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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일상인

저... 오해가 있으신거 같은데...

by 마싸 Feb 27. 2025

비전 보드 모임에서 사명을 정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쓴 글에 손혜정 작가님이 쓴 댓글을 읽고 난감하고 죄송했다. 작가님이 나를 대단한 사람이 되려 아등바등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있는 그래도 인정하고 멋진 일상인으로 살아간다라고 표현하셨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의 무기력과 우울감의 반복은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기대와 현실 속 내 모습의 간극에서 늘 발생했다.






어렸을 때 뭐든 배우는 게 빠르고 늘 책을 읽는 모습을 본 어른들은 나를 '똑똑한 아이'라고 말해주었고 나는 그 말을 믿었다. 나는 내가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고 커서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을 때의 좌절감은 학업을 등지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고등학교 2학년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 계기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공부를 시작하자마자 학교에 소문이 날 정도로 성적이 쑥쑥 올랐다. '와.... 나 공부 잘하네??'라는 우쭐한 생각이 들었고.. 어처구니없게도 '이 정도 머리면 의대를 가야지!'라는 생각을 했고 엄마는 새벽 기도에 들어갔다. 결과는? 의대는커녕 하향 지원했던 물리치료과도 모두 떨어졌다.



울며 겨자 먹기로 유아치료특수교육과를 다니게 되었고 졸업할 때가 되자 교수님 아내분이 운영하시는 장애전담 어린이집에 차출 되어 취업했다. 취업할 때만 해도 최고의 유아특수교육 전문가가 되겠다며 부산에 최대 규모 발달센터도 차리고 대학 교수도 하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결과는?



2년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고 다시 대학에 들어갔다. 건축과에 입학할 땐 초고층 건물 여성현장소장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 3학년에 진로를 건축설계로 바꾸었을 땐 대한민국에 획을 긋는 건축물 하나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과탑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나는 이번에도 졸업도 하기 전에 부산의 대형 설계사무실에 취업했다. 결과는? 지금은 건설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한다....



코인과 주식 트레이딩을 하면서도 지금은 내가 배우는 중이지만 언젠가는 워뇨띠만큼은 아니지만 큰돈을 버는 모습을 늘 상상했다.



부동산 공부를 할 때는 일 년에 한 채씩 사들인 아파트가 몇 년 후 몇 억씩 올라 수십억 대 자산가가 되는 꿈을 꿨다. 그런 다음 나의 모든 노하우를 알려주겠다며 강의를 하고 인플루언서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상상을 했다. 결과는?? 에휴~~ (ㅋㅋ)






그렇다. 난 늘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너무 큰 꿈을 꾼 나머지 나락에도 깊이 빠지는 사람이었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과 되어 있는 사람의 간격이 너무 커서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자기 계발서에는 큰 꿈을 꾸고 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이루어진다던데 왜 나에게만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억울했다.




요즘.. 손작가님이 말한 멋진 일상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고 노력하고도 있다. 결과적으로 내가 원한 모습에 닿지 못했다고 해서 나의 하루하루가 의미 없었던 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외부의 기준이 아닌 진정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지 깊이 고민하고 찾고 있다. 뜬구름 잡듯이 대단한 사람을 꿈꾸는 것보다 현실에 발 붙이고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보고 싶다.




난 또 어느순간 대단한 사람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 닿지 못하더라도 이젠 약간만 실망하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나의 일상을 보고 멋지고, 존경한다고 말해주는 한 사람을 통해 멋진 일상을 살아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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