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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VS 꿈

트라이

by 마싸


" 교장선생님 마음 이해합니다. 모든 학생들을 챙기고 싶겠죠. 하지만 체고 졸업생 중 현역선수가 되는 학생들은 10%도 안됩니다. 선수가 되지 못하니 아이들은 대학 가서 체육교사라도 해보겠다고 발버둥 치지만 그것도 쉽지 않죠. 기껏해야 5% 될까요? 그럼 나머지 85%는 뭘 하고 살고 있는지 아십니까? 그런 말이 있더라고요. 강남 클럽 문지키는 가드 중 절반은 체고 출신이라고. 심한가요?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냉혹한 현실 아닐까요? 좋은 선생님이 도대체 뭘까요? 하고 싶은 걸 해라 마냥 꿈과 희망을 주는 선생? 아니면 현실적으로 갈 수 있는 길과 아닌 길을 판단해 주는 선생? 학교는, 특히 체고는 꿈을 찾는 환상의 공간이 아닙니다. 현실을 살아갈 선수를 준비시키는 곳이죠. 여기는 직업 훈련소라는 말입니다. 교장선생님의 낭만은 철 지난 꿈이에요. 그 꿈 혼자 꾸세요. 선수들 흐리지 마시고."



2025-08-13 12 49 20.png 사진 출처 - SBS 트라이



어느 한 체고. 정년을 앞두고 힘이 없어진 낭만파 교장에게 떠오르는 실세 현실파 교감이 한 말이다. 교감은 비인기종목에 성적도 좋지 않은 럭비부를 폐부 시키고 럭비부에 지원되는 예산을 성적 좋고 미래유망한 운동부에 더 지원하려고 한다. 인기 있고, 성적 좋고, 실업 선수를 많이 배출하는 운동부만 밀어주겠다는 것. 그러다 한때 럭비 최고 인기 선수에서 도핑으로 추락한 '주가람'이 럭비부 감독으로 오게 되고 이 둘은 사사건건 부딪힌다.






난 교감의 저 말을 들었을 때 전혀 반감을 느끼지 않는 내가 놀라웠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던 것 같다. 예체능 분야에서 성공은 뛰어난 소수들의 차지고 전공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많지 않을뿐더러 대부분 그만두거나 드물게 취미 생활로 하는 게 전부니까. 그리고 비인기종목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던 터라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나도... 운동선수를 직업으로만 인식했던 거다. 그거 해서 밥 먹고 살 수 있어? 하고.



교감의 말을 들은 교장은 자신의 교육 철학이 잠시 흔들린다. 이런 속내를 주가람에게 내비치자 그는 아이들의 운명은 선생님이 쥐고 있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이라 말한다.



학생들이 자기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주세요.


학교를 위해 럭비부를 폐부 하려는 거라 말하며 온갖 술수를 부리는 교감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쪽팔리지 않으세요? 애들 상대로. 학교를 위한다는 게 고등학생의 꿈을 짓밟는 겁니까? 우리 어른들의 할 일은 이 애들이 경기를 끝까지 뛰어볼 수 있게 해 주는 겁니다."






쪽팔렸다. 운동이 아이들의 꿈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른들의 역할은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끝까지 뛸 수 있게 돕는 것이라는 걸 기억해야겠다. 내가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의 꿈을 짓밟거나 아이들의 선택을 무시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Q. 꿈과 희망을 주는 선생님 VS 현실적으로 살 수 있게 해주는 선생님
여러분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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