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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

노무사 노무진

by 마싸

5월에 고전독서모임 책으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읽었다. 70년대 도시 빈민과 공장 노동자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었다. 난장이의 딸이 다니는 방직공장에서 일어난 노동 운동 부분을 읽던 중에 마침 꼬꼬무에서 인천방직공장 여공들의 이야기가 방영되었다. 책을 다 읽은 후 시청을 했고 당시 상황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2025-06-26 12 40 43.png 사진 출처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시즌 6-16화 '꿈의 직장 속 수상한 비밀'



노동자들을 한낱 기계 부품 정도로만 여기는 사업주와 그들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는 위정자들을 보며 화도 나고 안타깝고 씁쓸했다. 그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어쩌면 당연히 주어져야 했을 구호 아래 처절하게 싸웠던 노동자들께 감사했다.



한 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70년대에 그들이 그렇게 노동 운동한 결과 근로 환경이나 조건이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과연 진짜 그럴까?



2025-06-26 12 37 13.png 사진 출처 : MBC 노무사 노무진


무슨 운명인지 독서모임 후에 새로운 드라마를 보게 됐다.



'노무사 노무진'



퇴사를 하고 코인으로 전 재산을 날린 노무진은 아는 노무사 형의 권유로 노무사 자격증을 따게 된다. 취업을 시켜주겠다던 그 형은 구설수로 회사를 떠난 후였고 울며 겨자 먹기로 개인 사무실을 차리지만 파리만 날린다. 어느 날 죽을 뻔한 순간 나타난 어느 신(神)이 살려줄 테니 구천을 떠돌고 있는 노동자 영혼의 노무사를 맡아 해결하라고 한다. 그 뒤부터 그는 영혼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들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



공장에 실습 간 고등학생의 끼임 사망 사고, 태움으로 인한 간호사 자살, 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 극한 환경의 아르바이트 등의 에피소드였는데 50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인 현실에 서글퍼졌다. 키워드만 봐도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 안타까웠던 건 현재의 노동자들은 사업주와 위정자들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것은 물론 노동 현실에 무관심한 사람들과도 싸워야 한다는 점이었다.



간호사 에피소드에서 노무진에게 자꾸 빙의하는 간호사를 말려달라고 하자 신이 이렇게 말한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 심정을 어떻게 알겠어?"


맞다. 우린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이러쿵저러쿵 말만 하거나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대학교의 갑질에 대항해 청소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고 그런 그들을 대학생들이 비난한다. 마치 자신들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것처럼...



위에서 언급한 신(神)은 고 전태일 열사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각각 에피소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신의 개입, 판타지 같은 방법(빙의, 영상 폭로)으로만 해결된다는 것도 사실 씁쓸했다. 현실에선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늘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한 법이니까....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건 수많은 노동자들이다. 그리고 나도 노동자다. 과연 이 드라마가 노동자들의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일 거라는 착각에선 벗어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Q 유령을 보는 노무사 노무진에게 의뢰하고 싶은 억울한 일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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