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담론

내가 코로나에도 외롭지 않은 이유

1월 14일의 일기

by mamang


어제 꿈에 A 언니가 나왔다. 동아리 선배인 언니와는 함께 같은 지역에 살 때보다 떨어져 살게 되니 더 애틋해진 사이였다. 우리는 주책이라고 민망해하면서도 서로의 카톡을 읽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도 재촉하거나 서운해하며 마음의 어려움을 만들지 않는다.


바쁘면 이해해주고 이해를 받고 고민이 있으면 매일 연락했던 사람들처럼 장문의 카톡을 무심히 건네고 또 따뜻한 답장을 받는다.


그런 언니는 어제 꿈에서 무척 잘 어울리는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었는데 그 모습이 참 예뻤다. 꿈속에서 우리가 머물던 그 공간은 침실처럼 보였는데 언니와 나를 포함한 몇몇이 모여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엉덩이를 반쯤 침대에 걸터앉고 한쪽 손은 지지대를 삼아 침대 위에 올려놓은 사람들, 벽에 기대 팔짱을 끼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나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마치 난로와 같은 따뜻함이었다.


"여긴 어딜까? 꿈이지?" 하는 생각을 하기에도 시간이 아까워서 나는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하는 대신 오롯이 그 따뜻함을 느꼈다.


대화들은 대부분 이렇게 흘러갔다. 내가 자연스럽게 어떤 이야기를 꺼내어 주저리 말하고 있으면 다른 이들이 나를 바라보며 집중해주는 식이었는데. 그 눈빛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네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괜찮고. 나는 네가 말하는 이야기를 모두 잘 이해하고 있어."


내가 이야기를 마치면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고 그 대화는 또 대략 이러했다. "당신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꼭 집어 말해줄 거야. 나는 당신의 마음을, 당신은 나의 마음을 다 알고 있어."


나는 동동 떠다니는 기분으로 분위기를 만끽했다.


사실 꿈 밖에서의 나는 항상 그런 분위기를 고대하고 꿈꾼다. 나는 2인 이상의 사람과 대화를 할 때마다 긴장을 하기 때문이다. 긴장 없는 대화가 가능했던 그 꿈속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나는 평소 신경증적으로 수줍어지는 바람에 대화를 종종 망쳐버린다. 상대 그러니까 2명, 3명 이상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다가 단어와 문장을 고르던 중 결국은 아무 말이나 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나를 어중간하게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의 이런 고민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가 낯을 가려서요."하고 난감함을 표현하면 "네가? 무슨 소리야." 하며 핀잔을 주거나 "농담이지?" 하며 웃고 넘기는 식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매번 본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까불이인 척하느라 무리를 하게 된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꿈에서 만난 반가움에 대해 설명하느라 서론이 너무 길었다.


아무튼 나는 온몸과 마음의 힘을 빼고 흐물거리는 무방비 상태에서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대화를 참 좋아한다.


나는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받아왔다. 그렇게 이 사람 저 사람의 짐을 조금씩 나눠 받다가 과적 상태가 되어 종종 병치레를 하고는 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항상 궁금했다. 왜 이렇게 잘 깨지는 유리와 같은 마음을 가졌을까. 왜 조금 더 강하고 단단하지 못할까. 잘 깨지고 무너지는 마음을 가진 게 나의 탓이라고만 생각하고 자책해왔다.


나에게 인간관계는 이렇게 상처와 자책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나는 코로나로 다양한 만남이 제한되어 있는 지금의 상황이 꽤 견딜만한 것 같다. 작년 연말 회사 송년회가 취소돼서 부서장이 주는 상처를 받지 않게 된 것도 다행이고. 다른 부서와의 회식에 끌려가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무리하게 잡느라 나의 몸과 마음이 무리하지 않게 되어 다행이고. 무엇보다 장기간 약을 먹으면서 자신감이 떨어진 마스크 안의 모습을 벗어 보일 일이 많이 줄었으니까 또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나와 비슷한 성향의 상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모양의 내상을 치유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몸과 마음을 정비해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때 즈음. 그 언젠가 우리도 꿈에서처럼 따뜻하고 편한 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옆에 당신도 함께이길. 그때까지 무탈하고 예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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