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나. 솔직하게 꿈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지만. 머리로만 경험한 꿈을 활자로 남기는 것 자체가 오늘은 유독 두렵다.
어제의 꿈에서 나는 친한 친구를 죽였다.
그곳에서의 나는 마치 2명이 한 조인 듯 보였는데, 한 명이 일을 저지르고 다른 한 명이 뒤늦게 현장에 나타나 안절부절못하는 식이었다.
희미한 장면에서 선명한 장면으로 넘어가자 한발 늦은 또 다른 내가 현장에 나타나 울부짖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상황을 수습할만한 해결책을 떠올리지 못했다. 나는 꿈을 꾸는 상황에서도 선량한 이 사람이 진짜 나일 거라고 추측했다.
그는 수습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결국 하늘을 향해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이건 꿈이야. 맞죠? 이건 꿈이야. 꿈."
어릴 적 나는 자다가 종종 소변을 누었다. 화장실이 멀고 추워서 방안에 요강이 있을 때도 나는 눈을 뜨고 일어나 요강에 앉는 걸 미루다가 잠에 들어버리고 그때마다 이불에 오줌을 쌌다. 초등학교 때까지 종종 그랬던 나에게 할머니는 자주 소리를 질렀다.
"오줌 싸는 일을 미루지 말아야지" 굳게 다짐한 나는 꿈에서 화장실 가는 나를 무척 경계했다.
내가 이불에 실수를 하는 날은 공교롭게도 꿈속의 내가 화장실에 갔었다는 공통점이 있었으니까.
그 이후로 나는 꿈속에서 내가 화장실을 갈 때마다, 현실에서의 내가 화장실에 갈 때에는 종종 나에게 묻는다. "이거 꿈이지?" 또는 "이거 꿈 아니지?"
끔찍한 꿈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꿈에서 종종 심각한 일(강력범죄)이 일어나면 이런 패턴을 반복해서 상황에서 도피하고자 노력한다. "에이. 꿈 맞잖아."
그렇게 꿈에서 깬 후에는 상황을 수습할 필요도 머리 아플 필요도 없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제는 무슨 일인지 도저히 꿈에서 깨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거의 처음으로 내가 강력범죄의 가해자인 상황에 무척 오래 머물러있었다.
내 친구에 대한 미안함, 유가족에 대한 사죄, 내 주변인들이 나에게 등을 돌릴 것에 대한 두려움, 벌을 앞두고 있는 마음.
무엇보다 더 끔찍했던 건 아무리 내가 뉘우쳐도 친구가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알람이 울렸다. 오랜만에 알람이 고맙다.
이제 현실로 돌아왔다. 나는 가해자가 아니었고 친구와 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잠에서 깨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꿈이 나에게 있다는 게 감사했지만 왠지 모르게 친구에 대한 미안함은 아직 남아있다.
오늘은 몸과 마음을 다른 때보다 더 가지런히 하고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미안함이 남아있는 친구에게 정성 가득한 안부 편지도 쓰고.
아무튼 이제 현실이다. 꿈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