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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ng Dec 15. 2021

잘 먹고 잘 살고싶은 마음

계절 챙기기




• 기옥 씨는 음식으로 자기 몸에 절하고 싶었다. 한 계절, 또 건너왔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시간에게, 자연에게, 삶에게 '내가 네 이름을 알고 있으니, 너도 나랑 사이좋게 지내보자' 제안하듯 말이다. 기옥 씨는 그걸 '말'이 아닌 '감'으로 알았다. 그래서 오늘 상가와 주택가를 돌며 대출 전단지를 돌리는 대신, 방을 닦고 장을 보고 떡쌀을 불린 거였다. 기옥 씨는 해마다 해오던 걸 올해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웃에 음식 냄새를 풍기고 싶었다.(김애란, <비행운> 178쪽)

오늘의 이야기

동지에는 동지 팥죽, 대보름에는 나물과 팥찰밥, 추석과 설에는 약과와 콩깨잘, 쌀튀밥 한과, 육전을 거르지 않고 먹던 날들이 있었다. 내가 먹었던 것들은 나와 함께 무럭 자라고 어떤 것들은 성실히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육전은 나의 배에, 약과는 나의 코에, 찰밥은 내 머리카락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스로 눈이 떠질때쯤 일어나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 먹어도 등짝을 때릴 사람이 없다는 것으로 진짜 어른이 된냥 으스대던 적이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수십번 반복한 일도 처음하는 일처럼 정성을 들여 먹이는 일 만큼 대단한 어른의 일은 없을 듯 하다.

나보다 나에게 정성들여준 손길들을 기억한다. 더 잘 살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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