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핵심인재로 살아간다는 것 2

처음 느껴보는 실패1

by 솟이네 책장

3달이 지났을 무렵 모르는 걸 정리하겠다며 정리하고 있는 워드파일은 80 페이지가 넘어갔다. 그때 나에게 첫 과제가 주어졌다.

신입사원 교육 과정으로 지도선배가 짜준 계획은 9달 가까운 시간으로 편성이 되어 있었다. 시스템 환경에 익숙해지는 시간과 우리가 하는 업무를 배워보는 시간, 그걸 이용해서 실습해 보는 시간까지 중간중간 발표하는 것까지 9개월 동안 모두 배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의 계획이 있었다.

이제야 시스템을 이용해 간단한 작업만 할 줄 알았던 상황 속에서 담당자 칸에 내 이름 석자가 적히게 됐다. 이제야 계란프라이 하나 만들 줄 알게 됐는데, 흰쌀밥과 김치찌개까지 만들어진 한 상을 차리라는 과제를 받은 셈이었다. 기쁨보다는 당혹감이 밀려왔고 엄청난 중압감이 다가왔다.

실제 작업해야 하는 비중이 적고 간단하기에, 배우기 좋을 거라는 부서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첫 과제를 시작하게 됐다. 지도선배는 이 과제가 교육이라 생각하면 편할 거라는 이야기를 해줬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과제의 일정은 정해져 있었고, 나는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첫걸음은 언제나 어려운 거라며 날 다독이고 과제를 처음 들여다보게 되었다. 지도선배에게는 하루의 시간만 달라고 부탁을 했고, 하루동안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일지 혼자 살펴보았다. 내 이름이 걸린 일이니 내가 주도적으로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함에도 논리적으로만 잘 따라간다면 어려울 것 없을 거야 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하루라는 기회가 왔기에 최대한 사용하고 싶어 그날 처음으로 야근을 해봤다. 선배들은 지나다니며 5시가 넘었는데 왜 안 가냐며 물어보는데, 나는 내 이름 석자가 발을 잡는다며 하하 웃고 넘겼었다.

다음 날, 지도선배는 내 옆에 앉으며 어제는 잘 확인해 봤는지 물어보았다. 아직 배운 게 아니라 어려울 수 있다는 답을 했지만, 나는 어제 하루동안 살펴보며 내가 해야 하는 방향을 모두 파악했었다.
"이 신호의 역할이 이게 맞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이 부분이 제거해야 하는 부분과 연결되어 있는 걸 보니 컨트롤을 담당하는 곳 같아서 함께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선배는 씩 웃으면서 맞다고 했지만, 이 정도는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진짜 과제는 이 부분을 성공적으로 수정하기 위해서 진행하는 게 아니라, 그다음 단계를 알기 위해 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디며 과제를 시작하게 됐다. 내가 알아낸 부분까지의 작업은 매우 수월했고 큰 문제없이 모두 처리를 했지만, 이제 이것을 다른 부서의 담당자에게 넘겨 실제에 가깝게 설계도를 그려달라 요청을 해야 했다. 처음으로 타 부서와 협업을 하면서, 과제를 받았을 때완 다른 느낌을 받았다. 처음으로 둥지룰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 아기새 같다고 해야 할까?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실력과 내 수준으로 이걸 짊어지기엔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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