아초토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선율은 시간이 지나며 초기에는 ‘연주곡’이었는데 노랫말을 붙여 ‘노래’로 전환된 곡입니다. 그 흐름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성악 버전이 라라 파비안( Lara Fabian )의 「Adagio」(1999)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라라 파비안의 버전은 원래 기악으로 알려졌던 선율을 가사가 있는 발라드로 바꿔 놓았습니다. 이를 IL DIVO 남성 성악그룹은 성악 버전을 다시 가져와 4인 크로스오버(테너·바리톤) 편성으로 재구성해 불렀습니다. IL DIVO의 「Adagio」는 2008년 앨범 《The Promise》에 수록되며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https://youtu.be/w77SFM7Fksc?si=EdsYa7ode7LE7LJj
이 곡은 피아노와 첼로의 선율로 서정적으로 시작됩니다. 무척 익숙한 연주음입니다. 길게 이어지는 첼로의 음이 곡전체의 분위기를 예고하는 느낌입니다. 그 선율 위에 IL DIVO 남성그룹의 보컬이 차례로 얹혀집니다. 1명이 멜로디를 시작하고, 다음 사람이 같은 선율을 이어받는 방식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한 명의 독백”이라기보다 4명이 돌아가면서 설명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멤버들의 각각 개성있는 보컬의 색이 바뀌는 순간을 감상하는 것도 이 곡을 듣는 재미입니다.
첫 구절이 “Non so dove trovarti, non so come cercarti…”(어디서 당신을 찾아야 할지,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연주가 분위기를 알려준다면, 첫 가사는 이 곡의 주제를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중간으로 넘어가면 곡이 음역과 음량이 바뀝니다. 여기서 멤버들이 각자의 성부를 맡아 부릅니다. 합창처럼. 혼자 부르던 구간이 둘이 되고, 셋이 되고, 마침내 네 사람이 동시에 들어오며 곡이 웅장해집니다.
결말의 클라이맥스는 IL DIVO 스타일이 가장 분명해지는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그룹은 느린 속도에서 성부가 동시에 같은 가사를 강한 목소리로 밀어 클라이맥스를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짧게 고음으로 정점을 찍고 곧바로 다시 낮추며 마무리합니다. 이 때문에 IL DIVO의「Adagio」는 원래 연주곡과 다른 색의 잔향이 남는 발라드 노래로 기억됩니다.
IL DIVO는 2003년 영국에서 결성된 다국적 남성 보컬 4인조 그룹입니다. 프로듀서 사이먼 코웰(Simon Cowell)이 ‘성악 발성으로 대중가요를 부르는 팀’을 목표로 기획한 프로젝트 그룹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 포레스텔라, 라포엠 등 그룹과 같죠.
초기 멤버는 우르스 뷜러(Urs Bühler, 스위스·테너), 데이비드 밀러(David Miller, 미국·테너), 세바스티앙 이잠바르(Sébastien Izambard, 프랑스·보컬), 카를로스 마린(Carlos Marín, 스페인·바리톤)이었고, 카를로스 마린이 2021년 사망한 뒤에는 **스티븐 라브리(Steven LaBrie, 바리톤)**가 합류해 현재 라인업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클래식 크로스오버(operatic pop)로 분류되며, 핵심은 익숙한 멜로디를 여러 언어(영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 등)로, 4성부(테너·바리톤)의 교대와 합창으로 재구성해 들려준다는 점입니다. 한 사람이 곡을 끝까지 끌고 가기보다, 구간마다 멜로디를 주고받고 후반부에 4명이 함께 소리를 키우는 구조가 대표적입니다. 이 방식 덕분에 IL DIVO는 2004년 데뷔 앨범 《Il Divo》를 시작으로 월드 투어 중심의 활동을 이어왔고, 공식 소개 기준으로는 누적 3천만 장 이상 판매 같은 글로벌 성과를 내며 장르 자체를 대중적으로 확장시킨 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 감상한 「Adagio」는 IL DIVO가 2008년 앨범 《The Promise》에 담아 널리 알려진 곡입니다. 원래 기악 선율을 바탕으로 한 ‘노래’ 버전을 4인 보컬 편성으로 정리해 부른 곡으로 많은 음악 애호인들을 위해 불러주는 이들의 단골 레퍼토리입니다. IL DIVO는 이런 방식으로 “오페라 무대의 성악”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오케스트라 편곡과 대중적 곡 구성 위에 성악 발성을 얹어 ‘클래식과 팝의 사이’를 한 팀의 레퍼토리로 만들어 왔습니다.
강한 추위로 하루를 통째로 놓치지 않길...
오늘 같이 추운 날씨에는 무엇을 하든 서두르게 됩니다. 아침에 담배 한개피도 평소보다 빨리, 그리고 짧게 피우고 실내로 후다닥 들어오게 됩니다. 추워서, 바람이 세서, 몸이 덜덜덜 떨리고 한기가 인내심을 지우기 때문입니다.
이런 날은 오히려 밖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실내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실내에서 책도 읽고, OTT를 통해 영화를 보거나 못보았던 드라마를 한꺼번에 다 보는 것도 즐거움이죠. 그러나 나는 오늘 차를 몰고 시골길을 가려합니다. 물론 차안에서 드라이브 하며 시골의 겨울풍경을 눈에 담고 오려고 합니다.
한파가 하루를 움츠러들게 만들더라도, 그 움츠러듦을 이유로 하루를 통째로 놓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자동차안에 음악을 크게 틀어두고, 멋지게 드라이브하고 오겠습니다.(마침)
#mason의아침음악 #냉동고추위 #ILDIVO #Adagio #겨울아침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