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zt - Hungarian Rhapsody No.2
꽃이 자기 속도로 피어나듯, 사람도 흙을 딛고 자기 리듬으로 살아갑니다.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의 「헝가리 광시곡 2번(Hungarian Rhapsody No. 2)」을 통해 느린 숨에서 다시 힘찬 걸음으로 나아가는 시간을 만납니다.
화려한 도시의 모습만 보다가 문득 멀리 떠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하루는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해야 할 일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더 큰 성공보다 조용한 쉼이 먼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흙냄새가 나는 작은 정원, 말없이 자라는 꽃, 잠시 앉아 숨을 고를 수 있는 의자 하나가 그리워지는 순간입니다.
김현호 작가의 에세이『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는 그런 마음을 실제 삶으로 옮긴 기록입니다. 김 작가는 뉴시스와 조선일보 등 언론 현장에서 40여 년을 보낸 뒤 경기도 양평의 한 마을에 자리를 잡고 약 300평 규모의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기사와 마감, 현장을 따라 바쁘게 살아온 사람이 이제는 흙을 만지고, 꽃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며 귀농으로 새로운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의 에세이에서 꽃과 나무를 돌보는 일이 마음을 돌보는 일 같다고 합니다. 꽃은 재촉한다고 하루아침에 피지 않죠.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빨리 마음을 열라고 다그친다고 쉽게 열리지 않듯이, 필요한 것은 관심과 기다림입니다. 스스로 피어날 때까지 곁을 기다리며 지켜주는 마음일 것 입니다.
오늘 감상할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의 「헝가리 광시곡 2번(Hungarian Rhapsody No. 2)」도 그런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곡은 처음부터 빠르게 달려 나가지 않고, 낮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시작합니다. 그러다 조금씩 힘을 모으고, 마침내 빠른 리듬과 뜨거운 에너지로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자연이 조용한 시간을 지나 다시 생기를 띄며 춤을 추는 느낌입니다.
프란츠 리스트는 1811년 당시 헝가리 왕국 도보르얀(Doborján), 지금의 오스트리아 라이딩(Raiding)에서 태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그는 19세기 유럽에서 오늘날의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는 피아노 한 대만으로 마치 수십 명의 연주자가 함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처럼 크고 풍성한 소리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무대 뒤에서 리스트가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것은 자신의 고향, 헝가리의 뜨거운 생명력이었습니다.
「헝가리 광시곡 2번」은 리스트가 쓴 19개의 헝가리 광시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입니다. 원래는 피아노 독주곡으로 작곡되어 1851년에 출판되었고, 나중에 프란츠 도플러(Franz Doppler)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했습니다. 오늘 들으실 볼커 하르퉁(Volker Hartung) 지휘, 쾰른 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Cologne New Philharmonic Orchestra)의 연주는 바로 그 관현악 편곡판입니다.
리스트는 헝가리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길 위에서 연주하던 로마니(Romani) 악사들의 음악을 듣게 됩니다. 그들의 음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클래식 음악처럼 악보대로 딱딱 맞춰서 연주하는 정형화된 음악이 아니었습니다. 슬플 때는 한없이 구슬프게, 기쁠 때는 세상에서 가장 신나게 마음 가는 대로 연주하는 '자유로움' 그 자체였지요.
리스트는 그 자유분방한 선율에 마음을 뺏겼습니다. 정해진 틀에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고, 마치 정원에서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피어나는 꽃들처럼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그 에너지를 음악에 담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의 제목에 '광시곡(Rhapsody, 랩소디)'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랩소디는 형식이 엄격하지 않고, 연주자의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흘러가는 음악을 뜻합니다.
특히 리스트는 '침발롬'이라는 헝가리 전통 악기의 소리를 피아노로 흉내 내려고 애썼습니다. 줄을 채로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그 독특하고 쟁글거리는 느낌을 피아노 건반 위에서 화려한 기교로 살려냈습니다. 덕분에 이 곡은 클래식의 우아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거친 들판에서 축제를 벌이는 듯한 야성적인 매력을 동시에 품게 되었습니다.
정원도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계속 변화가 일어납니다. 씨앗은 흙 아래에서 움직이고, 뿌리는 물을 찾아 자라고, 작은 잎은 햇빛을 향해 고개를 듭니다.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도 처음에는 조용히 시작하지만, 그 안에는 이미 뒤에 터져 나올 큰 힘이 숨어 있습니다. 조용함은 멈춤이 아니라, 다시 자라기 위한 준비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uNi-_0kqpdE?si=xgZwW8op-KJkBcfL
리스트가 사랑한 자유로운 선율
이 곡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천천히 숨을 모으는 앞부분과, 그 힘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뒷부분입니다.
천천히 숨을 고르는 시간 (라산, Lassan) 처음 음악이 시작되면 분위기는 의외로 무겁습니다. 낮은 음으로 시작하는 선율은 마치 오래 묵혀둔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는 것처럼 들립니다. 이 부분은 정원의 흙을 고르는 시간과 비슷합니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고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사실 대지 아래에서는 생명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이 느린 시작이 있어야만 뒤에 나오는 빠른 음악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기분 좋게 달려 나가는 시간 (프리스카, Friska) 후반부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완전히 바뀝니다. 음악이 장난을 치듯 경쾌해지고, 발걸음은 점점 빨라집니다. 많은 분이 영화나 만화에서 들어본 익숙한 멜로디가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이것은 단순히 신나는 춤곡이 아닙니다. 씨앗이 흙을 뚫고 솟아오르듯, 꾹 참아왔던 생명력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순간입니다.
오늘 들으실 볼커 하르퉁 지휘와 쾰른 뉴 필하모닉의 연주는 이런 변화를 아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오케스트라의 여러 악기가 함께 어우러져 축제를 만드는 관현악 버전은 훨씬 더 풍성한 장면을 우리 머릿속에 그려줍니다.
흙을 딛고, 다시 한 걸음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어둠에서 시작해도 결국 빛으로 나갈 수 있고, 조용히 숨 고르는 시간은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더 힘차게 달리기 위한 준비라고 말입니다.
김현호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식물을 살리는 것은 화려한 비료가 아니라 발밑에 깔린 모래알이다." 화려한 꽃 뒤에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모래알이 있듯, 우리 삶의 활기 뒤에도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숨어 있습니다.
삶이 너무 빠르고 숨 가쁘게 느껴질 때, 이 곡을 들으며 잠시 마음의 정원을 거닐어 보시기 바랍니다. 정원의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고 나면, 다시 삶의 한복판으로 걸어 나갈 힘이 생길 것입니다. 충분히 쉰 마음은 다시 뜨겁게 박동할 수 있습니다. (마침)
출처 및 참고자료
출처: Encyclopaedia Britannica, “Franz Liszt”
출처: Encyclopaedia Britannica, “Hungarian Rhapsody No. 2 in C-Sharp Minor”
출처: IMSLP, “Hungarian Rhapsody No. 2, S.244/2 (Liszt, Franz)”
출처: RomArchive, “Liszt’s Hungarian Rhapsody No. 2 in C# Minor and the Pianistic Style Hongrois”
출처: JPK Musik, “Catalogue Classical Music — Volker Hartung & Cologne New Philharmonic”
출처: 뉴시스, 2026년 4월 23일, 「정원에서 길어 올린 느린 삶의 지혜…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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