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春分] "봄 햇살 엄마가 되고 싶다"

-이해인 수녀님의 詩 '춘분일기' 中

by 메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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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은 태양이 하늘의 적도를 통과하는 순간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절기입니다. 올해는 오늘 3월 20일입니다. 24절기 가운데 네 번째입니다.


이 날은 흔히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낮이 조금 더 깁니다. 태양이 대기 굴절로 인해 실제보다 먼저 떠오르고 늦게 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춘분은 완전히 같은 날이라기보다 계절의 균형이 바뀌는 기준점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날을 중심으로 농사와 생활, 국가 운영까지 정리해왔기 때문입니다.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켈트 문화 등 여러 문명은 춘분을 기준으로 농사와 제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켈트 문화에서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축제로 춘분을 기념했습니다. 기독교에서도 춘분은 매우 중요한 기준입니다.


325년 제1차 니케아 공의회에서는 부활절 날짜를 “춘분 이후 첫 보름달 다음 첫 일요일”로 정했습니다. 이 기준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달력의 오차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율리우스력은 128년에 하루씩 오차가 누적되었고, 16세기에는 춘분 날짜가 실제보다 약 10일 앞당겨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황 그레고리오 13세는 1582년 그레고리력을 도입하여 춘분을 다시 3월 21일 기준으로 맞추었습니다. 즉, 달력 자체가 춘분을 기준으로 다시 설계된 것입니다.


‘봄햇살 엄마같은, 공평한 세상의 누이 같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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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이 쓰신 「춘분일기」에 나오는 구절을 필사했습니다.

수녀님은 누구에게나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주는 공평한 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낮과 밤이 나뉘지 않고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상태.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춘분을 ‘균형’의 날로 이해해왔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은 춘분이라는 절기의 의미처럼 '봄 햇살을 골고루 나누어 주는 엄마'와 '어느 쪽에도 기울어지지 않은 누이'가 되고 싶어 아름다운 문장으로 남기지 않았을까요?


우리 조상에게 춘분은 어떤 날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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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고려의 기록을 보면 춘분은 단순히 “봄이다” 하고 지나가는 날이 아니었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에는 춘분에 빙고를 열고 사한제와 관련한 제의가 논의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사한제 항목도 고려사 예조 기록을 바탕으로, 얼음을 저장할 때와 꺼낼 때 제사를 올렸다고 설명합니다.


춘분은 얼음을 꺼내는 시기와 연결되어 있었고, 이 점만 보아도 궁중에서 절기가 얼마나 실무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다뤄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겨울을 저장하는 국가 운영이 끝나고, 봄의 행정이 시작되는 날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성종실록에는 춘분과 추분에 노인성 제사를 논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노인성은 장수와 태평을 상징하는 별로 여겨졌고, 춘분은 그 별의 출몰과 연결되어 예제 논의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절기는 단순한 농사 일정표 뿐 만 아니라, 하늘의 질서를 국가 의례와 연결하는 고리였습니다. 조선이 하늘을 관찰한 이유는 질서와 통치를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춘분 무렵 사람들이 나이떡을 먹고, 머슴떡을 나누고, 볶은 콩을 먹었다고 전합니다. 나이떡은 가족이 자신의 나이 수대로 먹는 떡이었고, 머슴떡은 농사철을 앞두고 일꾼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비는 의미를 가졌습니다. 볶은 콩을 먹으면 쥐와 새가 곡식을 해치지 않는다고 믿은 풍속도 함께 전해집니다. 이쯤 되면 춘분은 절기이기 전에 “집안과 들판이 동시에 바빠지는 날”이었습니다.


이 대목이 참 좋습니다. 조정은 얼음 창고를 열고 별의 출몰을 따졌고, 마을은 떡을 만들고 콩을 볶고 들로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같은 춘분인데 한쪽은 예제와 관측의 언어로, 다른 한쪽은 음식과 농사의 언어로 살았습니다. 절기라는 것은 결국 한 나라의 위에서 아래까지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날짜를 다르게 살아내는 방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기록을 읽을수록 더 분명해집니다.


