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음악] Schubert 즉흥곡 4번
“I would know by what authority, I mean lawful authority, I am called hither.”
“In the name of the Commons of England…”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누구의 권한으로 짐을 재판하느냐?”
“국민의 이름으로...”
라고 의역하곤 한다.
이는 1649년 1월 20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의 웨스트민스터 홀(Westminster Hall)에서 열린 영국 국왕 찰스 1세(Charles I)의 재판에서 오간 말이다. 당시 영국은 내전(English Civil War, 1642–1651) 이후였고, 의회군이 승리한 상태였다.
1649년 1월 27일 찰스 1세는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1월 30일 런던 화이트홀(Whitehall)에서 공개 처형되었다. 이는 유럽 역사상 처음으로 재판 절차를 거쳐 국왕이 처형된 사건이었다.
어제 12·3 불법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선고에서 영국의 찰스 1세 재판 사례가 판결문에 인용되었다. 재판 주심인 지귀연 판사는 판결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왕과 의회가 세금 징수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다가 찰스 1세가 군대를 이끌고 의회에 난입해 강제로 의회를 해산시킨 일이 있었다”며 “결국 그는 반역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판결은 왕이 국가에 대해 반역을 저질렀다는 점을 명백히 인정한 사건”이라고 인용했다.
지 판사는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의회에 대한 공격은 왕이라 하더라도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반역죄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에 앞서 오늘 아침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민주주의가 훼손될 뻔한 비상계엄을 국민이 막아내고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냈으며, 전 세계가 배워야 할 모델이라는 점이 추천 이유로 언급되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등 전·현직 정치학회 회장 4명은 평화 집회에 나서 비상계엄을 저지한 한국 시민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추천인에는 파블로 오냐테 스페인 발렌시아 대학 교수, 데이비드 패럴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 교수, 아줄 아구이알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학 교수가 포함되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정치학자들이 모두 와서 한국을 봤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어두운 시대에 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한국이 솔선수범해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두 가지 일을 보면 왕이라도 반역죄를 물을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게 된다. 결국 국민이 정해놓은 헌법은 왕이나 대통령 역시 지켜야 한다는 무거운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Schubert Impromptus Op.90, D.899 No.4 in A flat Major(임동혁 피아니스트 연주)
오늘은 슈베르트가 서른 살이던 해인 1827년에 작곡한 즉흥곡 Op.90, D.899 제4번을 선곡했다.
그는 이미 1823년 무렵 매독에 감염되었고, 이후 건강은 점점 나빠졌다. 치료법이 거의 없던 시대였다. 몸 상태는 일정하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않았다.
같은 해 3월에는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베토벤을 깊이 존경했고, 자신이 그 뒤를 잇는 작곡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도 느꼈다. 이 시기에 작곡된 작품이 Op.90, D.899 즉흥곡 1번부터 4번까지 네 곡이다.
이 곡은 진짜 즉흥연주처럼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출판사 Haslinger가 판매를 위해 “Impromptu”라는 제목을 붙였다. 당시에는 비교적 짧고 개별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시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감상할 D.899 제4번은 슈베르트의 즉흥곡 가운데 2번과 함께 가장 널리 연주되는 곡으로 소개된다.
https://youtu.be/yVFiPwSc5lI?si=G6xIi4h1zFzrz5bk
이 곡은 A♭장조로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피아노 위에 왼손의 느린 터치 위에 오른손의 터치가 빠르게 움직이며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숲에서 작은 새들이 짧게 울음을 주고받는 듯한 인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왼손은 일정한 리듬으로 바닥을 잡아주고, 그 위에서 오른손의 음형이 계속 이어집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정돈된 움직임입니다.
이 곡의 구조는 한 멜로디가 다시 돌아오고, 그 사이에 다른 부분이 끼어드는 한 주제를 반복하는 론도 형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듣다 보면 “아, 이 부분이 다시 나오는구나”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같은 길을 다시 걷는 느낌이지만, 그 사이를 지나면서 공기의 결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중간에는 분위기가 분명히 바뀌는 구간이 있습니다. 병행단조인 F minor로 전환되면서 화성이 어두워지고 긴장이 생깁니다. 같은 숲인데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순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봄이 왔지만 아직 겨울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장면입니다. 이때 음악은 잠시 무게를 얻고, 마음도 자연스럽게 긴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밝은 장조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처음과 완전히 같은 느낌은 아닙니다. 한 번 차가운 바람을 지나온 뒤의 공기처럼, 밝음 속에 깊이가 더해집니다. 그래서 이 곡은 단순히 빠르고 화려한 곡이 아니라, 밝음과 긴장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빠른 움직임 속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점이 이 곡의 매력입니다.
기준이 흔들리지 않을 때
오늘 아침, 동네 산책하면서 날씨가 은근히 춥게 느껴집니다. 바람도 약간 강하게 불어 체감 기온은 영하에 가까운 듯 합니다. 예보를 보면 낮 기온은 10도 이상 오른다고 하니, 하루 사이의 일교차가 15도 가까이 벌어질 듯합니다. 계절은 분명히 앞으로 가고 있지만, 아직 겨울이 남아 있습니다.
어제 윤석열 전 대통령 선고에서 인용된 영국의 찰스 1세 왕에 대한 재판에서 “국민의 이름으로.”라는 인용문이 머리에 남습니다. 이는 누군가를 벌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권력도 결국 같은 기준 안에 서야 한다는 당시 영국 국민들의 선언인 것으로 이해됩니다. 헌법과 제도는 특정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 감상한 슈베르트의 즉흥곡 4번처럼, 밝은 흐름 속에도 잠시 단조의 긴장이 스칩니다. 그러나 그 긴장은 다시 균형으로 돌아오기 위한 과정으로 들립니다. 기준이 흔들리지 않을 때, 음악도 삶도 제자리를 찾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절기입니다. 감기 기운이 쉽게 들고, 피로도 오래 남게 되죠. 외투를 한 겹 더 챙기고, 무리하지 않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