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야기의 탄생

셋째 딸

by mamang



나의 이름은 혜원. 1986년 광주광역시 최*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최* 원장님은 내가 태어나던 날 겁에 잔뜩 질려있었을 것이다. 나의 엄마 순자는 이미 그곳에서 딸 둘을 낳았기 때문이고, 순자와 남편 상영, 시어머니 복덕까지 얼마나 아들을 원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들이 아니라는 통보를 듣고 엉엉 울고 있는 순자를 보고 아마도 함께 울고 싶었을 것이다.


순자는 혜원이 아들일 거라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녀의 배 모양을 보고 아들일 수밖에 없는 배라고 입을 모아 말했기 때문이고. 그녀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게다가 세 살 터울의 딸 둘을 이미 낳았고, 이제는 정말로 아들을 낳아야 남편 상영을 집에 묶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순자는 온갖 좋은 음식을 먹었다. 남들이 가져다주었고, 스스로 찾아먹기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 누려보는 호강이었고 처음 누려보는 자신감이었다. 배는 날로 불러왔고 4월 16일이 되었다. 순자는 혜원을 낳느라 죽는 줄 알았다. 4.2킬로였기 때문에 그간 몸에 좋으라고 먹었던 음식들이 과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도 아들이기만 하면 다 괜찮다고 믿었는데 딸이 태어났다. 아들같이 생긴, 아들이어야 했을 혜원이 위풍당당하게 분만실에서 울고 있었다.


병원 복도에서 양손을 모아 기도하던 나의 할머니 복덕은 셋째 손주가 딸이라는 소식을 듣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혜원도 순자도 복덕도 삼대가 엉엉 울자 산부인과의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난감했다. 전화로 셋째 딸의 탄생을 전해 들은 아빠 상영은 산부인과에 와보지 않고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다 드디어 취한 상영은 최* 산부인과에 기어 왔고. 신생아실 유리벽 너머에서 우량한 딸을 보며 마저 엉엉 울었다.


이것은 막 태어난 혜원과 그보다 더 크게 엉엉 우는 세 어른의 이야기다.

이전 01화프롤로그- 화곡식당 셋째 딸