춘분이 지나면 농가에서는 무엇을 했나

316610_320462_2142.png (출처 : 인천투데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춘분 이후 농가에서 봄보리를 갈고 춘경(봄철 논밭 가는일)을 하며 담을 고치고 들나물을 캐 먹었다고 전합니다. 달력 한 줄로 보면 건조한 설명 같지만, 이 안에는 봄 농사의 첫 장면이 거의 다 들어 있습니다. 흙을 뒤집고, 무너진 담을 손보고, 농기구를 챙기고, 겨우내 움츠린 몸을 밖으로 내보내는 일이 한꺼번에 시작됩니다.


2026년 벚꽃 등 개화시기

농촌진흥청과 산림청 자료를 함께 보면, 춘분이 실제 자연 변화와도 밀접하게 맞물린다는 점이 보입니다. 산림청은 올해 봄철 꽃나무 개화 예측에서 전국 평균 만개 시기를 생강나무 3월 26일, 진달래 4월 3일, 벚나무류 4월 7일로 전망했습니다. 기상청은 매년 벚꽃 개화 현황을 별도 관측하고 있고, 농촌진흥청은 봄나물의 영양과 계절성을 꾸준히 소개합니다.

올해 벚꽃 개화, 평년보다 2~7일 정도 빠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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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절정 시기는 개화 후 만개까지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서귀포에서는 4월 1일 이후, 남부지방에서는 4월 1일 ~4월 9일경, 중부지방에서는 4월 7~14일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서울은 4월 3일 개화하여, 4월 10일경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벚꽃의 개화는 3월 중 기온변화에 따른 영향이 크므로 개화예상시기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벚꽃 개화 특성

- 벚꽃의 개화일은 표준목의 경우 벚나무 한 그루 중 세 송이 이상이 완전히 피었을 때를 말한다. 군락지의 경우에는 군락지를 대표하는 1~7그루의 나무에서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피었을 때를 말한다.

- 개화시기는 2월과 3월의 기온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며, 또한 이 기간 중의 일조시간, 강수량 등도 개화시기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개화 직전의 날씨변화에 따라 개화예상일과 다소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 벚꽃은 평균적으로 개화일로부터 약 7일 후에 절정기를 이루며, 동일 위도에서 고도가 100m 높아짐에 따라 평균 2일 정도 늦게 개화한다.

- 개화예상기준은 기상청 각 기상관서 표준목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같은 지역이라도 벚나무의 품종, 수령, 성장상태나 주변 환경여건 등에 따라 개화시기는 차이가 날 수 있다.(출처 : 웨더아이)


춘분은 단지 상징적인 봄의 시작이 아니라, 며칠 뒤 실제로 꽃과 나물이 따라오는 시간표이기도 합니다. 절기가 감각과 멀어진 시대라고 하지만, 행정기관이 지금도 꽃의 개화와 봄나물 정보를 따로 관리한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봄은 여전히 예측되고, 기록되고, 기다려지는 계절입니다.

%25EC%25B0%25B8%25.jpg?type=w450_fst_n (참취나물)

봄나물 이야기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냉이, 달래, 쑥, 참취 같은 이름은 한국인에게 거의 봄의 다른 이름처럼 들립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봄나물 관련 자료에서 비타민과 풍부한 영양, 계절 식재료로서의 장점을 설명해 왔고, 참취에 대해서는 면역 활성과 관련한 연구 결과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옛사람에게 들나물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겨울을 지나온 몸이 다시 계절과 연결되는 방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춘분 음식 이야기는 결국 몸의 시간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춘분에 먹는 음식, 속담, 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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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의 음식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나이떡, 머슴떡, 봄나물, 볶은 콩처럼 이름만 들어도 생활 냄새가 납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이를 절기 음식과 풍속으로 설명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모두가 실용과 기원을 함께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떡은 공동체를 묶는 음식이었고, 볶은 콩은 새와 쥐를 막는 주술적 믿음과 연결되었으며, 봄나물은 겨울을 건넌 몸의 식탁을 바꾸는 계절 음식이었습니다. 절기 음식은 맛 이전에 생활의 논리였습니다.


춘분 관련 속담은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농사의 때를 중시하는 말들이 많습니다. 절기 전체를 다룬 백과 자료가 설명하듯 24절기는 기후의 표준점이었고, 농가에서는 이 표준점을 바탕으로 파종과 준비 시기를 조정했습니다. 그래서 춘분 무렵의 금기나 속담을 읽어보면, 미신이라기보다는 계절을 놓치지 않으려는 생활 지혜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농경사회에서 가장 큰 금기는 사실 절기를 모르고 때를 놓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춘분과 관련된 금기와 속담은 많지는 않지만, 농사와 연결된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춘분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춘분 지나야 농사 시작한다”

이는 자연의 흐름을 기준으로 생활을 조율했던 시대의 기록입니다.


