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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선수하면 되겠다!

김창옥쇼 3

by 마싸

김창옥쇼 3에 키가 커서 고민이라는 여성이 나왔다.



여자의 키가 182cm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우리 솔직히 말해 보자. 진짜 솔직히!

아마 "아무 생각 안 했는데?"라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2025-04-15 14 59 37.png 사진 출처 : tvN - 김창옥 쇼 3



이 여성은 큰 키 때문에 여러 고충을 겪었다. 키에 대한 무례한 질문은 기본이고 길을 가다가 "거인'이라는 말을 듣고, 술자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옆으로 와서 키를 재보는 만행까지 당했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갖게 되고 밖에선 늘 긴장하고 예민해져 집에 오면 녹초가 된다고 했다. 이성을 만날 때도 남자를 올려다보며 플러팅하고 싶으나 그럴 수 없어 속상하다고 했다.



MC가 읽어주는 사연을 들을 때만 해도 무례한 사람들 때문에 힘들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다 사연의 주인공이 화면에 잡혔을 때 난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을 기어이 하고야 말았다.



'저렇게 예쁘고 날씬한데 왜 모델이나 연예인 안 하지?'






사연 속 여성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큰 키가 인생의 걸림돌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1학기때까진 보통의 키였으나 2학기부터 이상한 속도로 크기 시작하더니 6학년땐 163cm, 고 3 때 173cm, 지금은 174.7cm가 되었다.



또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었던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넌 우리와는 달라'라는 시선이었다. 말로는 키가 큰 게 부럽다고 말하지만 그들과 섞일 수 없는 벽이 항상 느껴졌다. 어린 마음에 '남들과 다른 나'는 큰 상처였고 고통이었다.



큰 키만큼이나 골격도 장대했던 나는 늘 이런 말을 듣고 답했다.

"너 수영했어?" - "수영장 근처에도 안 가봤다."

"키가 커서 운동 선수 하면 되겠다." - '나 운동 너무 싫어해."



왜 다른 사람들이 내 키를 보고 내 미래를 정하는 건지, 왜 키가 크면 죄다 운동선수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실제로 양궁부가 있었던 초등학교에서, 중학생 땐 타 중학교 배구부에서 입부를 권유받았다. 난 운동도 싫어하고 잘하지도 못하는데 오로지 키만 보고 나를 평가하는 것에 화가 났다.






이런 경험이 있는 나도 다른 사람을 향해선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게 부끄러웠다. 여자가 키 크고 예쁘면 모델이나 연예인 해야 된다고 누가 정했는가 말이다. 그녀는 정작 양자 역학을 공부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작가가 되려고 글을 쓰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인데.




이 사연을 듣고 김창옥 강사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한 번도 흑백이었던 적이 없어요. 세상은 다양한 컬러가 있거든요."

세상을 단순한 흑백 프레임 말고 다채로운 컬러로 바라보자고 했다.




나를 표현할 때 항상 붙는 '키가 큰'이라는 꼬리표가 정말 싫었다. 그냥 '나'로 바라봐주길 원했다. 이랬던 나도 다른 사람을 향해 흑백의 안경을 쓰고 있었다. 세상 누구나 다채로운 색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그래서 나와는 다른 색이 있을 수도, 같은 색이 있을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나와 다름이 틀린 게 아니라 그저 총천연색 세상의 일부로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해야겠다.




그래서 다시는 누군가에게 '다름'을 이유로 상처를 주거나, 무례하게 평가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Q. 여자 키가 182cm라는 말을 듣고 나서 즉시 어떤 생각이 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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