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반항심이 충만하고, 이 거지 같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없는, 사는 게 지독히도 재미없었던 그때의 나는 엄마가 한 저 말이 너무 고까웠다.
'누가 낳아 달라 했냐고...'라고 생각. 아니, 조금 작게 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대학병원 산부인과 1년 차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학병원 산부인과다 보니 주로 고위험 산모, 분만 중 응급 환자, 난임, 부인과 질병 에피소드들이다.
여러 번의 시험관 실패로 슬퍼하는 사람, 유산 위험으로 100일 넘게 입원해서 누워만 있는 산모, 자궁을 들어내야 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출산을 해야 하는 예비 엄마.
잉태부터 임신 기간, 출산까지의 과정을 보며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우주의 도움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우주의 한 부분은 아이를 향한 엄마의 사랑과 시간일 테다.
10화에서는 출산 후 출혈이 멈추지 않아 헬기로 대학병원에 이송된 산모가 나온다. 바닥이 흥건해질 정도로 피를 쏟는 산모를 보고 전공의들마저 패닉이 된다. 목숨이 위태로웠던 산모는 응급 수술에 들어가고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진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아이를 낳다가 죽는 엄마들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하고 생존율이 높아졌데도 아이를 낳는 것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는 걸 새삼 알게 됐다. 꼭 위험한 고비를 맞은 산모들만 말하는 게 아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아이를 잉태하고 힘든 임신 기간을 견딘 후 출산의 잠재적 위험을 알면서도 아이를 낳는다. 저 침대 위에서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게 나였을 수도, 나를 낳던 엄마일 수도 있었다. 아이는 엄마의 목숨을 빚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태어나게 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된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됐다.
"니들 저거 봐라. 아기 낳은 거 목숨 걸고 하는 거야. 알아? 내가 너희들 목숨 걸고 낳았다고. 그것도 두 번이나. 아냐고~~~"
함께 TV를 보고 있던 아이들에게 괜히 목청 높여 말했다. 엄마에게 "누가 낳아 달라 했냐고" 말을 한 나에게 하는 꾸지람이었다.
Q. 태어나게 해 주신 것만으로 부모님께 감사하나요? 저처럼 싸가지없는 생각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