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그래(크려고 그래)

[마음챙김의 시] 브래드 앤더슨, 너를 안아도 될까? 中

by mamang



• 나는 그날이 올 걸 안다.
네가 이 모든 일들을 혼자서 할 날이.
네가 기억할까. 내 어깨에 목말 탔던 걸?
우리가 던진 모든 공들을?

그러니까 내가 널 안아도 될까?
언젠가 너는 혼자서 걷겠지.
나는 하루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지금부터, 네가 다 자랐을 때까지.
(브래드 앤더슨, 너를 안아도 될까? 중(마음챙김의 시))





오늘의 이야기

오늘 아침 거울을 보니 왼쪽 입가가 하얗게 일어나 있었다. 짓무른지는 벌써 며칠 되었는데, 그냥 두다 보니 딱지 같은 것이 생겼다가 오늘은 그것도 떨어지려고 하는 듯했다.


오래간만에 입이 짓물러보니 어릴 때는 훨씬 자주 입이 부르트고는 했는데 하며 할머니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할머니가 나의 폭풍 성장에 대처했던 자세는 거의 일관적이었다.


그리고 그 무렵 나에게 일어난 현상에 대해서도 통일감 있는 대응을 했는데, 거의 이런 식이었다.


"할머니. 나 다리 아파." 하면 "클라그래(크려고 그래)" 했고,
"할머니. 나 무서운 꿈 꿨어." 할 때도 "클라그래"했다.



한 번은 입가가 부르트는 게 불편하고 아파서 "할머니. 입을 아 하면 여기가 아파." 하니까 할머니는 역시 "입이 커질라 그래" 할 뿐이었다.

그때의 나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입가가 이렇게 조금씩 계속 찢어지듯이 커지면 어쩌지. 입이 귀까지 찢어진 여자가 동네에 돌아다니면서 어린이들의 입을 보고 다닌다는데. 그녀에게 괴롭힘당하지 않으려면 입이 계속 자라는게 좋을까 그만 자라야 좋을까. 그런데 입은 언제까지 계속 자라야하는 걸까. 입이 계속 커져서 입꼬리가 귀를 만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매일 같이 입주변을 살피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의 나는 조금 궁금하다. 입이 아프고 나니 할머니 생각이 났고, 계속 커가는 나를 지켜봤던 이미 많이 늙어있던 할머니 생각이 났다. 그때의 할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이곳 저곳이 커가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뿌듯했을까 아쉬웠을까 아니면 슬펐을까.


입을 괜히 힘껏 벌렸다 닫아본다. 더는 자라지 않을 내가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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