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을 싫어하는 뇌
퇴사가 하고 싶었다.
일이 많아서 힘들어? - NO! 실질적으로 일하는 시간보다 안 하는 시간이 더 많다.
인간관계 때문에? - NO! 사무실에 거의 혼자 있고 나한테 뭐라 할 사람도 없다. 초기엔 사장님이 잔소리를 하긴 했는데 지금은 거의 카톡이나 전화로만 일 얘기한다.
월급이 밀려? -NO! 한 번도 밀린 적 없다. 회사는 늘 적자인데도...
그럼 일이 없어 시간 때우기 힘들고 눈치 보여? - NO! 일 없을 땐 내가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한다. 책도 읽고 릴스도 만든다. 예전엔 코인 차트도 봤는 걸? (사장님 없을 때만)
그럼 도대체 왜? - 이 말하면 돌 맞을 것 같지만......
"아야!"
돌 그만 던지시길....

건설 회사에 다니는 나의 포지션은 본사 공무다. 공사 시작 전부터 마지막까지 발생하는 모든 행정 업무와 서류 작성을 하고, 현장 사무 지원 및 중간 보고자 역할이다. 워낙 작은 회사라 회계 업무까지 하고 있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거의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고 기한에 맞춰하기만 하면 된다. 이미 오랫동안 해 온 일이라 어려울 것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다. 한마디로 나에겐 단순 노동이다.
난 매 월 정해져 있는 이 단순 업무가 너무너무너무너무 하기 싫어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집중해서 바짝 하면 3시간이면 하는 일을 하기 싫다는 마음이 생기면 하루 종일 걸리기도 했다.
당장 이 지루한 회사를 뛰쳐나가 매일 새롭고 재밌고 신나는 일을 하면 좋겠지만, 난 익숙한 걸 좋아하고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뇌를 가진 걸 어찌하랴... 이 지루함 속에서 재미를 찾을 수밖에.
도파민은 매너리즘을 싫어한다. 그리고 연구와 변화를 좋아한다. (···) 서류작성이나 단순계산 등 매일 해야 하는 똑같은 업무에 질려서 매너리즘을 느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같은 일도 평소와 다른 방법이나 접근법을 이용하여 도전하자. 그렇게 하면 목표 지점은 같아도 다른 전개 방식에 재미를 느끼게 되고 그 결과 도파민이 분비된다.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 54~55
책에 여러 가지 접근법을 소개하고 있는 데 그중에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을 해 보기로 했다. 이름하야
시간제한을 설정하여 동기 부여하는 방법으로 '더 빨리'라는 목표를 설정하여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것이다.
평소 집중하면 3시간 하기 싫으면 하루 종일 걸렸던 일을 170분 -> 160분 -> 150분 이렇게 매 월 시간을 줄여가며 목표를 설정하고 일했다.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니 더 집중이 잘 되었고 시간 안에 일을 마쳤을 땐 성취감이 느껴졌다. 일을 빨리 끝내고 주어진 여분의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할 수 있으니 보상을 받은 것 같았다. 당분간은 그랬다.
쓸데없이 일은 왜 그렇게 잘하는지 이젠 빨라도 너무 빨라져 2시간이면 충분히 끝낸다. 이제 시간제한은 의미가 없어졌다.
그래서 난 또다시 퇴사를 꿈꾼다.
※ 매너리즘 : -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
- 어떤 일에 더 이상 발전 없이 무기력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