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음악] 멘델스존의 '헤브리디스 서곡'
새해가 시작되었고, 연휴가 끝났습니다. 오늘은 첫 출근하는 날입니다. 또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24절기 가운데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입니다.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날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봄을 알리는 만큼 세워둔 목표와 다짐을 이제 하나씩 실천해 나가기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의 「헤브리디스 서곡(The Hebrides Overture)」을 선곡했습니다.
약 200년전인 1829년 여름, 스무 살의 독일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1809–1847)은 영국과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던 중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멘델스존은 여행을 통해 마음에 남은 장면을 음악으로 옮겨 적어두었습니다. 자연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작곡가였고, 그래서 풍경을 보면서도 계속 ‘소리의 형태’를 찾았던 사람이었다고 저는 이해합니다.
그 여행에서 멘델스존이 건너간 곳 가운데 하나가 스코틀랜드 서해안의 작은 섬, 스태파 섬(Staffa)이고, 그 섬의 유명한 바닷동굴이 핑갈의 동굴(Fingal’s Cave)입니다. 동굴 안쪽까지 파도가 들어오고, 바위가 소리를 받아 다시 돌려주는 곳입니다. 육각형 현무암 기둥이 벽처럼 서 있다는 설명은 사진으로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파도가 저 깊은 동굴 안으로 들어오면 소리가 길게 울린다고 합니다. 멘델스존은 그 울림을 몇 마디 선율로 적었습니다.
멘델스존은 그날의 인상을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이를 함께 적어 보냈습니다. 이 편지와 스케치는 현재 뉴욕의 Morgan Library & Museum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여행의 감상이 실제 악보로 남아 있는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저는 이 대목이 좋습니다. 그 몇 마디가 결국 「헤브리디스 서곡(The Hebrides Overture), Op. 26, MWV P7」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곡이 재미있는 건, 감동을 바로 쏟아낸 즉흥곡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멘델스존은 이 서곡을 몇 해 동안 붙잡고 고치고 다듬었습니다. 그래서 이 음악은 여행의 ‘기념품’이라기보다, 기억을 오래 붙잡고 정리한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제목도 초기에 「외로운 섬(Die einsame Insel)」처럼 불리다가, 나중에는 스코틀랜드 군도의 이름을 따라 「헤브리디스(The Hebrides)」로 정리되고, ‘핑갈의 동굴(Fingal’s Cave)’이라는 이름이 부제로 붙였습니다.
이 서곡은 바다처럼 반복되는 움직임이 있고, 그 위에 음향이 조금씩 달라지며 스코틀랜드 군도 풍경의 다른 결들을 보여줍니다. 파도는 한 번 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오고 가니까, 음악도 그렇게 흘러갑니다. 저는 그 점이 새해 첫 출근과 묘하게 닮아 있다고 느낍니다. 오늘 하루가 ‘결과’가 되지는 않겠지만, 계속해서 달라지는 풍경처럼 하루하루의 흐름이 서서히 변화되어가는 순간은 될 수 있으니까요.
스태파 섬의 바다와 동굴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멘델스존이 적어 보낸 몇 마디는 200년 가까운 시간을 건너, 여전히 무대에서 연주되어 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음악을, 설 연휴가 끝나고 첫 출근하는 아침에 맞춰 조용히 꺼내 듣습니다.
Mendelssohn: The Hebrides Overture, Op. 26, MWV P7 "Fingal's Cave"
(London Symphony Orchestra ·지휘자 : Claudio Abbado)
https://youtu.be/zcogD-hHEYs?si=PfgtmVA00pHOpa-x
이 곡은 단일 악장(약 10~11분)으로 된 콘서트 서곡입니다. 형식은 소나타 형식에 가깝지만, 극적 대비보다 풍경의 인상과 움직임을 중심에 둡니다.
도입부는 비올라와 첼로가 낮은 음역에서 제시하는 파도를 연상하는 선율로 시작합니다. 이 8마디 주제가 곡 전체의 핵심입니다. 잔잔하지만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이 어 목관에서 보다 노래하듯 등장합니다. 바다의 거친 모습보다,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전개부에서는 음형이 점차 커지며 바다의 움직임이 격해집니다. 현악의 트레몰로와 금관의 강조가 파도의 힘을 표현합니다.
결말부에서는 처음의 파도 동기가 돌아오지만, 처음과는 다르게 깊어지는 느낌입니다. 곡은 극적인 종결보다 서서히 가라앉는 듯 마무리됩니다.
이 곡은 표제음악이지만, 구체적인 사건을 묘사하기보다 자연의 풍경을 그립니다. 베를리오즈나 리스트처럼 극적인 효과를 앞세우기보다, 연주의 색채와 흐름을 통해 풍경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감상하는 이 곡을 지휘하는 음악가는 이탈리아 출신의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 1933–2014)이며, 베를린 필하모닉과 빈 국립오페라 등에서 활동한 바 있습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ondon Symphony Orchestra)와도 오랜 협업을 해왔습니다.
아바도의 해석은 대체로 투명하고 균형 잡힌 음향을 특징으로 합니다. 과장된 해석보다는 악보에 충실한 흐름을 유지하는 스타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긴 쉼 뒤, 첫 출근 아침
설 연휴 후 첫 출근일인 오늘 아침은 쌀쌀합니다. 절기로는 따뜻해지며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이지만, 오히려 어제보다 더 춥습니다. 전국적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바람도 조금 강하게 분다고 합니다. 계절은 앞으로 가고 있는데, 기온은 잠시 겨울로 되돌아간 듯합니다.
달력은 이미 새해로 넘어왔고, 마음속 계획도 정리해 두었지만 몸과 생각은 아직 천천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바다의 물결이 한 번에 계절을 바꾸지 않듯, 시간도 조금씩 자리를 옮깁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계획을 실천하다 보면 좋은 결실이 오지 않을까요.
긴 휴식 뒤의 출근이라 몸도 뻐근하고 피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새해에 세워놓은 계획을 하루하루 조금씩 해나갔을 때의 결실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 견디고 버티는 날이었으면 합니다.
https://blog.naver.com/mason_0354/223764576498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