서양과 세계의 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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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은 동아시아만의 절기가 아닙니다. 유엔은 Nowruz를 춘분 무렵, 보통 3월 20일이나 21일에 맞아오는 봄의 새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도 Nowruz를 여러 나라가 공유하는 무형유산으로 다루며, 다양한 의례와 음식, 공연, 공동체 행사가 이어지는 문화적 시간으로 설명합니다. 이란과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남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춘분은 달력 한 장을 넘기는 날이 아니라 한 해를 새로 여는 날입니다. 동아시아에서 설날이 갖는 위상과 비슷한 감각이 여기에 있습니다.

Nowruz가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전통이 단지 오래된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유엔총회는 2010년 3월 21일을 International Day of Nowruz로 인정했고, 유네스코는 여러 국가가 함께 계승하는 문화유산으로 이 전통을 다뤄 왔습니다. 올해 유엔 사무총장도 평화와 연대의 메시지를 담아 Nowruz를 언급했습니다. 춘분은 천문 현상이지만, 어떤 문화권에서는 국제사회가 공식 기념하는 새해의 문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춘분이 지금도 공휴일입니다. 도쿄 관광 공식 안내에 따르면 춘분의 날을 “자연을 기리고 살아 있는 것을 아끼는 날”이라고 설명합니다. 날짜는 해마다 천문 계산에 따라 3월 20일 또는 21일 전후로 정해집니다. 서양의 일부 지역에서 춘분이 축제나 종교적 계산의 기준이라면, 일본에서는 지금도 생활 달력 속 휴일로 살아 있는 셈입니다.

고대 유적도 춘분에 사람을 불러 모읍니다. 잉글랜드의 스톤헨지는 영국문화유산청이 춘분과 추분, 하지와 동지에 맞춰 특별 개방을 안내할 만큼 계절 천문 현상과 강하게 연결된 장소입니다. 멕시코의 치첸이트사에서는 INAH가 춘분 무렵 쿠쿨칸 피라미드에 내려오는 뱀 형상의 그림자를 소개합니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태양의 움직임을 단지 계산한 것이 아니라, 돌과 건축물과 도시 배치 속에 새겨 넣었습니다. 춘분은 그래서 자연현상이면서 동시에 문명의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나이떡을 먹고 봄나물을 캐고, 이란권에서는 새해 상을 차리고, 일본에서는 공휴일을 보내고, 영국과 멕시코에서는 사람들이 유적으로 몰려가 태양의 방향을 봅니다. 문화는 달라도, 인간은 비슷한 방식으로 “이제 계절이 넘어간다”는 사실을 몸으로 확인해 왔습니다. 춘분은 언제나 계산과 체험이 함께 가는 날이었습니다.


지금의 우리가 춘분에 하면 좋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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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은 특별한 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조용한 날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접근하면 좋습니다.

생활 리듬을 한 번 점검해보기

미뤄둔 일을 다시 시작해보기

가볍게 밖을 걸어보기

생활을 크게 바꿀 필요 없습니다.

춘분은 원래 조용히 방향을 맞추는 날이라고 생각됩니다.


봄이 왔다는 소식을 알리는 절기

춘분은 봄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절기입니다. 꽃이 만개하는 날도 아니고, 세상이 한순간에 달라지는 날도 아닙니다. 다만 태양이 적도를 건너고, 달력은 방향을 틀고, 사람은 이제 겨울을 조금 덜 생각하게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춘분은 조용하지만 중요합니다.

우리 조상은 이 무렵 떡을 만들고, 콩을 볶고, 들로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궁중은 얼음 창고를 열고 제를 논했으며, 다른 문화권에서는 새해를 맞고, 어떤 사람들은 거대한 유적 앞에 서서 태양의 방향을 확인합니다. 방식은 달라도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겨울의 시간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춘분은 거창하지 않지만, 내일 주말을 맞아 집안을 대청소하면 어떨까요? 겨울내내 쌓인 먼지, 겨울 옷들을 정리하여 집안에 봄 맞이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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